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486의원들이여, 헌재 용기에 박수를…" 공개 편지

안녕하십니까. 부산 해운대 기장을 국회의원 하태경입니다. 조금 전 다들 보셨겠지만 헌법재판소에서 통진당이 위헌정당이기 때문에 해산해야 된다는 역사적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이 판결에 대해서 저의 입장을 준비해봤습니다. 제 입장을 낭독하기 전에 간단히 몇 가지 소회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통진당 해산 판결의 의미

먼저 이 판결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우리 사회의 역사, 근대사가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서로 경쟁하고 협력했던 역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 산업화 세력 중에 반민주적인 요소들은 전두환 노태우 등 법적인 처벌을 받음으로써 어느 정도 정리되었습니다.

▲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 /뉴시스

하지만 민주화운동이라는 미명 하에 숨어있던 반민주세력, 종북, 폭력 혁명세력의 실체는 우리 모두가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우리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명확한 판결이 나오지 않았었습니다. 그 판결이 오늘 나온 것입니다. 결국 80년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30여년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그 중심에 반민주세력이 있었다는 것, 종북 폭력혁명세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헌법재판소가 판결해 준 것입니다.

이 판결은 단순히 법리적 판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더 이상은, 민주주의 그늘 아래 숨어있었던 이런 반민주적이고 종북 폭력혁명을 추구하는 세력들은 더 이상 우리 제도가 용인할 수 없다는 것, 그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오늘의 판결은 단순히 통진당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우리 근대사 이후에 민주화 운동을 주도해왔던 민주화 세력들이 전면적으로 자기반성하고 성찰하고 다시 태어나야 될 그런 계기를 만들어주는 역사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첫 번째 의미입니다.

▲ 12월 19일 통진당에 대한 정당 해산 결정이 내려지기 직전, 헌법재판소의 모습. 경찰들이 삼엄하게 경계를 펼치고 있다.

정치권에 주는 시사점

두 번째 의미는 우리 정치권에 주는 시사점인데요, 우리 정치권이 더 이상 과거에 발목에 잡히지 말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그런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조금 전에 말씀드렸듯이 이제는 산업화 세력, 내부의 반민주세력 뿐 아니라 민주화운동을 했던 내부의 반민주세력까지 청산을 한 것입니다.

물론 그 사람들이 완전히 회개하고 반성하고 다시 태어나지 않겠지만, 그 세력의 응집체인 통진당은 우리 사회가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했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 정치권도 이제는 미래로 전진해야 한다는 중요한 암시를 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국민통합을 위해 여야가 앞장서야

세 번째는 국민통합과 관련된 것입니다. 우리 제도권 내에서, 특히 국회가 국민통합을 선도해서 이끌기 보다는 국민갈등과 대립을 조장해 왔습니다. 그것도 건설적인 명분이나 건설적인 이유가 아니라 아주 소모적이고 파괴적인 이유로 국민통합을 저해해왔습니다. 그 중심에 통진당이 있었습니다.

이 통진당은 북한과 협력해서 대한민국을 정복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 장기적인 목표 하에서 하나씩 하나씩 실천해오고 있었던 세력이고, 그 통진당의 교란으로 여야가 갈라지고 대한민국이 갈라지고 우리 국민들이 갈라져 싸워왔었습니다.

이제는 이 국민통합의 핵심적인 저해 요소가 사라졌기 때문에 국민 통합을 위해서 여야가 우리 정치권이 우리 국회가 더욱 앞장서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정당이 해산되었다. 통진당은 종북 폭력혁명을 실행하려 했던 자업자득 식의 움직임으로 인해 정당이 해산되었다. 사진은 12월 19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통진당 해산에 찬성하는 시민들의 모습.

486들에게 보내는 편지

지금 제가 말씀드릴 내용은 오늘 헌법재판소 판결을 계기로 저희 세대, 소위 말하는 486 동료들에게 편지 형식으로 글을 써보았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세대에 의해서 우리 민주화 세대에 숨어있던 반민주세력, 종북 폭력혁명 세력을 역사에서 퇴장시켜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486 동료들에게 보내는 하태경의 공개편지 :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결정이 내려졌습니다. 그것도 8 대 1의 압도적인 차이입니다. 대학시절,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의 현장에서 청춘을 바쳤던 저로서는 오늘의 결정문 앞에서 만감이 교차합니다.

저는 사실 처음에는 헌법재판소를 통한 통합진보당 해산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힘을 통한 강제해산이 아닌, 통진당 스스로 이석기 RO세력과 단절하고 자진 해체하여 다시 태어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랬습니다.

그러나 통진당은 이미 자정능력을 잃어버린 집단이었습니다. 통진당은 폭동을 선동한 이석기 집단과 한몸이었습니다. 이석기 일파를 통진당은 거당적으로 지지하고 옹호했습니다.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는 공안탄압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 때문에 법무부가 헌법재판소에 통진당 해산을 청구한 것에 저는 더 이상 반대하기 힘들었습니다. 통진당의 본질이 대한민국을 폭력혁명의 방식으로 전복하려는 30년 전의 방식에서 전혀 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존속을 더 이상 묵과할 수는 없었습니다. 제가 통진당 해산에 적극 앞장 선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학시절 저를 포함하여 오늘날 486이라 불리는 많은 사람들이 학생운동을 했습니다. 그 시절 학생운동권의 핵심에는 종북적인 세력도 있었다는 사실을 486 우리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들의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이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혀 변하지 않은 채 대한민국 제도권 내로 이어져왔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 모두를 놀라게 한 ‘통진당’ 논쟁의 진실이고, 이 악연의 고리를 오늘 헌법재판소가 끊어낸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새정치민주연합의 486 정치인들에게도 호소합니다. 여러분들은 통진당과 이석기 세력의 본질을 알면서도 그들을 적극적으로 비판하지 않았습니다. 과거의 동지였다고 두둔하고 비호했습니다. 때로는 적극적으로 손을 잡았습니다. 민주주의란 이름의 방패로 종북주의 폭력혁명세력을 감쌌습니다. 이제는 분명히 해주십시오. 통진당 해산결정은 진보와 민주주의에 대한 탄압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오히려 이 땅의 민주주의와 진보세력이 더 건강해질 수 있도록 채찍질해주는 불가피한 결정이었음을 말입니다.

아울러, 보수우파 진영에도 당부 드립니다. 이번 헌재의 결정이 단순히 보수우파의 승리로만 해석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 자신을 혁신하지 않고 과거 권위주의시대 비민주적 습성을 답습하거나 목적을 위해서라면 폭력적인 방식도 정당화하며 그들과 닮아가는 순간 제 2, 제 3의 통진당은 또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젊은 시절 함께 통일운동에 매진했던 옛 동료들에게 호소합니다. 북한의 3대 세습 정권이 인민들에게 어떤 폭정과 인권탄압을 자행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이미 전 세계인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런 정권을 추종하고 그에 동조해 폭력혁명을 일으키려는 세력에게 대한민국의 진보운동과 통일운동을 맡겨둘 수 없습니다. 아프지만 우리 손으로 통진당과 이석기 세력을 역사에서 퇴장시켜야 합니다.

오늘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누구를 구속하거나 누군가의 삶을 탄압하는 결정이 아닙니다. ‘종북 폭력혁명은 안 된다’는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임과 동시에 이제는 종북 논쟁에서 벗어나 더욱 새롭고 부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역사적 주문일 것입니다. 오늘의 이 결정이 대한민국을 더욱 강건하게 만들고 우리 사회 전체의 혁신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2014년이 가기 전에 낡은 시대를 마감해 준 헌법재판소의 역사적 용기에 뜨거운 지지와 박수를 보냅니다. 고맙습니다.

2014년 12월 19일 국회의원 하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