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올 한해 정유사들은 코로나19로 국제유가 급락 및 석유 수요 축소를 비롯한 업황 부진으로 1분기 4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고, 2분기에도 1조원 상당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정제마진이 올 1월 첫째주부터 이번달 셋째주까지 51주 중 2월 둘째주(배럴당 4.0달러)를 제외하면 단 한 번도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하지 못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유부문 수익성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값·수송비·운영비 등을 제외한 중간 이윤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BEP는 4~5달러 수준이다.
특히 글로벌 락다운으로 자동차 교통량이 감소하면서 휘발유·경유 사용량이 줄어들고, 고부가 제품인 항공유 수요가 급감한 것이 치명타로 작용하면서 3월 중순부터 6월 중순과 7월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원유를 정제해서 석유제품으로 판매할수록 손해가 발생했다는 뜻이다.
그나마 최근 백신 출시 및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QE) 기조 유지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국제유가가 7주 연속 상승하면서 정제마진이 소폭 개선된 것이 위안거리로 여겨질 정도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강력한 환경규제로 저유황유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지만, 각국 에너지전환 정책 등으로 가스 공급이 확대되고 저유황유를 사용했던 선박들의 엔진 고장 때문에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과의 경쟁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업계는 정유·석유화학부문 영업이익률을 압도하는 윤활유사업이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아세안·인도 시장을 중심으로 수익성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내년에도 국제유가가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신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역량을 향상시키는 등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소송전을 3년째 이어가고 있으나, 미래 시장을 내다보고 중국·유럽·미국 등에서 생산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옌청 전기차배터리 2공장이 양산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헝가리 코마롬과 미국 조지아 1·2공장도 차례로 양산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충북 증평과 중국(창저우)·폴란드 등 해외공장에서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 생산력도 높여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으로, 한국중부발전 등과 손잡고 폐플라스틱 재생유 활용에 나서는 등 친환경성도 제고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파주 운정신도시에 기존 주유소/충전소에 액화석유가스(LPG) 충전기·세차기·대형편의점 등을 더한 '복합에너지스테이션'을 조성, 토털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향후 전기차 충전시설을 마련하고, 튜닝 특화 정비점 및 모바일 앱 기반 주유 세차 배달 등 새로운 영역으로 서비스도 확대할 예정이다.
공장 보일러 연료를 벙커-C유에서 LNG로 교체하고, 스타트업 투자를 늘리는 등 최근 업계의 부담으로 떠오른 탄소배출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고, 수소·연료전지·리사이클을 비롯한 신사업에도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SK이노베이션 오클라호마 광구·GS칼텍스 여수공장·에쓰오일 RUC·현대오일뱅크 고도화 시설/사진=각 사
GS칼텍스도 현대자동차와 함께 서울 강동구에 휘발유·경유·LPG·전기·수소 등 각종 연료를 충전 가능한 융복합 에너지스테이션을 열었고, 전기차 보급속도에 맞춰 급속충전기를 전국에 추가로 설치하기로 결정하는 등 전기차 생태계 확장에도 나서고 있다.
여수공장 생산에 쓰이는 연료를 저유황 중유에서 LNG로 바꾸고, 폐플라스틱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진 친환경 복합수지 생산량을 끌어올리는 등 자원 효율화 및 탄소저감을 위한 친환경 원료 적용도 확대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남미산 초중질원유 투입량을 경쟁사 대비 높게 가져간 덕분에 '깜짝'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다양한 스포츠 마케팅으로 고객층도 넓히고 있다.
아울러 전기차 충전소 네트워크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주유소 토양오염 방지를 위해 누유감지 시스템을 만들었으며, 정유공장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건축자재와 종이로 전환시켜 수익성과 친환경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백영찬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파라자일렌(PX) 가격이 9개월 만에 톤당 600달러를 회복했고, 내년 1월 중국 춘절을 앞두고 재고확보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PX를 생산하는 정유사들의 내년 1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