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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쌍용차, 회생 여부 관건은 '새주인 찾기'

2020-12-23 13:21 | 김태우 차장 | ghost0149@mediapen.com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쌍용자동차가 회생절차 개시 및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 신청을 통해 최대 3개월의 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생존을 보장받으려면 결국 '새 주인 찾기'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지난 21일 이사회를 통해 회생절차 신청을 결의하고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개시 신청서와 함께 회사재산보전처분 신청서, 포괄적금지명령 신청서 및 ARS 프로그램 신청서를 접수했다. 

쌍용차가 신청한 ARS프로그램은 법원이 채권자들의 의사를 확인한 후 회생절차 개시 여부 결정을 보류해주는 제도고 보류 기간은 최초 1개월이고 자율 구조조정 협의 진척 상황에 따라 추가로 2개월까지 연장이 가능해 최대 3개월간 회생절차 돌입을 미룰 수 있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사진=쌍용차 제공



ARS 프로그램이 적용되면 쌍용차는 회생절차 개시 보류 기간 동안 채무를 상환하지 않고도 기존과 동일하게 정상영업을 할 수 있다. 부도 위기에서 일단 최대 3개월의 시간을 번 셈이다.

하지만 3개월의 시간 확보가 회사의 영속성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단기적으로 국내외 채권자들로부터 채무 상환을 유예 받아야 하고 장기적으로 마힌드라가 진행 중인 새 투자자와의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야 한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사안들은 서로 맞물려 있다.

쌍용차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총 1650억원에 달하는 채무 상환 유예다. 쌍용차는 지난 15일 만기였던 JP모건, BNP파라마,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등 외국계 은행으로부터의 채무를 연체한 상태였으며, 21일 만기가 돌아온 산업은행(900억원)과 우리은행(150억원) 대출도 갚을 길이 없자 이날 회생절차개시와 ARS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외국계 은행 채무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만기 연장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외국계 은행 역시 국책은행인 산은이 해주지 않은 만기 연장을 해줄 이유가 없어 보인다.

ARS 프로그램 기간 동안 쌍용차가 채권은행들과 협상을 진행한다 해도 쉽게 풀리지 않을 문제다.

쌍용차의 모기업인 마힌드라가 해법의 키를 쥐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깔끔한 상황은 직접 채무 해소를 위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투자를 통한 경영정상화 계획을 제시해 쌍용차가 돈을 벌어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회사라는 점을 보여준다면 크게 문제가 될 일은 없다. 산업은행 역시 쌍용차의 경영정상화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쌍용차의 현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쌍용차에 대한 마음이 떠났다는 게 문제다. 

마힌드라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영악화로 지난 4월 쌍용차에 대한 신규투자 계획을 철회했다. 6월에는 대주주 지위를 포기하고 새로운 투자자를 찾겠다는 방침 역시 밝힌 바 있다. 

결국 마힌드라를 대신할 새 주인을 찾아야 현재의 쌍용차가 위기를 탈출 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현재까지 반년이라는 기간이 소요됐음에도 해경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쌍용차의 노력으로 해결 가능한 범위를 벗어난 문제이고 대주주인 마힌드라의 영역에 가깝다.

마힌드라는 미국계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와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두 회사 모두 협상 진행을 공식화하고 있지는 않다. HAAH가 연 매출 250억원 규모의 소규모 회사인 것을 감안하면 인수에 따른 자금동원 여력이나 인수 이후의 투자 능력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크다.

중국 자동차 대기업 체리가 HAAH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고 지분 일부도 보유하고 있다지만 쌍용차 경영권 매입 협상에 체리가 관여하고 있는지, 자금 동원에 기여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쌍용차에 관심을 갖는 다른 투자자가 없어 HAAH에 기대를 걸어봐야 하는 상황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마힌드라가 새 투자자와 지분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거래 조건에 대한 이견을 좁히고 있는 단계라는 것 외에는 우리로서도 알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쌍용차로서는 부도 위기를 막아내며 새 주인이 결정될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의미다. 3개월의 시간을 벌었다지만 최대한 빨리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고 회생절차를 취하하는 것도 중요하다.

쌍용차의 회생절차개시 신청 소식이 전해지며 소비자들은 쌍용차의 차량 구매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자동차는 한 번 사면 길게는 10년 이상씩 사용하며 틈틈이 AS도 받아야 하는 내구재인 만큼 제조사의 안정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ARS 프로그램으로 인해 이전과 변함없이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상황이 3개월씩 지속되는 게 판매실적에 좋은 영향이 될 리 없다. 채무 상환을 유예 받더라도 판매를 통한 매출이 발생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 만약 채권단의 채무 상환 유예나 신규 투자자 유치가 3개월 내 성공하지 못할 경우 쌍용차 이슈는 결국 정부의 몫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코로나19로 불안감에 휩싸인 '기업·일자리'에 쌍용차 문제가 자칫 사태를 악화시킬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등을 앞둔 가운데 쌍용차 사태가 크게 불거질 경우 정부·여당으로서는 부담이 크다. 

쌍용차와 연관된 일자리가 협력업체를 포함해 수 만개에 달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상황이 날로 악화되는 가운데 대형 자동차 회사의 파산은 정부로서 부담이 매우 클 것"이라며 "3개월 이후에도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정부가 직접 나서 지원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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