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윤석열 검찰총장 2개월 정직’ 징계안을 재가하면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대 윤 총장’에서 ‘문 대통령 대 윤 총장’으로 갈등 구도가 바뀌게 됐다. 추 장관은 사의를 표명했고, 윤 총장이 집행정지 신청으로 징계 불복 행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윤 총장이 문 대통령에 맞서는 구도에 대해 선을 긋는 모양새지만, 윤 총장 측은 사실상 청와대를 정조준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7일 “(윤 총장이) 행정소송을 낸 것에 대해서 청와대가 따로 입장을 낼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 “피고가 대통령이 아니다. 피고가 행정소송에서 법무부 장관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수세적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윤 총장 측 이완규 변호사는 기자들 앞에서 “대통령 처분에 대한 소송이니까 대통령에 대한 소송이 맞다”면서 “기본 입장은 헌법과 법치주의에 대한 훼손에 대해 헌법과 법률에 정한 절차에 따라 대응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총장에 대해 2개월 정직 처분을 내리면서 추 장관이 사의표명한 것은 윤 총장과 ‘동반 퇴진’을 염두에 둔 것이겠지만 윤 총장이 반발하면서 결국 문 대통령과 정면충돌을 예고하게 됐다.
윤 총장 측의 주장은 국가공무원법 제16조에 따라 징계 제청자인 추 장관이 피고가 되지만 문 대통령의 재가를 통해 효력이 발생했기에 사실상 문 대통령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는 셈이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PG) [김민아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앞서 문 대통령은 현직 검찰총장 징계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검찰과 법무부의 새로운 출발을 기대한다”고 말했지만 의도나 기대와 달리 임명권자로서 검찰총장과 대립해야 하는 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그동안 추 장관 대 윤 총장 갈등을 법무부와 검찰이란 양 조직의 대립으로 볼 수 있었다면 이젠 ‘검찰총장의 임기제’로 보장된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중립성을 놓고 문재인정부에 저항하는 형국이다.
이제 여론의 시선은 법원으로 향하게 됐다. 윤 검찰총장이 받은 정직 2개월 중징계의 효력을 정지할지 여부를 판단할 법원의 심문 기이 오는 22일로 정해졌다.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법원이 심문 당일 결론을 낼 가능성이 있다.
법원이 윤 총장의 정직 처분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할 경우 문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는다. 가뜩이나 콘크리트 지지층마저 균열 조짐이 나타난 상황에서 법원이 윤 총장 편을 들어준다면 문 대통령의 ‘레임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원이 반대로 판단한다면 문 대통령은 본안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한숨을 돌리게 된다. 윤 총장은 본안소송인 처분취소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2개월 정직 상태로 유지된다.
한편, 이미 사의표명한 추 장관의 사표 수리 시점은 윤 총장의 소송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앞서 문 대통령이 추 장관의 거취 결단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말한 만큼 사표가 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앞으로 숙고해 수용 여부를 판단하겠다. 마지막까지 맡은 소임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여 그 시기가 불투명해졌다.
추 장관의 결단에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후임자를 서둘러 찾아 ‘원 포인트 인사’를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굳이 서둘러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연초 개각을 통해 자연스럽게 교체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윤 총장의 소송전이 시작된 만큼 추 장관이 물러나는 시점도 다소 늦어질 수 있다는 견해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