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에서 환율이 급락하자 평양의 거물 환전상이 처형되는가 하면, 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며 어로와 소금 생산을 중단시키는 등 비이성적인 통치 행위가 나타나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여야 간사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최근 북한 동향에 대해 보고받은 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합리적인 과잉 대응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정보 당국이 김 위원장의 통치 행위에 이상 징후가 있다고 분석할 정도로 북한의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장기 봉쇄정책이 폐단을 불러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은 미국에서 새로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는 것과 더불어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면서 대북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원이 공개한 김 위원장의 ‘비합리적 대응’은 마뜩잖은 이유로 간부를 처형하거나 비이성적인 금지 및 봉쇄 조치로 나타나고 있어 통치자의 분노 조절 장애가 의심될 지경이라고 한 의원은 전했다.
8월 신의주 세관에서 방역 규정을 어기고 물자를 반입한 핵심 간부가 처형되더니 10월엔 북한 환율이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평양의 거물 환정상이 처형됐다. 또 바닷물이 코로나19로 오염될 것을 우려해 최근 어로와 염전까지 금지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북한은 이달 들어 연쇄적인 봉쇄 조치도 발동했다. 이달 1일 혜산을 시작으로 5일 나선, 6일 남포, 20일 평양, 21일 자강도까지 잇따라 봉쇄됐다. 북한 내 식료품 가격이 치솟고 북한 화폐 가치가 폭락하자 다시 활성화된 외화와 식료품 밀반입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북중 교역규모는 지난 1~10월 5억3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고다. 중국에서의 물자 반입 중단으로 설탕과 조미료 등 식료품값이 4배로 치솟은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외부 원조물자마저 차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내 위기의식도 최고조에 달했다는 게 국정원의 분석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위기 상황에 대해 ‘격난’ 표현을 사용해왔는데 월 평균 20회 정도였던 사용 빈도가 10월 이후 월 30회로 증가했다. 11월 들어서는 표현 수위도 점차 높아졌다. 이달 6일 ‘최악의 역경’이란 표현 썼다가 9일 ‘혹독한 격난’, 18일 ‘전대미문의 고난’으로 표현이 점점 격해졌다.
국정원은 내년 초로 예정된 북한의 8차 당대회 연기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준비로 하급당 회의가 지연되고 있는 데다 군중시위와 횃불행진 등 연습도 일시 중단됐다.
그런 한편, 북한은 아직까지 바이든 신 행정부에 대한 입장을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국정원은 보고 있다. 김 의원은 “북한은 과거 미 대선 결과가 확정 뒤 10일 이내 보도했는데 이번엔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 인터넷 선전매체 모두 관련 보도가 없다”며 “북한이 현재까지 신중하고 관망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은 북한이 해외 공관에 ‘미국을 자극하는 대응을 하지 말라’며 자제령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했다. 김 의원은 “북한이 해외 공관에 미국을 자극하는 대응을 하지 말라며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대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단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국정원은 최근 신포조선소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관련 동향이 파악되고 있으며 군사적 도발도 배제할 수 없다 보고했다. 김 의원은 “미국 대선 전후에 북한이 도발을 안 하고 있는 게 지금이 처음”이라면서도 “바이든 정부에 대해 북한이 내부적인 판단을 내리면 내년 초 8차 당대회를 기점으로 도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북한은 북한이 내년 1월에 개최하겠다고 예고한 8차 당대회에서 열병식을 다시 개최할 예정이라고 국정원이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의 신 행정부에 대해 군사적 과시를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분석도 나왔다.
한편, 국정원은 이번에 “평양의대의 총살 처형은 사실이 아닌 것 같다”며 “평양의대 간부가 입시비리, 기숙사 신청 주민 강제모금, 매관매직 등 이유로 직위 해제되고 지금도 조사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의 건강과 관련해 130~140㎏ 나가는 체중이지만 35세 나이를 생각하면 건강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