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덕진 자유경제원 제도경제실장 |
이케아의 규모와 가격에 놀랬던 기억
필자가 이케아를 알게 된 것은 2006년 중국 보험시장을 조사·연구하러 북경에 머물 때였다. 처음에 엄청 큰 가구매장이 있다고 하길래 “크면 얼마나 클까”하고 아무 생각없이 차를 타고 가다가 막상 매장을 보는 순간 입이 쩍 벌어졌다. 처음엔 그저 “중국이 땅 하나는 넓긴 넓구나” 했다. 그러면서 역시 마트도 땅덩이처럼 크게 짓는구나 했다.
나중에 이케아가 중국 토종 대형마트가 아니라 스웨덴에 본사를 둔 DIY(do-it-yourself, 가정용품의 제작·수리·장식을 직접 하는 것) 인테리어 전문업체라고 하길래 더욱 더 놀랬다. 그러면서 오리털 이불이 정말 싸고 좋으니깐 한국 돌아갈 때 구입해 가라고 같이 갔던 지인이 조언해 주었다. 전 매장을 돌아다니면 구경하고 음식도 먹고 나니 하루가 훌쩍 지나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그리고 그 다음해 캐나다에서 연구원 시절 자취방에 필요한 가구 등을 살 때 다시 한 번 이케아를 찾았다. 옆 방 교수가 가구가 사러 같이 가지고 동승했는데 역시 이케아로 차를 몰았다. 조립식 가구라서 차에 싣고 오기가 무척 편했고 외곽 도로 변에 있어서 교통편이 무척 편했다.
그랬던 이케아 드디어 한국에 온다는 소식에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제품으로 주머니가 가벼운 필자에겐 행복감과 만족감을 주었던 이케아의 좋았던 기억이 절로 생각났다.
10초에 한 개꼴로 팔린다는 이케아의 책꽂이 그런 이케아(IKEA)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더 놀라운 것은 아직 국내에 정식으로 문을 열지도 않았지만, 이케아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가구업계가 반대를 하고 물류업계는 내심 반기는 입장을 보였다.
우리나라는 '대기업' 하면 무조건 안 된다는 의식이 머리 속에 박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전 세계 42개국 345개 점포를 운영하며 1300개 이상의 공급업체와 협력하면서 직원 수만 해도 15만 명에 이르는 공룡 기업이 온다는 소식에 관련 국내 업계가 긴장한 것이다.
이케아는 1년 동안 총 7억 7500만 명의 고객이 매장을 직접 방문하고 12억명이 넘는 고객이 온라인 웹사이트를 찾아 연간 매출이 작년 기준 292억유로(약 44조 5000억 원)를 넘겼다. 이케아가 매년 발행하는 상품 카탈로그 부수는 약 2억 권으로 성경책보다 더 많이 찍어내고, 이케아의 최고 인기상품인 책꽂이는 10초에 한 개 꼴로 팔리고 있다.
구두쇠가 창업한 이케아
▲ 광명시 이케아코리아 1호점 투시도
이케아의 창업주인 잉그바르 캄프라드은 구두쇠로 알려져 있다. 캄프라드는 블롬버그 기준 현재 재산이 현재 429억 달러(약 43조 6,700억 원)이 대부호지만 비행기는 이코노미석만 타고, 20년 넘은 구식 볼보를 자가용으로 사용하는 짠돌이로 알려져 있다. 그의 자린고비 생활습관은 지독하다는 평도 나올 정도다.
연금 수급자 증명서를 내보이며 각종 할인혜택을 즐기며 카페에서 나오는 설탕과 후추 봉지를 버리지 않고 집에 챙겨오며 고급 레스토랑보다는 이케아 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대중교통을 애용한다는 것이다. 결국 ‘올해의 기업인상’ 시상식에 참가하기 위해 캄프라드가 식장 입구에 들어서자 관계자들이 막는 웃지 못한 해프닝도 있었다. 왜냐하면 그 날도 버스를 타고 시상식에 도착한 것이다.
낭비는 죄악이고 소통을 강조해
지금 캄프라드는 경영에서 물러나 고문직으로 이케아에 경영 조언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근검절약을 강조하고 있다. 본인의 책인 ‘어느 가구상의 고백’을 통해 ‘이케아에서 낭비는 죄악’이라고 정의했듯이 이케아 경영방식은 남다르다. 창업주가 검소하고 근면하기 때문에 그 정신을 바탕으로 이케아는 싸고 질 좋은 조립식 가구을 판매하는 저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거기에 이케아 직원들은 해외출장 시에도 예외없이 이코노미석과 저렴한 호텔을 이용하고 있다.
캄프라드는 계급이나 위계질서와 같은 수직적 문화를 벗어나 직원들로부터 동료라고 부르라고 한다. 사무실도 칸막이로 나누지 않고 개방되어 있고 임원의 집무실도 앏은 유리벽으로 밖에서 들여다 볼 수 있다. 결국 소통을 강조하고 격의 없이 사업에 대한 토의가 이루지기 쉽다는 것이다.
값 싸고 질 좋은 제품에 소비자는 춤 춰
근면하고 검소하고 유연한 북유럽식 가치관을 반영해 저가 전략을 핵심전략으로 삼고 있는 이케아 한국 상륙은 가구 쇼핑에 큰 변화를 예고할 것이다. 소비자들은 늘 값싸고 질 좋은 제품에 주머니를 열게 된다. 특히 신혼부부 등 젊은 층에서 이케아 브랜드에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기존 가구는 고가 내구재가 아닌 라이프 스타일을 그때 그때 유행에 따라 바꾸는 소모품이라는 개념으로 가구에 대한 개념이 변하고 있는 현상도 이케아는 제대로 간파했다.
결국 싸고 예쁜 조립식 가구의 단순함과 실용성을 갖춘 모던한 디자인을 갖추다 보니 이케아는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2020년까지 한국에 매장 5곳을 열겠다는 이케아가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무조건 반대하는 가구업계는 이케아의 진출을 통해 이케아에서 한국산 가구가 진열되고 오히려 전 세계 이케아 매장에서 한국산 가구가 전 세계인의 집에서 활용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아직 가구분야에서는 대기업이 나오지 않고 있다. 가구업체도 삼성과 현대와 같은 내셔날 챔피언으로 성장해 양질의 일자리도 제공하고 국민경제에 이바지하는 날이 오길 손꼽아 기다려 본다. /송덕진 자유경제원 제도경제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