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한국지엠 노동조합이 사측과의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며 부분파업 기간을 사흘 연장키로 했다.
이미 노조 파업에 따른 유동성 악화로 사측이 부평공장에 대한 투자계획을 보류한 상태에서 이번 추가 파업은 더 큰 타격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철저한 방역으로 글로벌 모범사례로 꼽히는 등의 성과를 보여준 뒤의 막판 안타까운 행보로 한국지엠의 경쟁력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는 지난 10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이날부터 13일까지 부분 파업 등 투쟁지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한국지엠 부평공장 입구 홍보관. /사진=미디어펜
이 기간 동안 전반조와 후반조 근로자는 매일 각각 4시간 파업을 진행한다. 지난달 23일부터 시작한 잔업과 특근 거부도 계속 이어간다.
앞서 노조는 지난달 30일과 이달 2일, 6일, 9일, 10일 등 총 5일간 전·후반조 각각 4시간씩의 부분파업을 진행한 바 있다.
사측은 노조의 잔업·특근 거부와 5일간의 부분파업으로 총 1만2000대의 누적 생산손실을 입은 상태다. 이번에 사흘간 파업이 추가로 진행되면 누적 생산손실은 1만7000대 규모로 늘어난다.
사측은 지난 6일 그동안의 부분파업으로 유동성이 악화됐다며 당초 노조 측에 제안했던 2100억원대 규모의 부평공장 투자 계획을 전면 보류한다고 밝힌 상태다.
해당 투자는 미래 부평공장의 생산물량 부족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 우려에 대비해야 한다는 노조 측의 요구에 따라 당초 창원공장에서만 생산 예정이었던 GM의 글로벌 신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을 부평 공장에서도 나눠 생산하도록 하기 위한 투자 계획이었다.
하지만 노조는 투자 보류 발표에도 아랑곳없이 추가 파업에 나서며 우려를 낳고 있다. 사측은 트레일블레이저의 미국 수출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신차 효과가 반감돼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 한국지엠은 경영정상화목표달성이 충분히 가능했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이가 무산되됐다. 다만 글로벌 공장들 중 모범사례로 꼽힐 만큼 훌륭한 코로나19 방역체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성과는 본사로부터 향후 글로벌 생산물량의 지원받을 수 있는 중요한 여건을 만든 기회였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또 앞서 트레일블레이저라는 인기차종을 배출하고 안정적인 공급을 했던 만큼 올해의 임단협을 잘 넘겼다면 향후 지속적인 신차배정과 같은 큰 해택을 볼 수 있는 중요한 시기였다.
하지만 지속되는 부분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로 한국의 고질적인 노조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오점을 남기 된 것이다.
앞으로 11월과 12월이라는 시간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한국지엠 특성상 올해안에 임단협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없다는 것도 노조가 인지해야 한다.
통상 12월부터는 업무가 중단되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임단협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확실한 대책 없이 시간끌기식의 임단협으로는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회사의 목표가 이미 트러진 상황에서 더 이상의 편의를 봐줄 수는 없는 상황이 됐고 시간만 지체되면 GM본사로부터 나쁜 이미지만 쌓여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한국지엠 노조의 행보는 미래 일감 단절과도 직결될 수 있는 부분이어 신속한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한국지엠 사측은 지난달 29일 21차 단체 교섭에서 임금협상 주기를 1년에서 2년으로 변경한다는 전제 아래 조합원 1인당 성과금 등으로 총 70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 등을 최종 제시했다.
노조는 사측에 임금협상 주기를 변경하지 않고 1년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다시 제시해달라며 맞서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입장에서 목표달성을 실패한 상황에서 더 비용을 증가 시킬 수 없기 때문에 추가 투자 재검토라는 선택을 한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시간만 끌고 있는 모습은 글로벌 생산공장 속 한국지엠의 경쟁력을 실추시키는 역할 밖에 되지 않는 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