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9일 국보 제180호 ‘세한도’를 국가에 기증한 손창근 선생을 청와대로 초청해 국민을 대표해 감사의 뜻을 전하고, 환담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환담은 손창근 선생이 8일 문화재청이 주관하는 ‘2020년 문화유산보호 유공 포상’에서 최고영예인 금관 문화훈장을 받은 것을 계기로 마련됐다.
환담회에는 손창근 선생을 비롯해 자녀인 손성규 연세대 교수 내외, 박양우 문체부 장관,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참석했다.
손창근 선생은 2018년과 2020년 두차례에 걸쳐 추사 김정희의 걸작인 ‘세한도’를 비롯해 총 305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고, 부친인 고 손세기 선생은 1974년 서강대학교에 200점을 기증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세한도’에 대해 무가지보(無價之寶), 즉 가격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귀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세한도'(국보 제180호)를 기증한 미술품 소장가 손창근 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정숙 여사, 문재인 대통령, 손창근 옹, 손성규(손창근 옹 아들)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고두연(손창근 옹 며느리) 씨. 2020.12.9./청와대
문 대통령은 “세한도는 그림 자체가 당시 제주도 유배 중이던 추사 선생의 고고한 선비 정신, 기품이 잘 표현되어 있다”며 “그리고 제자인 이상적에게 주는 글은 ‘정말 추운 한겨울이 되어서야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말로 감동적이어서 명필과 그림이 일체를 이루어서 최고의 명품이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환담에서 2대를 이어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자식만큼 소중히 여긴 최고의 애장품 ‘세한도’를 조건없이 국민의 품으로 기증한 손창근 선생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 ‘세한도’ 속 소나무와 손창근 선생의 문화재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에게 따뜻한 희망과 위로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창근 선생의 아들 손성규 교수는 “‘세한도’가 1844년 세상에 나왔다. 지금까지 세한도 176년 역사 중 저희 가족이 50년 동안 잠시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국민의 품으로 다시 되돌려 드리는 일을 아버지가 잘 매듭지어 주셨다. 기쁘다”면서 “대통령 말씀처럼 이렇게 힘든 과정을 겪고 있는 국민께 ‘세한도’가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정숙 여사는 “일반 가정집에서 옛그림을 오랫동안 보관하는 게 너무 어려운데, 이렇게 훌륭하게 남겨 주셔서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손창근 선생 가족에게 귀한 뜻을 잊지 않겠다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장무상망’(長毋相忘) 글귀를 비단천에 자수로 새긴 선물 등을 전달했다. 세한도 오른쪽 하단에 찍힌 붉은 인장 글씨인 ‘장무상망’은 ‘오래도록 서로 잊지 말자’는 뜻을 담고 있다.
‘세한도’는 추사 김정희가 힘들고 어려운 세한의 시기 가장 힘이 되어준 제자이면서 벗인 이상적에게 고마움을 담아 그린 그림이다. 임세은 청와대 부대변인은 코로나로 지치고 어려운 시기에 서로 이웃을 배려하며 성숙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 국민들에게 한겨울에도 변치 않는 푸르름을 보인 우리의 국보 ‘세한도’가 큰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