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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부사장과 반기업 정서 그리고 '마녀사냥'

2014-12-10 11:03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를 이야기와 그림으로 쉽고 재미있게 배우면서, 누구나 마스터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전경련의 출판자회사인 FKI미디어(www.fkimedia.co.kr)가 시장경제의 핵심 원리를 일상생활과 역사 속 사례들로 재미있게 풀어쓴 ‘스토리 시장경제 시리즈’를 출간했다. 시장경제를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개념부터 체제, 원리, 정부, 개방, 복지, 기업, 기업가, 노동 등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움직이는 9가지 핵심 요소들을 각 권으로 다루고 있다. 총 9권이 시리즈로 출간될 예정이며 지금까지 6권이 출간됐다. 미디어펜은 시장경제 원리의 이해를 돕기 위해 권당 2편씩의 칼럼을 연재한다.

‘스토리시장경제’ 이야기 (2) - 정의로운 체제, 자본주의

   
▲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하루아침에 마녀가 되는 사람들

프랑스와 영국은 1337년부터 1453년까지 장장 백여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싸움을 지속한 적이 있다. 바로 백년전쟁이다. 백년전쟁은 프랑스의 왕위계승권과 영토권을 둘러싼 전쟁으로, 처음엔 영국군이 우세했다. 그러나 신의 계시를 받았다는 어린 소녀, 잔 다르크의 등장으로 전세는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다.

잔 다르크는 16세의 여린 몸으로 프랑스 군의 선두에 서서 영국군에게 포위되었던 오를레앙 성을 탈환하고, 이후 각지에서 눈부신 전과를 거두며 기울었던 프랑스의 전세를 완전히 역전시켰다. 그러나 프랑스의 구국 소년 잔 다르크는 영국군과 손을 잡았던 부르고뉴 파에 의해 영국군에 넘겨졌다.

그리고 어처구니없게도 마녀라는 누명을 뒤집어쓴 채 전쟁터가 아닌 화형장에서 19세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해야 했다. 누구보다 선량하고 정의로웠던 애국소녀를 순식간에 마녀로 둔갑시켜 죽일 수도 있는 것, 그것이 바로 다수의 힘이다.

진짜 마녀도 아닌데, 사람들이 특정인을 마녀로 몰아 마녀사냥을 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이에 대해 정치학에서는 전체주의의 산물로, 심리학에서는 집단 히스테리의 산물로 해석하며, 사회학에서는 집단이 절대적 신조를 내세워 개인에게 무차별한 탄압을 하는 행위로 바라본다.

각각의 견해를 종합하여 한마디로 다시 정리하면, ‘집단의 야욕(분풀이나 책임전가 등)을 충족시키기 위해 악의적으로 합의된 다수의 횡포’가 바로 마녀사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마녀사냥이 결의되면 ‘합의된 다수’에 의해 희생양으로 지목된 ‘힘없는 소수’는, 어떠한 저항이나 해명의 여지없이 무참하게 목숨을 빼앗기고 만다.

   
▲ 2014년 대한민국에서도 정치적 마녀사냥이 있었다. 문창극 총리후보자는 자질이나 도덕성 문제가 아닌 KBS의 왜곡된 역사관 보도로 인해 친일파로 낙인찍혀, 국회청문회장엔 발도 들여놓지 못하고 중도하차했다.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국무총리후보자 지명과 국회 인사청문회 개최라는 정상적인 민주절차는 외면당했다. 

지금도 파푸아뉴기니에서는 무고한 여성들이 다수의 모함으로 인해 마녀라는 누명을 쓰고 처참히 목숨을 잃는 일이 부지기수로 일어나고 있다. 파푸아뉴기니에는 아직도 원시부족공동체의 특징이 그대로 남아 있는 마을이 많이 있다. 그래서 법보다는 마을 원로들의 결정이 더 우선시되고, 주민들 사이에는 마법에 대한 미신이 깊게 깔려 있다.

이 때문에 마을에서 누군가 갑자기 죽는 일(사고 때문이든 병 때문이든)이 생기면, 사람들은 마녀가 마술을 걸었기 때문이라고 믿고 마녀를 색출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때 마녀로 지목되는 사람은 대개 가족이나 이웃 가운데 힘없는 여성이나 노인이 된다. 물론 이들은 진짜 마녀도 아닐뿐더러, 살인자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마녀라고 지목된 여성은 상상도 못할 만큼 끔찍한 고문과 성폭행을 당한 뒤 화형대에 올라 무참히 살해된다. 파푸아뉴기니 정부는 이러한 악습을 막기 위해 오랫동안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마을 사람들이 은밀히 합의하여 진행하는 일이라 손을 쓰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화형식이 경찰에 신고되는 일이 있어도, 군중이 경찰의 진입을 막아 끝내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대한항공 기내서비스 총괄 임원인 조현아 부사장의 ‘갑질’을 두고 말이 많지만, 자기 자신의 책임과 권한에 대해 역할을 다하지 못한 기장과 매뉴얼 암호를 알지 못해 열지 못했던 사무장에 대한 비난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사진은 '땅콩 리턴' 파문을 일으켜 퇴진이 결정된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이분법적 시각이 만들어 낸 현대판 마녀사냥

우리 사회에서도 현대판 마녀사냥이 인터넷의 발달에 따라 ‘인격 살인’이라는 여론 몰이의 형태로 성행하고 있어 심각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채선당 임산부 사건’이나 ‘된장국물녀 사건’ 등이 바로 그러한 예에 해당된다. 다행히 이 사건들은 진실이 밝혀짐으로 일단락되었지만, 누명을 쓴 당사자들에게는 평생 동안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미신과는 상관없이 문명사회에서도 마녀사냥이 일어나는 이유는,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피해자 아니면, 가해자’라는 이분법적 시각이 넓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이분법적 시각은 단편적인 사실만 가지고 진실을 오도하게 만들고, 여론을 조작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그래서 마녀사냥처럼 무고한 소수의 인권을 무차별적으로 탄압하고 유린하는 결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더구나 마녀사냥은 대중이 정부나 사회에 쌓인 불만을 해소시키는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고, 누구나 목표물이 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여론이라는 명목 아래 법질서를 흐릴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악하고 위험하다.

   
▲ 조현아 부사장에 대한 언론, 여론의 확대재생산은 천민자본주의 세습자본주의의 부조리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항공법 위반 등 법적 문제에 대한 관심은 뒷전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조현아 부사장의 조치가 위법이었는지 여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승객 안전이며, 항공법은 이를 담보한다. 이에 관하여 대한항공 법무팀과 홍보실은 사태의 전말을 밝혀야 한다. 

부자나 대기업이 대중에게 미움을 받는 것도 좌편향적 편견과 반기업적 편견에서 비롯된 이분법적 시각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이 공공의 적으로 매도당하는 일이 많은데, 선거철만 되면 이러한 현상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경기침체와 맞물려 대기업을 공격하면 자신들의 인기가 높아질 것이라는 착각으로, 여야가 손을 잡고 모든 문제와 잘못을 대기업에 떠넘기다 못해 대기업 관련 정책을 반시장적 규제로 채우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문제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강자와 약자의 이분법적 구조로 접근하다 보면 사회적으로 소모적인 논쟁만 일어나고 경제행위는 이익다툼을 위한 정치게임으로 타락하고 만다.

물론 재벌이나 대기업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건 아니다. 다만 국가 권력이나, 시민단체, 노동조합, 소비자 앞에서는 대기업 재벌도 힘없는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법 앞에서는 재벌이나 대기업이라도 어떠한 특권이나 특혜도 누릴 수 없는 게 법치사회의 특징이다.

그러므로 그들이 쌓은 지위나 소득, 명성 등을 시기하거나 매도하기보다는 그들도 법 앞에 평등한 소수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처벌할 일이 있다면 법에 따라 처벌해야지 감정적으로 비판하거나 법을 벗어난 방법으로 처단해선 안 된다. 사회 정의가 흔들리지 않고, 사회 질서가 원칙에 의해 바로잡히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이분법적 시각을 버리고, 소수를 억압하지 않아야 한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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