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회장이 판공비를 둘러싼 논란이 일자 반박 또는 해명을 위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판공비 셀프 인상은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했고, 법인카드가 아닌 개인계좌로 판공비를 받아 사용한 것은 관행이어서 잘못된 일일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대호는 2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 보도를 통해 불거진 선수협회장 판공비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시간을 가졌다.
전날(1일) SBS 뉴스에서는 이대호가 지난해 선수협회장에 취임한 뒤 회장 판공비를 기존 3000만원(실제로는 24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인상했고, 이를 개인계좌로 받아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보도 후 역대 FA 최고 몸값(4년간 150억원)을 받은 이대호가 선수협회장으로서 판공비를 스스로 과하게 인상한 것을 두고 논란이 크게 일었다. 선수협회비는 최저연봉자들 포함 프로야구 전체 선수들 연봉의 1%씩을 갹출돼 조성되는데, 한꺼번에 두 배 이상 회장 판공비를 올린 것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 컸다.
또한 법인카드를 쓰지 않고 사용처 확인이 힘든 현금을 개인계좌로 받아왔다는 것도 불투명한 판공비 집행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이대호는 우선적으로 판공비 증액 시점이 자신의 회장 취임 전이었다며, '셀프 인상'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대호는 자신이 회장으로 선출되기 전 선수협 이사회에서 약 2년 간 공석이었던 회장을 선출하기 위해 선수들이 맡기를 꺼리는 회장직에 힘을 실어주고자 판공비 인상을 결정했다는 것.
선수협에 따르면 임시 이사회가 열린 것은 2019년 3월18일이었다. 당시 모인 30명의 선수들은 모두가 마다하는 회장을 뽑기 위해 판공비를 증액하자는데 뜻을 모았고, 논의 결과 기존 2400만원이던 회장 판공비를 6000만원으로 늘렸다.
이대호는 이후 3월19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된 선수들의 선거를 통해 회장으로 당선됐다.
이대호는 "만일 선거에서 내가 아닌 다른 선수가 당선됐다면, 그 선수가 (인상된) 판공비를 받았을 것이다. 당시 누가 당선될 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다. 내가 내 이익을 위해 판공비를 스스로 인상한 것은 아니다"고 셀프 인상 논란에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회장 판공비 인상을 이대호가 먼저 제안했으며, 1억원까지 올리자는 주장을 했다는 일부 보도도 있었다. 이대호 자신이 회장으로 당선될 것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에 그는 "솔직히 회장직 생각이 없었다. 내가 당선될 줄 알았다면 그런 말도 꺼내지 않았을 것"이라며 "회장이 되면 좀 더 대우를 받자는 의견을 냈던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판공비를 계좌(현금)로 받아 개인 용도로만 사용한 것처럼 비춰지고 있는 데 대해서는 억울하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이대호는 "역대 회장 및 이사진에게 지급되는 비용을 판공비로 명명했지만, 보수 및 급여로 분류해 세금 공제 후 지급하고 있다"면서 "판공비 외의 별도 수당은 전혀 없다"고 판공비라는 것이 사실은 회장 활동에 대한 보수나 마찬가지인 점부터 강조했다.
이어 이대호는 "받은 돈은 (선수협 업무차) 서울을 오가고, 회의하고, 선수들 만날 때 밥값 등으로 썼다. (세금을 제하고) 한 달 400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인데 부족하진 않았던 것 같다"고 사용처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판공비를 법인카드가 아닌 현금으로 지급된 것을 두고는 "법인카드는 아예 없었다. 관행이라 몰랐다"면서 "계속 그렇게 해왔기에 따라가고 있었다. (선수협)초창기인 20여년 전부터 그랬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하면서 "선배들의 판공비 논란이 전혀 없었기에 전혀 생각도 못했었다. 이렇게 문제가 됐다면 고쳤을 것이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대호는 내년 3월까지 임기가 남았지만 이미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그는 차기 회장의 보다 투명하고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논란이 된 일부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판공비 액수 6000만원 유지 여부에 대해서는 이사들과 상의해 보겠다고 했다.
끝으로 선수협회장을 하면서 느낀 애로 사항을 밝힌 이대호는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안 좋게 물러나는 것 같아 후배들에게 미안하다. (판공비 의혹) 보도를 접한 뒤 마음이 아팠다"는 심경을 전했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