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정부가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2021년에 3.2%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객관적인 예상이라기보다는 정부의 정책 효과를 기대하는 사실상의 ‘목표치’라지만, 뜨악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끝낼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하는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지만, 올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게 확실하고, 하루 코로나19 확진자가 1천명 대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지나친 ‘희망고문’을 하는 것 아닌가 해서다.
다른 기관들의 전망치와도 거리가 멀다.
정부 전망대로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이고 내수와 수출이 되살아나 경제가 활력을 회복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없겠지만, 경제는 섣부른 낙관만으로 대하면 ‘큰 일’이 날 것이다. 확장적인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으로 경기가 더는 꺼지지 않도록 불씨를 살리면서, 규제 혁파와 과감한 지원으로 기업들이 뛰게 해야 한다.
도대체 기업들이 뛰지 못하는 데 어떻게 경제가 성장하겠는가?
말로만 ‘혁신성장’을 외칠 것이 아니라, 정부가 먼저 혁신을 해야 하는데, 이번 경제정책방향 내용을 아무리 뜯어봐도, 규제 혁파는 찾아보기 어렵다. 유턴 기업에 대한 지원 강화, 코로나19 상황에서의 기업 사업재편 지원, 5세대 이동통신(5G)과 첨단 반도체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 정도를 겨우 찾을 수 있다.
평년보다 훨씬 적은 수준이다. ‘발상의 대전환’을 통한 창의적 아이디어는 찾아볼 수 없고, 재정을 활용하거나 기존의 지원책을 재탕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돈 풀기를 통한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는 지금의 경제가 그런 정도로 대도약이 될 거라고 보는 지, 묻고 싶다.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차세대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것은 더 중요한데, 그런 것도 찾아보기 어렵다. 과거에 발표한 ‘한국판 뉴딜’에서 한 걸음도 더 나가지 못했다. 한국판 뉴딜을 하겠다면, 적어도 추진방안 보완이라도 해야 한다.
수출 컨테이너 부두 [사진=부산항만공사 제공]
무엇보다 지금의 정부 정책기조는 기업들을 더욱 옥죄기만 하고, 신명나게 하는 것은 찾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이 발표되자,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규제 강화에 따른 기업환경 악화를 우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17일 코멘트에서 “올해 경제는 코로나19로 상당한 피해를 봤지만, 국내외 기관들은 내년 경제의 완만한 회복을 전망하고 있다”면서도, 규제 중심의 입법이 기업 환경을 불확실하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공정거래법, 노동조합법과 입법 논의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기업들의 활력을 위축시키고, 경제회복과 미래 성장 동력 제고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걱정에서다.
경총은 또 “국회를 이미 통과한 법들에 대해서는 경제계 요구를 보완 입법으로 반영하고, 내년 정책기조는 기업하기 좋은 경영환경으로 조성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속 한국경제연구원도 “내년 경제는 올해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 세계 교역량 증가 기대로 다소 회복될 것”이라면서도 “민간소비 부진,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경쟁력 약화, 저출산.고령화 등 경제 하방요인이 있어, 지나친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국가부채가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을 우려하면서 “우리나라는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부채마저 빠르게 늘어, 정부는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기업들은 코로나19 악조건 속에서 투자와 고용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최근 기업규제 3법, 노동관계법 등으로 기업 환경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면서 “민간 활력 회복과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 개혁에 힘써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은 정부, 가계와 함께 경제의 3대 주체다. 또 사실상 2개 주체를 먹여 살리는 주역이다. 도대체 기업들이 뛰지 못하는 데 3%대 성장이 되겠는가?
[미디어펜=윤광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