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본격적인 시간싸움이 시작했다.
추미애 장관이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집행 정지 명령을 내린지 일주일이 지난 1일, 법조계의 이목은 서울행정법원과 법무부 감찰위원회에 쏠리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조미연 부장판사)는 전날 집행정지 신청 사건을 1시간 동안 비공개로 심문한 후 종결했다. 이르면 1일 판단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법원이 윤 총장 측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더라도 이튿날 벌어지는 검사 징계위원회에서 '해임' 의결이 이뤄지면 윤 총장은 다시 직무배제 상태에 놓인다는 점이다.
법조계는 이와 관련해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지만,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법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는 지점으로 좁혀진다.
법조계는 대체적으로 법원이 윤 총장 측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사안의 시급성을 감안하면 윤 총장이 추 장관 조치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게 명백하기 때문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법원이 윤 총장 측 손을 들어주더라도 추 장관 추천인사가 장악하고 있는 검사 징계위가 이튿날 '해임' 결론을 낼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하고 있다.
대검과 법무부 대부분의 검사들이 등을 돌려 '고립무원'에 빠진 추 장관이지만 지금까지 강행한 전력을 두고 보면 여기서 물러나기 힘들다는 고집이 읽힌다는 분석이다.
특히 검사 징계위가 '해임'을 의결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하고 문 대통령이 이를 수용할 경우, 윤 총장 측은 이를 그대로 수용하거나 물러날 뜻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측 갈등이 더 큰 법정 싸움으로 이어지고 결국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이 법조계 전망이다.
즉각 윤 총장이 '자신에 대한 해임이 부당하다'며 문 대통령 수용에 따른 해임 자체에 대해서도 집행정지 재신청 및 본안 소송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실제로 윤 총장은 전날 열린 법원의 집행정지 심문에서 "정권 비리에 맞서 수사하는 검찰총장에게 누명을 씌워 쫓아내려 한다. 위법하고 부당한 처분을 함으로써 사실상 즉각적으로 해임했다"며 "추 장관 처분을 막지 못한다면 역사적 판단으로 남을 것"이라며 불복 의지를 드러냈다.
윤 총장 측은 전날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도 "윤 총장은 근본적으로 위법한 처사에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법무부가 중징계를 의결해 대통령이 재가하더라도 아무런 얘기 없이 서명만 한다면 그걸 대통령의 의사 표시로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법조계는 대한변협과 평검사 등 검찰 내부 여론이 모두 같은 입장이다.
학계를 대표하는 대한법학교수회 또한 1일 성명서를 내고 추 장관 처분에 대해 "사실인정을 위한 증거수집절차와 적정한 수사권의 행사를 무시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헌법이 정한 적법 절차와 형사법, 검찰청법 등 실정법을 위반했다"며 "검찰총장 직무를 정지시킨 법무부장관의 처분은 위법·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교수회는 이어 "이 처분은 검찰을 수백년전으로 회귀시켜 권력의 검찰로 퇴행시킨 행위로 역사를 거스르는 처사이며 주권자 국민들의 진정한 뜻을 외면하고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파행에 대한 대가는 역사가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직 부장판사는 이날 본지 취재에 "헌정사상 초유의 일인데, 징계사유에 대한 조사 절차를 적법하게 거치지 않았을 뿐더러 명백한 증거 없이 징계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며 "뒤늦게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수사절차 적법성은 심각하게 훼손됐다. 이를 감안하면 윤석열 총장이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절차를 제대로 지켜나간 상황이 아니다"며 "향후 법원과 법무부 감찰위원회, 검사 징계위원회가 어떤 결론을 내더라도 양측 중 어느 하나가 스스로 물러나긴 어려운 형국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분명한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매듭지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자잘한 변수는 남아 있다. 1일 법원이 윤 총장의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거나 검사 징계위 이후로 결정을 유보하면 추 장관에게 힘이 실릴 전망이다. 1일 결론 낼 법무부 감찰위의 권고는 추 장관에게 선택사항이지만 여론에 영향을 다소 줄 것으로 관측된다.
양측이 답을 정해놓은 수평선 싸움이 어떤 결말로 끝날지 주목된다. 하루 이틀을 다투는 시간싸움은 이제 본격적인 막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