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대북전단금지법, 바이든과 첫 엇박자 될까

2020-12-15 17:05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남북관계발전법이 여당의 주도로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반발하고 대북전단 살포를 주도해온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가 헌법소원을 예고하는 등 국내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미 의회 일각에서 국내 대북전단금지법 제정을 비판하는 성명이 발표되는 등 공개적인 반발이 나왔다. 공화당 소속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이 “민주주의 원칙과 국제규약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도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라며 같은 목소리를 냈다. 

휴먼라이츠워치 등 300여개 비정부기구를 대표하는 47개 국제인권단체는 15일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공동서한을 보내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참여 등 한국이 북한인권 문제에 전향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대북전단금지법이 북한인권 문제를 내세우는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와 문재인정부 간 이견을 발생시키면서 한미공조에서 첫 엇박자를 낼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현재 미 국무부는 14일(현지시간) 대북전단금지법 처리에 대해 “언급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로 넘어가면서 달라진 입장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이 발의된 것은 지난 6월4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담화를 내고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를 강력 비난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이 법을 ‘김여정 하명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대북전단금지법이 우리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사실 북한은 2011년 2월27일 대북전단 살포 지점에 대해 조준격파사격을 통보한 바 있고, 2014년 10월10일엔 실제로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대북전단이 살포됐던 경기도 연천군에 고사포를 발사했다. 

통일부는 15일에도 대북전단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에 대해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권이 표현의 자유보다 우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는 관련 설명자료를 통해 “표현의 자유도 헌법상 권리지만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안전이라는 생명권에 우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신문이 20일 대남 삐라 제작 사실을 보도하며 전단에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다 잡수셨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2020.6.20./평양 노동신문=뉴스1


통일부는 2014년 남측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에 북측이 고사총 사격으로 대응했던 사례와 올해 6월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 폭파를 언급하며 “대북전단 살포는 북한의 도발을 초래해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안전·재산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남북 간 긴장을 고조시켜 국가안보를 저해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통일부는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이 ‘북한에 한국 드라마 USB 등을 유통하는 행위까지 처벌 대상으로 삼았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제3국을 통해 물품을 단순 전달하는 행위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통일부는 “이번 개정안은 북한의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전단 등을 살포해 우리국민의 생명,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야기하는 행위를 규제하려는 것”이라며 “제3국에서의 대북전단 등 살포 행위는 해당 국가의 법규가 우선 적용될 것이며, 이번 개정안이 적용될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가 대북전단에 대해 북한주민의 알권리를 돕고 이를 위한 탈북민단체의 살포 행위를 표현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일부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사전에 예고되는 등 취지를 의심받아왔으며, 전단 대부분이 남한 지역에 떨어져  폐기물만 쌓았다는 지적도 간과할 수 없다.

여기에 대북전단금지법이 제정된 배경에는 2018년 4.27 판문점선언과 9.19 남북 군사합의가 있다. 남북 정상 합의문에 ‘남북이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다’고 명시한 것을 실천하기 위한 조치인 것이다. 

김여정 1부부장도 6월 담화에서 이 점을 지적하며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보아야 할 것”이라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등을 경고했고, 이후 실제로 개성공단 내 연락사무소가 폭파됐다. 북한은 6월20일 문재인 대통령의 얼굴을 담은 삐라를 만들어 담배꽁초 등을 뿌려놓은 사진도 공개했다.

야당의 ‘김여정 하명법’이란 주장이 틀리지 않은 셈이지만 여당으로선 정상간 약속을 이행해야하는 상황에 놓인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무엇보다 북한이 개성 연락사무소까지 폭파하면서 으름장을 놓는 상황에서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는 급선무다.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대북전단은 군사적 문제”라는 견해가 있다. 하지만 정상간 합의가 국민에게까지 의무를 부여할지 논란도 남아 있고, 그동안 문재인정부가 북한인권 문제에 입을 닫아온 것도 사실이어서 대북전단금지법과 관련해 보다 적극적인 대내‧외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