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편집국]끝내 쌍용자동차가 생사기로에 서있다.
최악의 자금난을 버티지 못하고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결국 올 것이 온 셈이다. 파국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쌍용차는 지난 15분기 연속 적자의 수렁에 빠졌다. 판매가 급감하면서 만성적인 유동성위기를 겪었다. 연간 판매량은 올해 10만5000대로 지난 2016년 15만5844대보다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매출도 급전직하했다. 올 3분기까지 매출은 2조619억원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의 2조7046억원에 비해 23.8%나 감소했다. 누적적자도 3089억원으로 늘었다. 한해동안에 1200억원이 늘었다.
곳간은 텅비었다. 더이상 빌릴 곳도 없어졌다. 추가로 대출해주는 금융회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만기 도래하는 빚을 갚지 못해 허덕이고 있다. JP모건 등 외국계 은행 600억원을 갚지 못해 디폴트를 냈다. 외국계은행들이 만기연장을 거부하면서 법정관리 카들를 내놓았다. 산업은행도 900억원, 우리은행 150억원의 대출금도 만기가 돌아왔다. 산넘어 산이다.
쌍용차는 자력으로 회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법정관리기간에 지옥의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는 극히 불투명하다. 비록 쌍용차가 법정관리 개시를 3개월간 보류해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이 기간 채권채무를 동결한 상태에서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측과 채권은행들 투자의사를 밝힌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등이 채권채무관계에 극적인 합의나 타협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희망사항’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측은 법정관리 개시 보류기간에 채권자와 대주주등과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새 투자자와의 협상도 마쳐서 조기에 법정관리 취하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측의 의도대로 된다면 소망스럽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법정관리 신청기간에 자동차판매가 더욱 추락할 가능서이 높고, 자금난도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법정관리에 돌입한 쌍용차의 차량을 구매할 소비자들이 얼마나 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수천만대원대 내구재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자동차회사의 신인도와 이미지 재무적 안정, 향후 애프터서비스 문제등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쌍용차의 운명은 향후 3개월에 달렸다. 이 기간에 대주주 마힌드라와 국내외 채권은행간에 채권채무 연장문제등에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청산될 수도 있다. 합의 실패시 법정관리인이 청산가치와 계속기업 가치를 평가해서 폐업의 길을 갈 수도 있다. 반대로 채권자와 주주 임직원등이 손실분담한 후 회생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
쌍용차의 법정관리행은 마힌드라가 자금지원을 중단하면서 예견돼왔다. 마힌드라측은 연초2300억원의 자금지원을 밝혔지만, 코로나상황이 악화하면서 산소호흡기를 거두겠다고 밝혔다. 단지 면피용으로 400억원만 지원했다. 마힌드라도 인도의 자동차시장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자신들의 코가 석자나 되자 쌍용차에 대한 지원여력이 없어진 것이다.
쌍용차가 청산이냐 존속이냐의 기로에 섰다. 자금난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쌍용차는 마힌드라와 채권은행 새 투자자간의 극적인 합의가 없으면 회생가능성이 극히 불투명해진다. 만성적인 자금난에 경쟁력있는 차량미흡, 배터리차 등 미래차 부재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도태위기에 몰렸다.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새투자자의 투자의지등이 없으면 쌍용차는 다시금 법정관리라는 비극의 강을 건너갈 수밖에 없다. 경쟁력을 기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혹하다. /쌍용차
쌍용차는 비극이 반복된 회사다. 그동안 숱하게 주인을 바뀌었다. 마힌드라에게 인수되기 전까지 전투적인 노조가 만성적인 파업을 벌이면서 노사분규가 극심한 자동차회사로 악명이 높았다. 외환위기 때는 대우그룹에 인수됐다가 대우그룹 공중분해로 공도동망했다.
쌍용차는 이후 중국의 상하이기차에 인수됐다. 중국업체는 핵심기술만 빼먹고 수년만에 철수하며 먹튀논란을 초래했다. 상하이기차가 철수한 후 법정관리에 들어간 2009년에는 민노총지부 노조가 평택공장을 불법점거하며 장기간 옥쇄투쟁을 벌였다. 법원은 정리해고를 하라고 명령했다. 회사는 법원의 요구에 따라 정리해고 등 고용조정을 단행했다. 노조가 이를 거부하면서 평택공장 일대를 무법천지로 만들었다.
혹독한 시련과 고난을 겪었던 쌍용차는 2010년 인도 마힌드라 그룹에 극적으로 인수돼 한동안 소형 SUV 티볼리의 인기로 정상화의 꿈을 부풀게 했다. 하지만 최근 신차개발 부진과 현대차와 기아차 등 골리앗들이 경쟁력있는 SUV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쌍용차의 틈새시장은 점점 사라졌다.
자금력이 약한 쌍용차로서는 대규모 연구개발이 부족하고 경쟁력있는 차종도 제대로 없으면서 자동차시장에서 점점 설자리를 잃었다. 시장점유율에서도 르노삼성과 한국GM에게도 밀려 5위로 떨어졌다.
쌍용차의 법정관리행의 본질은 경쟁력의 문제다. 팔리는 차가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코로나와중에서도 제네시스 등 대형차와 소형차, SUV까지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면서 선전하고 있다. 결국 본질은 질좋은 차량이 관건이다.
쌍용차의 회생은 정부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얼마나 개입하느냐에 달려있다. 산은은 일단 900억원의 대출금을 만기연장할 의사를 갖고 있다. 쌍용차가 쓰러지면 대규모 실직자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평택경제가 쑥대밭이 된다. 쌍용차와 1~3차협력업체 임직원까지 합치면 수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를 맞는다. 가뜩이나 코로나재앙으로 일자리재앙이 심각한 상황에서 고용유발효과가 가장 큰 쌍용차를 도태시키는데는 정부나 산은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실제로 문재인대통령은 2018년 4월 인도를 국빈방문할 때 마힌드라그룹회장에게 쌍용차 해고자들을 복직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쌍용차노사는 그해 9월에 해고자 복직에 합의하는 등 문재인정부는 쌍용차 해고자문제에 적극 개입했다. 이는 문재인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인 민주노총의 한상균 전위원장이 쌍용차출신이기 때문이었다. 한씨는 지난해 사면복권을 받아 쌍용차에 복직했다.
제3자인 문재인정부의 개입으로 해고자 복직이 이뤄진 만큼 정부로서도 쌍용차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문대통령은 당시 구속된 한전위원장을 생각하면 눈에 밟힌다고 강조했다. 한씨에 대한 한없는 애정을 밝힌 것이다. 한씨는 박근혜정부시절 광화문일대를 무법천지 아수라장으로 만든 불법시위로 구속됐다가 문대통령의 사면복권조치로 석방됐다.
문제는 정부나 산은이 쌍용차를 지원할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코로나재앙으로 인한 기간산업 지원대상도 아니다. 쌍용차는 그전부터 부실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정부나 산은이 주식을 갖고 있지 않고 있는 것도 국민혈세를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한국GM은 산은이 2대주주여서 증자 등 자금지원이 가능했다.
쌍용차의 미래는 있는가? 극히 불투명하다. 자동차업계는 '카마겟돈'을 벌이고 있다. 내연기관이 퇴조하고, 자율주행차가 급부상하고 있다. 배터리차와 수소차량 등 친환경차량시대를 맞아 미국 일본 유럽과 한국완성차업체들이 최후의 일전을 벌이고 있다. 대규모 연구개발 자금이 필요한 카마겟돈에서 자금력이 취약한 쌍용차가 싸움의 링에 오를 수는 없다. 쌍용차는 전기차를 한 대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래에 먹을 씨앗을 뿌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노사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하고, 팔리는 차를 만들어야 회생의 빛이 비친다. 법정관리 개시 보류기간에 채권자 및 대주주와 임직원이 극적인 합의를 이뤄야 그나마 다시 살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합의에 실패하면 청산으로 인해 본사와 협력업체 임직원 수만명이 길거리를 헤매야 하는 최악의 고용한파가 몰려올 것이다.
정부와 산은은 쌍용차 청산시 대규모 실직과 지역경제에 미칠 악영향등에 대비해야 한다. 쌍용차의 법정관리행을 보면서 다시금 깨닫는 것은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기업은 존속할 수 없는 냉혹한 시장원리를 절박하게 깨닫는다. 세밑에 이뤄진 쌍용차의 법정관리행은 코로나재앙속에서 생존싸움을 벌이는 재계에 우울한 소식이다. /미디어펜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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