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경제원에서는 2014년 산적한 교육쟁점들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교육쟁점 연속토론회를 개최했다. 총 열 두 차례에 걸친 토론의 장을 통해 자사고 폐지와 혁신학교 추진의 문제점, 교육내용의 좌편향, 학생인권 조례의 문제 등 구체적인 교육현장의 문제들을 짚고자 했다. 자유경제원은 연속토론회를 마무리하면서, 관련 전문가와 시민운동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토론하는 <2014 자유경제원 교육대토론회- 흔들리는 교육,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를 9일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했다. 아래 글은 패널로 참석한 황영남 영훈고등학교 교장의 토론문 전문이다. |
우리나라 공교육 현황과 개선 과제
우리나라의 공교육은 지난 반세기 동안 오늘날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발전하는데 원동력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그러나 공교육의 이러한 눈부신 기여에도 불구하고 항상 개선과 혁신의 대상이 됨으로써 사회적 문제의 중심에 놓여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공교육에 대한 진단은 굳이 교육전문가가 아닐지라도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나름의 의견을 제시할 정도로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백가쟁명식의 진단과 해법이 우리나라 공교육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원천이 될 수도 있지만 교육정책의 갈지(之)자 걸음을 야기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공교육의 바람직한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공교육 현장에 대한 현주소를 정확하게 아는 일을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그 문제점이 드러나고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간략히 문제점과 개선과제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 '2014 자유경제원 교육대토론회- 흔들리는 교육,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토론회 전경 |
첫째, 우리나라의 공교육은 정부와 교육감의 집중적 통제가 강하다.
지식정보화, 세계화, 개방화 시대인 21세기에 들어서도 정부 혹은 교육감의 학교에 대한 지침과 간섭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학교의 자율성보다는 관 주도의 교육 관행에 대한 믿음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바뀌거나 교육감이 바뀌면 교육정책이 개혁이란 이름으로 달라진다.
교육의 주체들인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나 학교 현장의 필요에 의해 정책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포퓰리즘과 보여주기식 실적위주의 정책들이 남발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교육정책들이 학교 현장의 자율성을 통해 창의력과 혁신을 추구하기보다는, 관료적 통제를 통해 규격화, 획일화를 꾀하는 모습이 된 것이다.
둘째, 우리나라 공교육은 자기혁신 능력이 크게 약하다.
학교교육이 새로운 시대 변화에 따라 자기 쇄신과 발전을 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공룡같은 몸짓을 지니고 기득권 보호에 앞장서 온 우리나라 학교는 그렇지 못하다. 개인, 기업, 국가들도 시대 변화에 적극적으로 부응해야만 살아남거나 발전할 수 있는데, 학교는 외부세력의 웬만한 압력에도 변하지 않는 폐쇄성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교육의 특수성이란 울타리 속에서 교육청이나 교원들 모두가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기도 하지만 수시로 변하는 교육정책이 이런 경향을 야기한 측면도 있다.
셋째, 학교 교육의 책무성을 검증하거나 개선하는 시스템이 부족하다.
학부모, 학생, 지역사회가 학교에 물을 수 있는 통로인 학교 선택권과 평가권, 교원평가권 등에 대한 참여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잘하는 학교(교원)에 대한 보상과 부족한 학교(교원)에 대한 처벌이 어렵게 되어 있다. 개별 학교들이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도록 유인하는 정책들이 제시되어야 하는데, 학교들 간의 경쟁을 촉발하기 위한 어떤 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학교 교육의 다양성과 질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학교의 개방화, 민주화, 투명화, 자율화가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즉 학교 교육도 수요자인 학생, 학부모, 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성과를 측정 가능해야 하고, 지속적으로 그 향상도을 점검할 수 있도록 운영되어야 하는데 이런 측면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 현재의 공교육은 교육감들의 ‘정쟁의 도구’로 전락한 실정이다. 11월 15일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바른사회시민회의 회원들이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 계획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넷째, 우리나라 학교 교육의 효율성이 무척 낮다는 점이다.
OECD 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지식형성을 위한 자원투입은 많은 반면(지식투입지수, 선진국대비 90.2%), 지식형성을 위한 지식확산 및 활용(지식과정지수)과 지식의 산출성과(지식성과지수)는 각각 45.9%, 30.0%로 나타나 그만큼 우리나라 교육에 낭비와 비효율이 많다는 것이다.
특정 직종(의료계, 법조계 등)에 고급 두뇌의 집중 현상이 심하고, 입직 연령이 27.2세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으며, 청년층(15-24세)의 경제활동 참가율(31.4%)이 OECD 평균(51.7%)보다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 그리고 산업인력 수요와 교육인력 간의 수급 불일치가 심하게 나타나는 것은 우리 교육의 비효율을 객관적으로 증명해 주고 있다.
공교육과 비교해 본 사교육의 특징
우리나라 사교육의 최근 경향은 총사교육비 규모 및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2007년 통계조사 실시 이후 2011년부터 감소 또는 보합 상태를 보이고 있다. 2010년 통계청의 사교육비 조사결과, 총 사교육비는 2009년 21.6조원에서 2010년 20.9조원으로 3.5% 감소했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09년 24.2만원에서 2010년 24만원으로 0.8% 감소했다.
이것은 정부에서 시행한 다양한 공교육 내실화 정책의 성과로 보기도 하지만 학생수 감소로 인한 결과가 주된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초·중·고 학생수가 2010년 21만 1천여명 감소한 데 이어 2011년에도 약 25만명 감소했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감소세가 예상된다.
그 동안 정부에서는 공교육 내실화를 위해 방과후학교 참여율을 높이고, 고교 입시제도를 개선하여 중학생 사교육비를 감소시키며, 사교육절감형 창의경영학교를 확대하고, EBS수능강좌를 통한 사교육 대체서비스를 제공하며, 학원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등의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2012년부터 전면 시행된 주5일수업제에 따른 학원 주말반 활성화로 교과관련 사교육이 발생하고, 대학입시에서 고교내신이 중요해짐에 따라 내신용 사교육이 만연하며, 선행학습금지법 제정은 오히려 사교육에 날개를 달아주게 되었고, 변화된 입시제도에 따른 진학컨설팅이라는 새로운 사교육 등장하는 등 사교육 증가 요인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지금까지 다양한 형태로 추진되어 온 공교육 내실화 혹은 활성화 정책은 일정한 영역에서 사교육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었지만 새로운 측면의 사교육 등장을 야기했다는 것이 경험적 실증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그렇다면 사교육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여 공교육의 대체재 혹은 보완재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교육의 경쟁력이 어디서 오는지, 왜 학생과 학부모가 사교육에 대한 의존을 포기하지 않는지 등을 분석해 보면 공교육 개혁을 위한 정책 수립에 많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사교육의 특징을 간단히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 2014년 9월, 선행학습금지법이 전면적으로 시행되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공약 중 하나로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규제에 관한 특별법(선행학습 금지법)'이라는 이름으로 제정되었다. 관료들이 학생들에게 공부를 잘하라고 격려해도 시원찮을 상황에, 오히려 공부를 못하게 막고 있다. 아이들 공부시키는 것까지 공무원들의 지시와 간섭을 받아야 할까. |
첫째, 사교육은 개인별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
사교육은 개인의 수준과 능력에 따른 교육활동이 이뤄진다는 믿음을 수요자가 갖고 있다. 실제로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더라도 소수가 수준별로 집단을 이뤄 교육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학력향상에 대한 기대를 갖는 것이다.
반면에 공교육에서는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더욱 매력이 있는 것이다. 공교육에서는 학력에 의한 학생선발, 수준별 학급편성, 소수학급 운영 등은 여러 가지 현실적 제약 또는 교육적 논란으로 인해 불가능하다. 몇 과목의 수준별 이동수업은 권장하고 있으나 이것도 효용성을 담보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둘째, 사교육은 언제든지 선택할 수 있고, 그만 둘 수 있다.
사교육은 학생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 개방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언제든지 중단함으로써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러한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은 사교육 입장에서는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교육은 본질적으로 수요자의 선택을 할 수 없도록 구조화 되어 있다. 학생 학부모의 선택권은 극히 제한되어 있고, 교육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 중단하거나 책임을 물을 장치도 없다.
셋째, 사교육은 필요에 따른 교육서비스 제공이 차별화 된다.
사교육은 수요자의 요구에 따라 학력향상, 특기개발, 스펙관리, 학습컨설팅, 진로진학설계, 돌봄기능 등을 다양하게 제공하는 등 목표에 따라 맞춤형 교육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것도 더욱 세분화 되어 각 분야별 전문성을 확보하거나 차별화된 교육이 가능도록 준비되어 있다.
비록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기꺼이 이런 사교육을 선택하는 이유가 필요한 교육을 제공받는다는 믿음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교육에서 이런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교육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다.
넷째, 사교육은 사회변화 특히 입시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사교육은 대입에서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자마자 진학컨설팅이 등장하듯이 사교육은 사회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적응한다. 이런 변화에 필사의 노력이 수반되고 익숙해야만 생존이 가능하고 성장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가 새로운 학생 학부모의 요구를 주도적으로 창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교육은 필연적으로 사회의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한다. 몸체 자체가 큰 탓도 있지만 교육의 보수성을 지키려는 의무 때문이기도 하다. 공교육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교육활동을 체계적으로 실행해야 한다는 사명이 있다. 그러므로 사회변화에 맞춰 흐름을 따라가지만 적극적 능동적 변화를 보이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
▲ 11월 3일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서대문독립공원 독립문 앞에서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 소속 학부모들이 '자율형사립고 지정취소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
바람직한 공교육의 개혁 방안
우리나라 공교육은 여전히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런저런 문제들을 지적하고 개혁을 얘기하는 것도 교육에 대한 사회의 기대와 희망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공교육은 발전적으로 변해야 하고 단점을 보완하며 장점을 계승하도록 해야 한다. 앞에서 사교육의 특징을 살펴보며 공교육의 한계를 지적하고 제시했듯이 공교육의 바람직한 미래를 위한 제언을 다음과 같이 제안해 보고자 한다.
첫째, 공교육의 혁신과 다양성을 위해 사학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특히 공교육의 40%가 넘는 사학에 대해서 그 설립목적에 따라 자율적으로 경영될 수 있도록 국가의 통제와 지원을 가급적 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도록 권장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사학은 생존을 위해 치열한 노력을 하게 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다양성이 확보될 수 있다. 나아가 사학의 이런 노력은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고 또한 국・공립의 변화도 경쟁적으로 견인하게 될 것이다.
둘째, 학교에 대한 학생 학부모의 교육 선택권을 전면 보장해야 한다.
공교육 중에서 무상으로 제공되는 국・공립과 유상으로 제공되는 사립이 병존하며 서로 선택받을 수 있도록 경쟁할 수 있어야 교육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 학교를 선택하거나 교육과정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로 공교육이 제시고, 학생, 학부모는 특성과 여건에 따라 교육선택권을 보장받는다면 자연히 공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게 될 것이다.
셋째, 교원에 질을 높이기 위해 인사행정과 연계된 평가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교원평가를 통해 교원의 전문성을 확보함은 물론 평가 결과에 따른 조치가 인사행정과 연계될 필요가 있다. 우수한 교원에 대한 보상과 부족한 교사에 대한 불이익 처분 등의 인사행정으로 뒷받침되어야만 교원의 생산적인 경쟁이 유발할 수 있다. 지나친 경쟁은 오히려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지만 적절한 수준의 보상과 교정시스템의 구축은 공교육의 질과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넷째, 지역간 교육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공교육의 책임을 국가와 시・도에만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기초자치단체와 지역사회로 확대함으로써 전반적으로 교육에 대한 투자와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의 교육참여 확대를 경쟁적으로 유도하면 지역에서 이뤄지는 공교육의 다양성과 책무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지역사회의 특성과 여건에 맞는 공교육 서비스가 이뤄짐으로써 공교육에 대한 신뢰와 친근감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 '2014 자유경제원 교육대토론회- 흔들리는 교육,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황영남 영훈고등학교 교장 |
다섯째, 국가의 미래를 위해 국제적 교육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소양과 글로벌 역량을 갖춘 유능한 인재를 양성도록 노력해야 한다. 외국어 활용 교육과 다문화 이해를 위한 교육, 그리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교육 등에 노력함으로써 국가를 넘어 세계와 더불어 발전하는 글로벌 인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섯째, 학생의 학습권 보장에 차별이 없어야 한다.
미래사회의 주인공들인 학생의 학습권은 정치적 경제적 혹은 그 어떤 차별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학생에게는 시간적 공간적 제약없이 학습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시스템을 갖추고 지원해야 한다. 교육이 최고의 복지라는 관점에서 지원이 필요한 학생에게 적절한 지원이 적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일곱째, 바른 인성과 가치관을 지닌 공익적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원리를 존중하면서도 이웃과 환경에 대한 따뜻한 온정을 지니고 있는 바람직한 인간을 위한 교육을 우리는 지향해야 한다. 자신만을 위한 인재가 아니라 사회적 공익을 먼저 중시하는 인재를 키워야 한다. 우리 사회의 유대를 강화하고 수준 높은 시민의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공교육의 기초를 튼튼히 다져갈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기저를 토대로 공교육의 책무성을 높이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된다. 공교육에 대한 개혁 방안을 정부의 독점에서 벗어나 정부와 민간, 교육수요자들이 협력해서 함께 만들어 가는 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교육에 대한 우리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고 국가적 과제들을 추진할 수 있는 국가적 기구를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황영남 영훈고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