[미디어펜=윤광원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데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트럼프 재선보다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고수해온 미국 중심의 보호무역 기조가 약해지고 민주당이 추진하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실행에 옮겨지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기대한다.
하지만 바이든과 민주당의 환경 규제가 한국 기업 입장에서 새 무역 장벽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으며, 중국에 대한 강경 입장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중 통상 갈등 속 선택을 강요받는 한국 경제가 '샌드위치' 처지에서 벗어나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수출 컨테이너 항만 [사진=부산항만공사 제공]
한국은행은 미국 대선 직전 보고서에서 "바이든이 승리하면 우방국과의 관계 회복과 다자간 체제 복원을 통해, 글로벌 무역심리가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바이든은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 무역체제의 유효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국내 일자리·환경 보호를 전제로 무역 장벽을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통상 환경이 나아질 여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바이든과 민주당의 경기 부양책 규모가 공화당보다 더 크다는 점도, 미국 경기 회복과 이에 따른 한국의 대미 수출 증가를 기대하는 대목이다.
최근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은 2조 2000억 달러의 경기 부양책을 준비했고, 선거 중 바이든 캠프는 3조 달러 이상을 언급하기도 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바이든이 당선되면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지금보다 연평균 0.6∼2.2%포인트, 경제성장률은 0.1∼0.4%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바이든 후보가 친환경 정책을 강조하고 정보기술(IT) 산업에 대한 규제 강화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그가 당선되면 한국의 제약, 반도체, 전기자동차, 신재생 에너지 등 관련 기업들의 미국 진출이 늘어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바이든 후보의 대선 승리가 확정되면,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에 0.1~0.3%포인트 상향 요인이 될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직접 효과로는 재정지출 확대로 2021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가 개선되고 세계 교역물량도 늘어나, 한국도 GDP 성장률이 0.1%포인트 내외 높아질 것이며, 간접적으로는 미-중 갈등 관련 불확실성 완화로 국내 투자와 소비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최대 0.2%포인트 상승한다는 것.
그러나 한국 경제 관점에서 바이든 승리가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다.
한은은 "바이든 후보가 글로벌 환경 규제 준수를 강조하는 입장인 만큼, 기후 변화 대응 수준이 미흡한 한국은 바이든 당선 이후 환경규제에 대한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바이든과 민주당은 기후협정을 준수하지 않는 나라에 '탄소조정세(carbon adjustment fee)'와 수입쿼터 등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입장이며, 세계 각국에 화석연료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제환경단체가 발표한 기후변화 대응 지수(2019년 기준)에서 61개국 가운데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대만 다음으로 낮은 58위에 머물 정도로 환경 규제에 취약하다.
한국의 양대 수출 상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통상 마찰 문제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한은은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반중(反中)에 초당적 공감대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중국에 대한 견제는 지속될 것"이라며 "한국은 중국과 미국 사이 '양자택일' 압박이 심해지고, 글로벌 공급 사슬에서 중국 비중을 줄이라는 압력도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