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신라호텔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 오히려 회원 등급 산정 기준을 강화하고 나섰다. 글로벌 체인 호텔들이 코로나19 시국에 멤버십 등급 기준을 대폭 낮추면서 호텔로 고객을 유인하고 있는 가운데, 신라호텔의 행보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많은 신라호텔 고객들이 '개악'이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그러나 신라호텔이 코로나19에 오히려 내국인들이 선호하는 호텔임을 입증한다고도 해석될 수 있다.
8일 신라호텔 등 업계에 따르면 신라호텔은 최근 호텔 부문 통합 멤버십인 '신라리워즈'의 회원 이용약관 세부 내용을 개정했다. 최고 등급인 다이아몬드 획득 기준을 대폭 강화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메리어트와 하얏트, 힐튼 등 글로벌 호텔 체인들이 코로나19로 회원 등급 산정 기준을 대폭 낮춘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2015년 7월 출시된 '신라리워즈'는 서울신라호텔과 제주신라호텔, 전국 12개 신라스테이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무료 통합 멤버십으로, 국내 토종 호텔 브랜드 멤버십 성공사례로 안착했다. 롯데호텔과 워커힐호텔 등에도 멤버십 제도를 운영하지만, 신라호텔처럼 성공하지는 못했다.
이번에 개정된 약관을 보면 기존 실버, 골드, 다이아몬드 총 3단계에서 브라운, 실버, 골드, 다이아몬드 총 4단계로 나눴다.
특히 기존에는 숙박횟수와 숙박금액, 식음 횟수, 식음 금액 등을 모두 고려해 등급을 산정했는데, 개정안은 다이아몬드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연간 50박이나 20만 포인트를 획득해야 한다.
숙박 이용 횟수와 식음업장 이용횟수는 등급 실적에 반영하지 않는다. 숙박 이용 횟수와 식음업장 이용 횟수가 등급 실적에 반영되면서 10박을 투숙하더라도 1박씩 나눠서 예약한다거나, 패스트리부티크에서 빵 한 개를 사더라도 실적에 반영되는 등 여러 부작용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또 이런 멤버십 산정 기준을 악용해 다이아몬드 회원 등급을 획득하는 고객이 늘어난 점도 약관을 개정한 배경 중 하나이다.
따라서 내년부터 신라리워즈 실버나 브라운 고객이 다이아몬드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연간 세금, 봉사료를 제외하고 700만원 가까이 소비해야 한다.
이에 대해 신라호텔 측은 "신라리워즈를 론칭한지 5년이 된 만큼 기존의 미흡했던 제도를 개선하며 글로벌 호텔 멤버십 스탠다드로 나아가는 과정의 일부"라며 "이번 승급 점수 기준은 기존 다이아몬드, 실버 회원들의 기존 점수를 바탕으로 책정됐기 때문에 충성고객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신라리워즈 고객들은 '개악'이라며 신라호텔을 비판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회원에게 제공했던 생일 케이크까지 없앤 것은 너무하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신라호텔은 생일 케이크 대신 다이아몬드 회원에게 10만 포인트를 제공한다.
한편 글로벌 체인 호텔들이 코로나19로 등급 기준을 대폭 완화하며 고객들을 호텔로 유치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데 반해, 신라호텔 등급 기준을 강화한 것은 그만큼 내국인 충성고객이 많다는 증거일 수 있다.
서울신라호텔과 제주신라호텔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내국인 고객들이 꾸준히 방문해 국내 특급호텔 중 가장 높은 객실점유율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3분기 호텔신라의 호텔사업부는 120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0.0% 감소하는데 그쳤다. 호텔업계에서 가장 양호한 수치로 파악된다. 증권가에서는 호텔신라가 3분기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기록해 4분기에는 흑자전환이 기대된다고 봤다.
반면 신라호텔은 많아진 신라리워즈 다이아몬드 회원을 흡수할 만한 프라퍼티가 몇 개 없다는 약점도 드러냈다. 신라호텔의 특급호텔은 서울과 제주, 베트남 다낭의 신라모노그램이 유일하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