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시스템 반도체의 평면 설계(왼쪽)과 삼성 3차원 적층 기술 'X-Cube'를 적용한 시스템반도체의 설계. /사진=삼성전자 제공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글로벌 D램 시장이 내년부터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런 가운데 내년 중 세계 최초 극자외선(EUV) 공정을 도입한 차세대 D램이 출시되며 시장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그간 시스템 반도체 공정에만 활용하던 첨단 EUV 기술이 메모리 반도체까지 확대 적용됨에 따라 D램 생산성 향상 경쟁과 EUV 노광 장비 확보 전쟁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세계 D램 생산 1, 2위를 점유하고 있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내년부터 EUV 노광장비로 생산한 차세대 D램 공급을 본격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UV 공정은 반도체 포토 공정에서 극자외선 파장의 광원을 사용한다. 기존 불화아르곤(ArF)의 광원 대비 파장 길이가 10분의 1 미만 수준으로 짧아 반도체에 미세 회로 패턴을 구현할 때 유리하다. 또한 성능과 생산성 제고도 기대할 수 있다.
그간 EUV 장비는 대당 가격이 1500억∼2000억원으로 상당히 높았다. 따라서 첨단 미세공정 싸움이 치열한 시스템 반도체 제작에만 사용됐고 메모리 반도체에는 적용되지 않았던 부분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고성능 D램 생산을 위해서는 칩 크기를 축소해 집적도를 높이고 기존 방식이 한계를 보이며 EUV 기술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간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위탁생산을 의미하는 '파운드리'에서 연마한 EUV 미세 공정 기술력을 메모리 반도체까지 확대해 '초격차'를 이어간다는 전략으로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는 지난 3월 1세대 10나노급(1x) DDR4에 EUV 공정을 시범 적용해 고객 평가까지 마친 바 있다. 본격 양산은 내년 하반기 선보일 차세대 D램 'DDR5'와 모바일용 'LPDDR5'부터 적용된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 평택 2라인에서 생산이 이뤄진다.
이 D램은 기존 제품보다 속도가 1.8배가량 빠른 4세대 10나노급(1a)이다. EUV 장비를 쓰면 기존 DDR4(1x)보다 12인치 웨이퍼당 생산성을 2배로 증대할 수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현재 창사 이래 최초로 경기 이천 캠퍼스에 EUV 장비 도입을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삼성과 달리 EUV 장비 사용 경험이 없다. SK하이닉스는 일단 1~2대의 EUV 장비로 내년 하반기를 넘어 양산할 4세대 10나노급(1a) DDR5부터 EUV 기술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그럼과 동시에 생산 효율과 수율(양품율)을 따져보고 점차 활용도를 높여간다 복안을 갖고있다.
D램 생산 세계 3위 미국 마이크론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달리 아직 구체적인 EUV 장비 도입 계획을 공개하진 않고 있다. 그러나 조만간 EUV를 통한 생산 경쟁에 합류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내년부터 2년간 D램 가격이 급등하는 '슈퍼 사이클'이 도래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첨단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D램 개발 경쟁에도 불이 붙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D램은 중앙처리장치(CPU) 등에 비해 가격이 낮아 원가경쟁력 측면에서 EUV와 같은 고가 장비를 도입하는 게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공정 효율을 높여 장비에 투입한 원가를 낮춰야 한다"며 "내년 EUV 도입의 성공 여부가 D램 시장의 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10월 13일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소재 ASML 본사에서 EUV 장비를 살펴보는 모습./사진=삼성전자 제공
고가의 EUV 노광장비 확보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첨단 반도체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파운드리에서 EUV 장비를 쓰는 7나노 이하 미세공정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생산 기업 ASML이 EUV 노광장비 공급을 독점하고 있어 생산에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 EUV 노광장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은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TSMC다. 그 다음이 삼성전자로 양 사가 경쟁적으로 EUV 도입을 늘리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네덜란드 ASML을 방문한 것도 EUV 노광장비를 선점하기 위한 차원에서였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내년 ASML의 EUV 장비 생산능력은 45∼50대 수준"이라며 "이미 40대 정도는 수요가 정해졌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