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해지는 보험사기, 가벼워지는 처벌
#지난해 3월 보험금을 노린 A씨는 아내 명의로 고액의 사망보험에 가입한 뒤, 승용차를 고의로 후진해 바다에 빠지게 해 아내를 숨지게 했다. 이후 운전미숙에 의한 차량 추락사고로 위장해 보험금을 받으려한 A씨 등 2명이 구속됐다.
#올해 11월 20일 B씨는 캄보디아 출신인 부인을 총 95억원의 사망보험금이 담보되는 다수의 보험상품에 가입했다. 이후 자신의 차량에 부인을 동승시키고 고속도로 갓길에 주차중인 화물차량을 고의로 추돌해 임신 중인 부인을 사망케 해 구속됐다.
▲ 지난해 12월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윤장석 정부합동 보험범죄전담대책 반장이 엄지골절을 산업재해로 위장한 보험사기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보험사기에 사용된 도구들./뉴시스 |
또한 소액의 보험금을 노린 생계형 범죄에서 가족, 친인척 등이 공모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범죄자를 모집하는 등 조직화, 대규모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갈수록 보험사기가 강력범죄로 변모되는데도 처벌은 깃털처럼 가볍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강력한 처벌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0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보험사기 규모는 연간 약 3조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액은 1인당 7만원, 1가구당 20만원에 해당한다.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5190억원, 혐의자수는 7만7112명으로 보험사기 적발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869억원으로 지난해와 견줘 금액으로 11.2%92579억원) 늘었다. 하지만 보험사기 발생규모에 비해 적발비율은 15.3%에 불과하다.
보험사기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야기하는데 그치지 않고 존속살해 등 타인의 생명과 신체를 위해하고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심각한 사회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가 늘어날 수록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선량한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보험범죄가 강력범죄로 전락하면서 윤리 파괴 등 범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심각한 것은 10대 청소년과 노인층이 연루된 보험사기 사건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데 있다. 일례로 오토바이에 나눠타고 좁은 골목에 주정차된 차량을 피해 중앙선을 넘는 택시 등을 상대로 고의사고를 내고 보험금과 합의금 명목으로 총 1억1000만원을 가로챈 10대 청소년 총 23명이 검거되기도 했다.
갈수록 조직화되고 흉악해지는 보험사기는 현재 형법 제347조(사기)에 따라 일반 사기와 함께 처벌하고 있어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형법 제347조(사기)에 따르면,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전국 각급 법원의 보험범죄 판례 총 1017건을 분석해보니 보험사기로 형사처벌을 받은 피의자(1578명)에 대한 선고형은 벌금형 806명(51.1%), 집행유예 415명(26.3%), 징역형 357명(22.6%) 순이었다.
비교적 가벼운 처벌인 벌금형은 증가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처벌이 무거운 집행유예와 징역형은 계속 감소해 처벌이 약화되고 있다. 벌금형의 경우 평균 벌금액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07년 평균 벌금액을 분석한 결과 374만원이었지만 2012년에는 263만원으로 29.6% 줄었다.
유사범죄간 형사처벌의 형평성도 문제다. 벌금형 비율은 보험사기범이 일반사기범보다 2배 정도 높다. 징역형 비율은 보험사기범이 일반사기범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에따라 보험범죄이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형법에 보험사기죄 신설해 처벌하는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 또한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제정도 필요하다.
보험사기의 심각성, 사회적 폐해와 특성 등을 고려할 때 보험사기를 일반 사기와 구분해 보다 강력한 처벌이 바람직하는 지적도 나온다. 조직적 사기의 경우 일반사기에 비해 기본 형량을 1~3년 가중처벌하는 양형기준이 절실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목표 달성을 발표하면서 '비정상의 정상화' 80개 정상화 과제를 선정했다. 10대 분야 핵심과제로 '보험사기 근절'을 채택하기도 했다.
정부의 정상화 과제는 국정운영의 핵심사업인 만큼 범정부 차원에서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을 입을 모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범죄 적발실적은 보험범죄 규모에 비해 여전히 미미한 실절"이라며 "정부와 수사기관의 관심과 더불어 강력한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는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2014 보험범죄방지 유공자 시상식'을 개최했다.
올해로 14회째를 맞은 이번 시상식에는 인천지방경찰청 박종배 경위가 경감으로 특진임용됐다. 경기지방경찰청 윤중환 경위 등 4명이 금융위원장 표창을 수사하는 등 보험범죄방지 유공자 총 117명을 선정·시상했다.
양 협회장은 "보험범죄 근절을 위해 유관기관과의 공조를 강화하는 한편 법과 제도적 개선을 위해서도 지속적인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