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한 운송네트워크 회사 우버(Uber)는 고용되거나 공유된 차량의 운전기사와 승객을 모바일 앱을 통해 중계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불법택시 운영’이라는 명목으로 기존 택시회사들로부터 수많은 고발을 받았고 일부 주에서는 ‘수송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업종으로 규정해 합법화하려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한국의 경우, 우버택시의 전면유료화 발표이후 서울시 택시운송사업조합 등이 불법증거를 모아 고발조치와 함께 강한 저항을 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이 기존 법제도에 의해 가로막힌다면 서비스 혁신과 소비자의 혜택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자유경제원에서는 22일 우버택시에 관한 논란을 짚어보는 정책토론회를 마련했다. 아래 글은 자유경제원의 <우버택시, 소비자를 위한 길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가 발표한 토론문이다. |
우버택시, 소비자를 위한 길은 무엇인가?
▲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 |
공공재에 대한 과도한 규제의 타성이 문제
육상과 해상, 항공 교통 가운데 글로벌경제의 선두는? 단연 항공이다. 1978년 미국 의회에서 금융, 통신과 함께 항공산업에 대한 규제철폐법이 통과되면서 항공시장은 변했다.
곧바로 세계적인 시장규제완화가 시작되면서 글로벌시장에 기반하여 ‘국경’개념을 없애는 항공자유화협정이 진행되어 왔으니 항공에서는 적어도 FTA가 20년 정도는 먼저 시작된 셈이다.
권위주의적이던 공급자 시장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빠르게 변했다. 최근까지도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혁신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가격파괴를 기반으로 하는 저가항공사가 등장해서 자리를 잡는가 싶었는데, 최근에는 새로운 글로벌그룹마저 등장했다.
국적항공사의 고정관념을 벗어나 상대국가에 독립적인 국적항공사를 설립해 놓고 실질적으로는 본국의 노선망과 항공기를 제휴해서 국제시장을 확대해 나간다. 말레이시아에 본국을 두고 아시아지역의 5개국에 독립적인 항공사를 운영하고 있는 에어아시아가 대표적인 경우다.
▲ 한국 항공시장의 2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저가항공사의 등장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 저가항공사의 시장점유율 증가추이는 놀랍다. 사진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LA Times 캠페인 사진). /사진=대한항공 제공 |
우리 항공사들이 바짝 긴장할 만큼 고객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 저가항공사는 이미 전세계 항공시장의 약 30%, 우리나라는 2005년 설립된 제주항공을 필두로 현재 5개 저가항공사가 이미 50%를 점유하고 있다. 경제발전과 산업의 고도화, 고객욕구의 다양화가 가져온 시장분화의 산물이다.
육상교통이라고 다르겠는가. 정류장마다 실시간으로 버스도착시간이 게시되고, 철도는 인터넷으로 원하는 대로 좌석이 예약된다. 모두 IT의 진화가 가져온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항공에 비해 이들 교통시장은 새로운 서비스공급자가 시장에 참여하여 서비스상품으로 경쟁하기에는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다. 대중교통의 공공성으로 인한 규제의 타성 때문이다. 공공성 측면에서 본다면, 오히려 국익을 수반하는 항공교통이 더 규제와 보호의 가치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버택시는 IT시대, 교통서비스의 혁신
바야흐로 택시업계에도 교통서비스의 혁신이 예고되고 있다. 우버택시가 등장하면서 세계적으로 택시서비스시장의 질서가 출렁인다. 2010년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우버택시는 택시를 잡기 어려운 도심에서 편리하게 고급차량을 탈 수 있다는 장점으로 현재 약 45개국 200여개 도시로 진출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작년에 처음으로 선을 보였다.
수요자와 공급자, 정부 간의 충분한 논의와 제도를 준비할 여유도 없이 혜성처럼 시장에 등장한 새로운 교통서비스상품. 우리는 어떻게 해석하고 판단해야 할까? 찬성과 반대의 요지는 간단하다. 기존의 공급자인 택시업계는 반대이고, 대중교통의 편리성을 향유하려는 소비자는 입장은 대체로 찬성이다.
▲ 우버택시의 등장으로 인해 개인교통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우버택시 서비스는 전세계 200여개 대도시를 중심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다. 서울시는 이에 대응하여 우버앱의 차단을 요청했다. 서울시는 현재 뽀로로 택시 등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우버택시와 비교되는 실정이다. 사진은 뽀로로 택시의 모습. /사진=서울시 SNS 캡처 |
찬성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미 존재하는 서비스를 스마트폰 앱으로 중계한다고 해서 이를 위법으로 볼 근거가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최근 서울시가 방통위에 우버앱의 차단을 요청했지만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고 판단하기 어려워 이를 보류했다.
우버택시는 택시기사들과의 정식 계약에 따른 것이고, 자가용 비중이 높아 일상적인 교통혼잡이 심각한 대도시에서는 유용한 대체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반대논리 역시 명백하다. 우선, 현행 운수사업법*상 자가용으로 승객을 태우고 대가를 받는 것은 불법이다.
현실적으로 서울시내에는 이미 공급과잉이라는 점도 문제이지만 자동차에 대한 공유경제가 구현되려면,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정해진 교통수요를 나누는 제로섬게임이라는 주장이다. 국토교통부는 우버의 서비스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이라고 규정했고, 서울시는 실제로 단속에 나서 우버 운전자에게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카카오택시와 경쟁에 따르는 순기능
한편에서 다음카카오는 내년 초부터 카카오택시 서비스를 시작한다. 기술적 인프라와 회원을 확보하고 있으니 서비스상품의 공급에는 차질이 없을 듯하다. 서비스 형태는 우버택시와 동일한 방식이지만 택시사업조합과 협력한다는 점에서 택시업계의 저항이 적다.
카카오택시는 안드로이드, IOS 기반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택시와 승객을 연결하는 서비스인데, 앱을 통해 승객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 근교에 택시가 배치된다. 카카오택시는 기사용과 승객용 두 가지 어플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카카오택시와 우버의 가장 큰 차이는 적법성 여부다. 전자가 제도권 내에서 기존 영업용 택시를 활용하기 때문에 합법적인 반면, 우버는 렌터카 업체나 운전면허증을 소지한 일반인들을 통한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기 때문에 유사운송행위로 분류돼 불법서비스로 단속대상이다.
물론 우버도 택시기사들과 제휴를 맺고 하는 합법적인 우버택시 서비스가 있다. 그러나 프리미엄 콜택시인 ‘우버블랙’과 차량 공유서비스를 통해 ‘우버엑스’를 서비스하기 때문에 이들 서비스모델은 현행법에 저촉된다.
▲ 우버택시 및 카카오택시의 비교표 |
과거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자
산업혁명 당시 증기자동차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영국에는 1855년 ‘빨간 깃발 법(Red Flag Act)’이란 희귀한 법이 생겨났다. 마차가 55미터 전방에서 붉은 깃발을 꽂고 달리면 자동차는 그 뒤를 따라가야만 했다. 자동차의 최고속도는 시속 6.4KM으로 제한됐다. 자동차산업에 위협을 느낀 당시의 마차업주들이 로비를 벌였고, 정치권이 이를 수용한 결과였다. 결국 영국정부가 마차를 보호하는 동안 아우토반을 깔고 질주한 독일에게 자동차산업의 주도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오늘날 IT의 진화가 우리 일상에 가져다주는 변화는 실로 놀랍다. 항공에는 항공권(ticket)이 사라진지 오래고, 기존의 메이저항공사들이 고전하는 동안, 새로운 운송서비스개념으로 등장한 저가항공사들은 빠르게 시장을 넓혀가면서 흑자를 향유한다. 육상교통으로서 택시의 진화는 상대적으로 늦은 감이 있다.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보급된 콜택시제도는 예약과 지불수단, 운임수준 등에서 두드러진 혁신의 성과가 별로 없다. 더구나 일반택시의 경우, 불친절과 승차거부 문제는 이제 만성이 되었다.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전통적인 영업방식을 그동안 기득권을 지키면서 무난히 유지해 온 그들만의 성과다.
기존시장의 질서를 흔들면서 세계적인 논란을 낳고 있는 소위 ‘우버택시’의 등장, 우리는 전혀 새로운 교통서비스를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현행법에 저촉되는 불법적 영업방식이므로 이를 퇴출시킬 것인가? 시장의 변화를 받아들여 현행법을 개정해 나가야 할 것인가?
▲ 현재 우리나라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우버택시의 공식사이트. /자료=https://www.uber.com/cities/seoul |
시장에 선보인지 불과 몇 년도 지나기 전에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는 우버서비스이다. 이제부터 새롭게 다가온 IT환경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우선, IT의 진화가 가져오는 조류를 거스를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혁명적인 상품이 나올 때마다 현행법제도만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기술혁신이 탄생시키는 새로운 서비스는 늘 기존의 법체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변화는 늘 계속된다. 그래서 환경의 변화에는 대응보다 순응이 옳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구조를 생태시스템으로 이해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둘째, ‘우버택시서비스’의 도입여부 결정에 앞서 정부는 구체적인 서비스의 내용을 유형별로 알리고 이를 공론화하는 과정을 밟아야 할 것이다. 과거 국내영화인들 다수가 반대하던 스크린쿼터제 폐지의 결과, 영화산업은 과연 외화에 밀렸는가? 이미 우버서비스는 기존택시가 회원으로 등록하면서 초기형태의 영업이 시작되었고, 카카오택시는 기존회원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개시할 것이다. 국민과의 소통에 실패했던 한미FTA협상과 광우병 촛불시위의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셋째, 시장은 수요자 중심이고, 경쟁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탱하는 시장경제의 핵심이다. 더구나 우버택시는 어떤 형태로이든 곧 시작될 현행법상 합법적인 카카오택시와 일전을 힘겨운 일전을 치루면서 생존해야 할 것이다. 승패는 교통서비스의 소비자들이 결정한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은 소비자의 선택폭을 넓혀주고, 여유 차량을 수요자들이 사회의 구성원들이 적절한 대가를 통해 공유함으로써 도심의 교통난 해소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과거의 프레임에 갇혀 눈앞으로 다가온 새로운 교통복지를 간과할 수는 없다. 빨간 깃발의 교훈을 잊지 말자.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
*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81조(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 금지) ①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이하 "자가용자동차"라 한다)를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하여서는 아니 된다. 따라서 현행법상 우버와 같이 자가용 승용차나 렌터카 등을 이용해 요금을 받고 승객을 실어 나르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81조에 따라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