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미국 증시 인덱스형 상장지수펀드(ETF) 수수료를 경쟁적으로 인하하자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급속도로 몰리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 일주일간 460억원의 돈이 국내자산운용사들의 ‘나스닥 ETF’에 유입됐다. 이러한 경향은 내년에도 이어져 해외투자 열풍 또한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ETF에 급속도로 돈이 몰리고 있다. 특히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수수료를 인하하면서 이 같은 흐름에 더욱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업계 자료를 종합하면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일주일(11월 6∼13일)에만 미국 나스닥100 지수를 따라가도록 설계된 국내 상장 ETF 3종에 총 460억원을 투자했다. 회사별로 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KINDEX 미국나스닥100'에 228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나스닥100'에 125억원, KB자산운용의 'KBSTAR 미국나스닥100'에 107억원이 각각 투입됐다.
이 종목들은 해당 기간 개인 순매수액 4∼6위 종목에 나란히 랭크됐다. 1~3위 종목들이 인버스나 레버리지형 파생상품 등 비교적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펀드들임을 감안하면 미국 ETF들의 개인 순매수액이 사실상 가장 많았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개인 투자자들은 매우 적극적인 투자 패턴을 보이며 세계 증시 경향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고 있다. 최근 나스닥에 상장된 미국 대형 성장주들이 세계 증시 상승세를 선도하는 모습을 보이자 국내 개인 투자자들 역시 나스닥에 직접 투자하거나 관련 ETF를 구매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에 나선 모습이다.
여기에 더해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미국 주식 인덱스 ETF의 보수를 경쟁적으로 낮추며 더욱 치열한 구도를 만들었다. 한투운용은 지난 8월 S&P500 ETF에 이어 지난달 29일 나스닥100 ETF의 총보수율을 각각 0.09%에 출시하며 경쟁구도에 불을 지폈다. 이는 국내 출시된 해외주식형 공모펀드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의 기록적인 보수율로 화제가 됐다.
이에 경쟁사인 KB운용은 지난 6일 신규 상장 나스닥100 ETF에 한투운용보다 낮은 연 0.07% 보수율을 책정하면서 맞불을 놨다. 해외펀드 분야에서 전통적인 강자로 손꼽히는 미래에셋운용 역시 지난 12일 나스닥100 및 S&P500 ETF의 총보수를 각각 연 0.49%, 0.30%에서 모두 연 0.07%로 조정했다.
마지막으로 한투운용 역시 오는 18일을 기준으로 두 지수형 ETF의 총보수를 연 0.07%로 낮추기로 결정해 ‘최저보수’ 경쟁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역시 조만간 저보수 신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도발적인 마케팅은 최근 개인 투자자들이 글로벌 ETF를 직접 구매하며 능동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촉발됐다. 즉, 이들이 다시 국내 상품으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 유인책이라 볼 수 있다.
국내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 투자자들은 수수료나 보수율 정보에 매우 민감한 모습”이라면서 “자산운용사들의 이번 조치로 글로벌 투자에 나섰던 투자자들의 상당수가 다시금 국내 상품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