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 기자]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극심해진 전세난이 갭투자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의 규제를 빗겨간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뛰어넘은 이른바 ‘깡통전세’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항공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전경./사진=미디어펜
16일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의 월간 KB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은 54.2%로, 2개월 연속 상승했다.
지난 8월 53.3%였던 전세가율은 9월 53.6%로 0.3%포인트(p) 오른 뒤 10월에는 0.6%p로 상승폭이 커졌다. 2016년 6월 75.1%에서 올해 8월 53.3%까지 하락세를 걷던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2개월 연속 상승한 것은 2016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율은 8월 63.9%에서 9월 64.7%, 지난달 65.5%로 상승했다. 소폭이긴 하지만 6개 광역시와 지방의 전세가율이 오르면서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 역시 2개월 연속 상승세를 유지했다.
집값이 무섭게 상승하며 하락세를 유지했던 전세가율이 상승세로 전환한 것은 새 임대차법 시행의 여파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임대차 2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 이후 전셋값이 가파르게 뛰어 오르며 매매가격 상승세를 따라잡았다.
문제는 이 같은 전세가율 상승세가 갭투자를 부추긴다는 데 있다. 전세가율이 높아지면 더 적은 자금으로도 전세를 끼고 집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갭투자를 하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실제 최근 비규제지역에는 갭투자가 성행하는 추세다.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으로 갭투자가 가능할뿐 아니라, 향후 집값 상승 여력도 클 것이라는 기대감이 맞물려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고 시장관계자들은 전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갭투자 매매가 증가한 지역은 부산 해운대구(95건), 경기 김포시(94건), 경기 파주시(88건), 충남 천안시 서북구(83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모두 아직 비규제지역이지만 조만간 정부가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지정할 것이란 소문이 무성한 곳이다.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한 전세가율 상승과 이에 따른 갭투자 증가에 ‘깡통전세’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좌동 ‘대우’ 전용 84㎡ 13층은 지난달 19일 4억6600만원에 팔린 뒤 새 집주인과 세입자가 이달 2일 3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같은 주택형, 같은 층을 이보다 약 한 달 전에 4억4500만원에 매입한 다른 집주인은 지난 2일 역시 전세 보증금 3억5000만원에 세입자를 들였다.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당곡마을 월드메르디앙’ 전용 80㎡ 2층은 9월 8일에 팔린 매매가와 그 다음 달 31일에 계약된 전셋값이 2억3500만원으로 같았다. 집주인은 결국 실투자금 0원으로 주택을 매수한 셈이다.
이들 비규제지역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까지 가능하고, 2주택자도 취득세가 1∼3%에 불과하다.
시장 관계자는 “정부의 잇따른 규제 영향으로 아파트 매매가격이 다소 진정되고 있던 상황에서 새 임대차 보호법 시행이후 전셋값이 급격히 치솟았다”면서 “집값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깡통전세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는 만큼 전세 계약 체결 시 집주인 대출 여부를 확인하고, 반전세 등으로 보증금을 낮추거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