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다빈 기자]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대출길이 막히자 적은 자금으로 주택을 매입할 수 있는 갭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전셋값과 매맷값이 동반 상승하고 전세가율이 두 달 째 오르며 갭투자가 패닉바잉의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다.
2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아파트를 매입한 30대 절반이 갭투자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수도권 연령별 주택거래 현황'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30대가 서울에서 갭투자로 아파트를 매수한 건수가 9398건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30대 서울 아파트 매수 건수는 2만360건으로, 이 중 갭투자 건수는 50.3%에 달한다. 취합된 갭투자 수는 자금조달계획서에 '보증금 승계 거래 중 임대 목적 매입'을 기입한 경우를 집계한 수치다.
지난 달 연령별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 중 30대의 비중은 38.5%로 가장 컸다. 30대 비중은 7월부터 33.4%, 36.9%, 37.3%로 꾸준히 커지고 있다. 이는 지속해서 동반 상승하고 있는 서울 아파트 전셋값과 매맷값이 젋은 층의 매수심리를 자극해 나타난 패닉바잉으로 해석되고 있다. 20대 아파트 매입자 비중 역시 전달보다 25% 급증한 2848건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30대를 중심으로 눈에 띄게 늘어난 갭투자의 양상이 기존의 투기 목적과 다르다고 보고 있다. 기존의 갭투자는 적은 초기 자본으로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한 후 매도할 때 시세 차액을 얻는데 목적이 있었다.
반면 최근에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추후 실거주를 목적으로 갭투자를 감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달 서울 아파트값은 9.1% 상승했다. 경기는 8.6%, 대전 8.3%, 울산 3.7% 등 전국 아파트값이 상승했지만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에서 특히 상승세가 뚜렷했다.
정부의 6‧17 부동산 정책으로 서울 및 수도권 주요 지역이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며 실수요자들의 대출 길이 막혔다. 투기과열지구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는 40%까지, 조정대상지역은 최대 50%까지 제한됐다.
여기에 정부가 1억원 넘는 신용대출로 1년 안에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매입한 경우 해당 신용대출을 2주안에 회수하는 내용의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발표하며 신용대출도 막히게 되자 대출 대신 갭투자가 패닉바잉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세입자에게 반환할 전세금을 마련해야 하고 전세 계약이 끝날 때 까지 실거주가 불가능하다는 큰 단점이 있지만 집값이 고공행진하자 "일단 사두자"는 생각의 '영끌' 갭투자가 늘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올해 초 7억8619만원에서 지난달 8억5695만원으로 뛰었다.
여기에 전셋값 상승세가 계속되며 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인 전세가율이 높아진 점도 갭투자 유인으로 작용했다. 전셋값과 매맷값의 격차가 줄어들면 전세를 끼고 집을 샀을 때 필요한 자본이 줄어든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73주 째 쉬지 않고 상승하고 있다. KB부동산의 월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4.2%로 나타났다. 8월(53.3%), 9월(53.6%)에 이어 2개월 째 상승 중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2개월 연속 상승한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전세 매물 가뭄으로 매수세로 전환한 실수요자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전세를 끼로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정부가 갭투자자들을 부동산 시장을 교란 시키는 주범으로 규정하고 대출 규제를 시작한지 6개월 가량만에 내 집 마련 자금길이 막힌 실수요자들이 대출 대신 갭투자로 집을 사들이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