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에 서있는 항공기들./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내년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표심 잡기가 한창인 가운데 신공항 건설에 관한 각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이와 관련 국토 면적 대비 공항 수가 과다해 혈세 낭비 논란도 커지고 있다.
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여야는 최근 가덕도 신공항과 관련해 각각 특별 법안을 제출했다.
지난달 20일 박수영 의원을 비롯한 부산 지역 국민의힘 15명은 '부산가덕도신공항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이들은 발의 배경으로 "부산광역시·울산광역시·경상남도 800만여명 국민들의 염원이던 신공항 건립이 20여년 넘게 추진되지 않아 국가·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초래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토 균형발전론과 여객·물류 복합 기능을 맡을 관문격 공항이 필요하고 김해국제공항은 24시간 운영이 불가해 국제공항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질세라 지난달 26일 한정애 의원을 대표 발의자로 해 총 138명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당은 "동남권 항공물류 99%가 인천국제공항에서 처리돼 연간 물류비만 7000억원이 들어간다"며 "수도권-지방 간 상생·균형 발전과 지방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관문 공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덕도를 꼽은 배경으로 민주당은 "장애물이 없고 중장거리 운항에 제한이 없어 안전성·확장성·접근성 등을 모두 갖췄다"고 평가했다.
양대 정당이 가덕도 신공항을 밀어부치는 이유는 전임 오거돈 부산시장이 성추문으로 사임해 내년 4월 중 보궐선거가 있어 표심을 의식한 탓이다.
온도 조절 기능을 갖춘 특수 화물용 컨테이너에 의약품을 싣고 기내에 적재하는 한국공항 직원들./사진=대한항공 커뮤니케이션실 제공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덕도 신공항 건립안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항공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24시간 공항 활성화 자체가 황당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시간대별 이용률을 분석해보면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는 4.1% 수준이고 화물 역시 13.9%에 불과하다"며 김해공항으로도 충분하는 것을 방증하는데 법안을 이렇게 만들어도 되느냐"고 힐난했다.
그는 "국회가 가덕도 공항 타당성이 떨어지니 부산 세계 박람회를 미끼로 들고 나왔다"며 "여수 엑스포와 평창 동계 올림픽은 KTX만으로도 충분히 접근이 가능했던 만큼 부산 신공항은 필요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항공 화물 역시 인천에서는 환적 40%를 빼면 나머지 60%가 순수 발생분"이라며 "가덕도에 신공항을 둔다고 수요가 옮겨가겠느냐"고 질타했다.
경기남부 일부 권역에서 통합 국제공항론이 제기되고 있다./사진=페이스북 페이지 '수원화성군공항의 변화'
경기 남부권역에서도 통합 국제공항을 지어달라는 요구가 생겨나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 관내에는 공군 제10전투비행단이 주둔하고 있다. 거주구역인 인근 구운동·서둔동·곡반정동 등지에서는 전투기 이착륙에 따른 소음으로 꾸준한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수원시는 이웃 화성시 우정읍에 공군 비행장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간척지이기 때문에 피해 최소화가 가능하다는 게 수원시 주장이다.
동탄·병점·봉담 등 화성 동부 주민들도 수원 10전비 비행장발 소음 피해를 받고 있어 비행장 이전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문제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경우 화성시 최다 인구밀집지역인 병점·동탄 등 신도시 여론만 수원시에 유리한 쪽으로 기울 것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수원시가 화성 서부지역은 외면 또는 무시한 채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화성시·우정읍 주민들은 수원시가 일방적으로 이전론을 밀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우정읍 주민들 중 일부인 찬성파는 토지를 보유한 일부 이익단체라는 전언이다. 때문에 수원시는 10전비 이전 사실을 감추기 위해 뜬금 없는 '경기남부 통합 국제공항' 유치 추진에 나섰다고 홍보를 하기 시작했다.
한 술 더 떠 수원시 지역구 국회의원 5명은 국가안보와 균형적인 국토 개발에 있어 국가적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며 지난 2일 주무부처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통합 국제공항 건의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들은 "경기 남부권에는 IT·반도체를 다루는 대기업 공장이 밀집해있어 항공·물류 산업의 메카가 될 것이고 경제 발전·일자리 창출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장밋빛 기대와는 달리 국토부는 인천공항과 김포국제공항 터미널과 슬롯을 확장해 항공 수요에 대응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도 다도해상공원지역에 건립될 예정인 흑산공항 조감도./사진=국토교통부·서울지방항공청 제공
정작 국토부가 경제성이 떨어지는 공항 건립을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공항 추진안이다.
신안군 흑산도의 인구는 4000여명. 이곳 주민들은 "해무(海霧) 탓에 육지로 나갈 수 없다"며 공항 건설을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놓은 공약이자 이낙연 당시 전남지사의 핵심사업이던 이 건은 1833억원 규모다. 그러나 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인 2017년 7월과 2018년 2월, 사업성 검토 자료 보완이 요구됐고, 그해 10월 사업 자체가 중단됐다.
이 사업은 2013년 3월 28일 기획재정부 '흑산도 소형공항 건설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편익비용비율(B/C)값이 4.38로 나와 조작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100원을 투자하면 438원을 벌 수 있다는 의미다.
이 B/C값은 시간이 감에 따라 점점 낮아지고 있다. 2017년 7월 서울지방항공청의 '다도해 해상국립공원계획(변경) 보완서'에 따르면 국토부는 2013년 3월 기재부 예타 심사 통과 시 제시했던 값보다 40% 낮은 2.6을 써냈다. 흑산공항 경제성이 과장됐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2018년 재보완 계획서에선 B/C값이 1.9로 또 내려갔고 이후 '흑산공항 현안사항 검토보고'에 나온 8개 시나리오상 가장 보수적인 수치는 0.78이 나왔다. 수익성이 아닌 정치적 이유로 흑산공항을 짓는다는 게 명백해진 셈이다.
국내에는 8개 국제공항을 포함, 전국적으로 16개 공항이 있다. 광주·전남권에는 이미 무안공항과 광주공항이 존재한다. 산술 평균 1개 광역자치단체당 공항이 1개소씩 있는 셈이다.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나머지 공항들은 한국공항공사가 관리한다. 이 중 상당수가 적자를 보고 있어 정치적인 이유로 공항이 더 지어질 경우 혈세가 더 낭비될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업계 한 전문가는 "고속버스터미널 수준으로 공항들이 난립하게 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철저히 경제성에 입각한다면 경기남부 국제공항이나 새만금 국제공항은 지어져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