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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민·정수빈 붙잡아 충성심·팬심까지 붙잡은 두산, '장기계약' 묘수 발휘

2020-12-16 18:07 | 석명 부국장 | yoonbbada@hanmail.net
[미디어펜=석명 기자] 두산 베어스 선수단은 야구를 참 잘한다. 최근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으니, 여러 면에서 가장 야구를 잘하는 팀이라 불릴 만하다.

두산 베어스 구단은 '장외 야구'를 참 잘한다. 좋은 선수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성장시켜 '화수분 야구'라는 칭찬을 듣고 있다. 가성비 면에서 외국인선수 농사도 두산만큼 잘 짓는 팀이 없다. 선수를 보는 안목과 육성 능력 면에서 가장 장외 야구를 잘하는 팀이라 불릴 만하다.

두산이 이번 오프시즌 FA 시장에서도 실력 발휘를 하고 있다. 자체 FA(자유계약선수)인 허경민, 정수빈과 잇따라 계약을 성사시켜 붙잡는데 성공했다. 상당히 좋은 조건의 계약을 해줘 프랜차이즈 스타인 선수들의 충성심을 붙잡았고, 팬심도 붙잡았다. 

두산은 지난 10일 내야수 허경민과 FA 계약을 했다. 계약규모가 파격적이었다. 허경민은  4년간 65억원(계약금 25억원, 연봉 총 40억원)을 받고 이후 재계약을 원할 경우 3년 20억원을 더 받기로 했다. 7년(4+3년)에 총액 85억원의 대박 계약이었다.

이어 두산은 16일 외야수 정수빈과도 FA 계약을 했다. 정수빈은 계약기간 6년에 총액 56억원(계약금 16억원, 연봉 총 36억원, 인센티브 4억원)을 받기로 했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두산이 성사시킨 두번째 내부 FA 계약이다.

두산과 장기 FA 계약을 맺은 허경민, 정수빈. /사진=더팩트 제공



초대형 FA선수가 없고, 코로나19 영향으로 찬바람이 불 것이라던 이번 FA시장에서 두산의 이런 '큰 손(?)' 행보는 다소 의외다. 

올해 시즌이 끝난 뒤 두산에서는 무려 7명의 쏠쏠한 선수들(투수 유희관 이용찬, 내야수 허경민 김재호 오재일 최주환, 외야수 정수빈)이 FA 자격을 획득했다. 모두 핵심 주전급 선수들이고 몸값도 적지 않아 두산이 집토끼 단속을 얼마나 할 지 관심이 집중됐다. 모기업인 두산 그룹이 재정난에 시달리면서 한때 두산 베어스 야구단 매각설까지 나돌기도 했다.

그런 두산이 팀내 FA 선수 두 명을 붙잡기 위해 액면 총액 141억원을 쏟아부었으니 깜짝 놀랄 만했다.

하지만 자세히 따져보면 이는 두산이 '장기계약'이라는 묘수를 적시에 구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동안 일반적이었던 FA 계약 기간 4년 대신 7년, 6년 장기계약을 함으로써 눈에 보이는 계약 규모 자체가 커져 보이는 효과를 낳았다.(4년이 지난  이후 프로야구 시장 상황이나 두산 구단의 형편은 누구도 알 수 없다)  

또한 두산이 허경민과 정수빈에게 안겨준 돈은 분명 거액이지만 내부 FA를 붙잡는데 투자한 것이다. 다른 팀 FA를 데려올 때 발생하는 보상금(보상선수 포함) 등 추가비용이 없다.

허경민과 정수빈이 이제 만 30세인 젊은 선수들이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은 현재 각각 내야와 외야의 주축이고, 향후 몇 년간 역시 핵심 전력일 것이다. 팀을 안정적으로 강하게 유지하는데 필수 자원들이다. 이들의 마음을 '장기계약'으로 붙잡아 팀에 대한 충성심을 더욱 높였다. 둘의 계약을 지켜본 두산 팬들의 팬심 역시 더욱 굳건해졌을 것이다.

여기서 짚어볼 점이 최주환, 오재일의 FA 이적이다. 최주환은 SK 와이번스(4년 42억원)와 계약했고, 오재일은 삼성 라이온즈(4년 50억원)로 떠났다.

두산이 최주환과 오재일까지 비슷한 조건의 계약을 해주고 품으려 했으면 90억원 이상의 돈을 더 풀어야 했다. 두산이 최주환과 오재일에게 어느 정도의 계약 조건을 제시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4년 이상의 장기계약 얘기는 없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최주환은 만 32세, 오재일은 34세다. 나이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들이 타구단과 계약함으로써 두산은 적잖은 보상금을 받게 됐다. 올해 연봉이 오재일 4억7000만원, 최주환 2억7000만원이었으니, 두산은 삼성과 SK로부터 각자 연봉의 200%에 해당하는 보상금(선수 1명씩보상 추가)만 총 14억8000만원을 챙긴다. 정수빈에게 FA계약 보너스로 지급할 16억원을 거의 둘의 보상금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두산이 허경민, 정수빈과 계약에 더욱 공을 들였을 또 다른 이유도 있다. 프랜차이즈 스타성 측면이다. 허경민과 정수빈은 프로 입단 후 지금까지 두산 유니폼만 입고 뛰었고, 7년과 6년 장기계약을 해 아마 두산에서 은퇴할 것이다. 확실한 프랜차이즈 스타다.

최주환 역시 2006년부터 두산 한 팀에서만 뛰었다. 오재일은 현대, 히어로즈를 거쳐 2012년부터 두산에서 뛰었다. 최주환과 오재일도 두산에 몸담은 지 오래됐고, 현재 두산의 핵심 전력이다.

하지만 두산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 경기수에서는 후배인 정수빈(1175경기)과 허경민(1046경기)이 1000경기를 넘은 반면 선배인 최주환(921경기)과 오재일(896경기)은 둘보다 적은 편이다. 두산이 정수빈, 허경민과 더 오래 함께하는 주요 이유가 될 수 있다.

두산의 FA 선수 가운데 이제 4명이 계약했고 아직 3명(유희관 이용찬 김재호)이 남아 있다. 이들의 행보가 어떻게 될 것인지, 두산발 FA 핫이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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