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다빈 기자] 현 부동산 시장은 2030세대에게 더욱 가혹하다. 임대차 2법과 코로나19 발 주택 경기 악화로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함께 고공행진한 매맷값으로는 이제 '영끌' 내 집 마련도 불가능해 '패닉 스테잉'이라는 현상 낳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청약은 그야 말로 로또가 됐다. 억대 시세 차액을 남길 수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경쟁률 역시 로또다. 30대가 가지고 있는 청약 통장이 당첨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졌다.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청년주택 공급 수를 대폭 확대할 것을 수차례 약속하고 있다.
지난 23일 문재인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2025년까지 청년주택 27만3000호를 공급한다"고 말혔다.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청년정책조정회의에서 2025년까지 저소득 청년에게 공공임대주택을 우선 공급하는 등의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확정한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5년까지 24만3000호의 청년주택을 공급해 청년 전·월세 임차가구 226만 가구 중 10% 이상이 해당 청년주택에 살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의 '역세권 청년주택' 주거 정책은 통학 및 출근이 용이한 역세권에 청년 임대주택을 공급해 청년들이 부담 가능한 수준으로 입주할 수 있도록 임대보증금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올해 충정로, 구의동, 서교동, 용답동, 숭인동, 노량진동, 화곡동, 휘경동, 창전동, 염창동, 구의동 등에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을 계획했다. 취지만 보면 청년주택 사업은 2030세대 주거 문제의 솔루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질적 개선이 없는 청년주택 양적 공급 확대는 청년들에게 '울며 겨자 먹기'로 청년주택에 거주할 것을 강요하는 셈이다.
청년주택 역시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임대 주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더욱이 청년주택은 사회초년생들이 내 집 마련으로 자기 잡기 전 머물다 가는 주택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청년주택의 질적 개선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상태다.
서울의 한 청년주택 공사 현장 모습으로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사진=미디어펜
청년주택 수요자들에게서 나오는 고질적인 지적 중 하나는 14~35㎡ 대의 좁은 전용면적이다.
서울시에서 올해 공급한 역세권 청년주택 중 세대수가 가장 많았던 서울 서교동 청년주택은 전 가구가 14㎡로 구성됐다. 평 단위로 환산하면 5평이 채 안 되는 크기다. 서울시는 준주거지역 역세권 청년주택의 용적률을 600%까지 확대하며 공급량 늘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결국 '닭장 아파트' 지적을 피해갈 수 없다.
지난달에는 정부가 도심 내 호텔을 개조해 1000여가구의 청년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전세 대책을 내놓으며 청년주택의 질적 개선 필요성이 다시 대두됐다. 호텔 객실 모양을 그대로 개조하면서 주방이 없거나 비좁고 거주하기에 부적절한 구조로 리모델링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문제를 두고 한 청년주택 시공사 관계자와 대화를 나눴다. 그는 "나도 그랬고 젊을 때는 못 갖춰진 집에서 고생을 하는 법이다. 혼자 사는 젊은이들이 왜 넓은 집을 바라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젊어서 고생 사서도 한다'는 철 지난 조언을 주거 문제에까지 대입하면 지금 부동산 시장에서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은 물 건너 갔다고 봐도 된다.
정부는 23일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확정하며 "대한민국 변화의 중심에 청년이 서도록 할 것"이라며 "청년들의 꿈을 이뤄가기 위한 제도적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청년주택 질적 개선으로 사회초년생들의 성장과 자립을 위한 제대로 된 환경이 갖춰지길 기대해본다.
[미디어펜=이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