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내년 4월부터 시작되는 굵직한 선거 이벤트를 앞두고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4·15 총선을 앞두고 용퇴론에 휩싸였던 86그룹은 외부 움직임을 시작한 반면, 새로운 97그룹은 당의 주류를 이루는 86그룹을 상대로 세대교체에 나섰다.
86그룹은 한동안 당 내에서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지만, 최근 활동을 재개하고 나섰다. 4선의 우상호 의원은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사실상 확정했으며, 3선의 김영춘 국회사무총장 역시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대선 정국으로 이어지는 보궐선거의 전면에 나선 것이다.
김민석, 이광재 의원은 민주당의 정책·정무파트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의원은 민주당 K-뉴딜본부장으로 한국판 뉴딜정책 추진을 조율하고 있으며, 김 의원은 내년 보궐선거 준비를 위해 발족한 선거기획단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지휘하게 됐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인물들은 바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특보를 맡고 있는 임 전 비서실장은 지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남북 도시 간 자매결연 등 교류협력 사업을 추진 중이다. 양 전 원장은 민주연구원장을 지낸 이후 당 안팎의 중량감 있는 인사들과 회동을 갖고 있다.
특히 친문 핵심으로 문 대통령의 책사로 꼽히는 양 전 원장은 최근 차기 대권을 앞두고 제3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여권 인사들을 두루 만났다. 정치권에서는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를 대신할 새로운 후보를 몰색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양강체제를 이루고 있지만, 최근 지지율 정체에 빠졌다. 여기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급부상하면서 당내 일각에서는 양강 체제에 대해 “필승후보로 보기에는 좀 애매하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차기 대선까지 아직 1년이 넘게 남은 상황이다. 언제 어떻게 상황이 바뀔지 예측할 수 없다”면서 “지금의 양강체제가 정체를 보이는 만큼 정권재창출을 위한 대비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내 86그룹이 기지개를 펴면서 이를 뛰어넘기 위한 97그룹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1990년대에 대학생활을 한 70년대생을 가리키는 97그룹의 대표주자는 박용진, 박주민 의원이다.
20대 국회에서 ‘삼성 저격수’로 이름을 알린 박용진 의원은 사립유치원 3법으로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최근에는 기업들의 세대교체를 언급하면서 “정치가 제일 늦다. 정치권도 빨리 세대교체를 통한 시대교체를 만들어가야 한다”면서 직접적으로 세대교체론을 언급했다.
특히 대권 도전을 시사한 이후에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과 조선일보의 공과를 별개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진영을 뛰어넘는 발언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보수층의 지지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박주민 의원은 ‘세월호 변호사’로 주목을 받으면서 20대 국회 입성 당시부터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했다. 20대 국회에서는 초선임에도 민주당 최고위원 득표 1위를 하면서 당내 입지를 다졌고, 21대 국회에서는 당대표에 도전하며 체급을 높였다. 최근에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꼽히고 있다.
당내 한 관계자는 “보궐선거와 차기 대선에서 86그룹과 97그룹이 당내 경선에서 경쟁을 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면서 “결과에 따라 정치권의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이뤄질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