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삼성전자가 홈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며 마이크로 LED TV를 선보였다. 지금까지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를 적용한 디스플레이는 가정용 TV로 구현하기가 어려웠다. 무기물 자발광의 미래형 디스플레이로 주목 받고 있지만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LED를 제한된 공간에 실장하기가 어려웠다.
삼성전자도 그동안 마이크로 LED 기술이 적용된 디스플레이를 '더 월' 등의 이름을 붙여 B2B용으로만 판매했다. 146인치가 최소 사이즈였다. 지난 10일 삼성전자는 마침내 '마이크로 LED' 뒤에 'TV'라는 단어를 붙였다. 가정용 TV에 마이크로 LED 기술을 본격 도입하겠다는 신호탄이다.
삼성전자의 110인치 마이크로 LED TV /사진=미디어펜
삼성 디지털프라자 강남 본점에서 마주한 110인치 마이크로 LED TV는 화질과 몰입감, 크기에서 기존 TV를 압도했다.
TV에서 재생되고 있는 영상은 자발광 디스플레이의 장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까만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은 쏟아질듯 했고, 들판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들은 손에 잡힐 듯 느껴졌다. 컬러필터를 사용하지 않아 좌우 어느 각도에서도 원본 영상의 색 왜곡이 없었다.
마이크로 LED TV는 기존 디스플레이의 모든 장점을 아우르고 있었다. 밝은 부분은 더 밝았고, 어두운 장면은 검정색 잉크 같은 블랙을 보여줬다. 지금까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는 밝기가, 액정표시장치(LCD) TV는 명암비가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삼성전자의 마이크로 LED TV는 픽셀 하나에 RGB(레드·그린·블루) LED 소자가 들어간다. 무기물 소재를 사용해 화질 열화와 번인 걱정에서 자유롭다. LED소자의 수명은 약 10만 시간이다.
마이크로 LED TV는 삼성전자 마이크로 LED 기술의 발전 속도도 보여주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 LED 모듈을 결합해 대형 디스플레이를 완성한다. 레고 블록을 이어 붙이는 식이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삼성전자가 공개한 마이크로 LED 제품은 가까이서 자세히 살펴보면 모듈과 모듈 연결 부위가 보였다.
그러나 110인치 마이크로 LED TV는 모듈의 이음부가 구별되지 않았다. 이 제품 역시200여개의 모듈을 이어붙여 만든 TV다. 밝은 화면에서 이리저리 시선을 돌려도 검정색 라인은 눈에 띄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모듈과 모듈 사이에 선이 보이지 않도록 공정 기술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110인치 마이크로 LED TV /사진=미디어펜
앞으로 삼성전자는 다양한 크기의 가정용 마이크로 LED TV를 선보일 계획이다. 내년에는 70인치와 90인치 대 제품이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로 LED TV는 화질과 크기에서 분명한 강점을 보여줬다. 하지만 대중화를 위한 과제도 확인시켰다. 바로 가격이 문제다. 110인치 마이크로 LED TV는 1억7000만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었다. 이는 벤츠 S450 4매틱 롱(1억7270만원)과 맞먹는 금액이다. VVIP들을 타깃으로 마케팅을 하겠다고 했지만 미래 시장 지배력 확대를 위해서는 가격 장벽을 낮출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마이크로 LED TV의 가격 하락 여지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론칭행사에서 최용훈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사업부 부사장은 "소비자들이 마이크로 LED TV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많은 제조사들이 참여하면 가격은 드라마틱하게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