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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결산-석화]다운사이클 딛고 용오름…정공법 통했다

2020-12-27 14:19 | 나광호 기자 | n0430@naver.com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올해 석유화학업계는 '존버(죽을 힘을 다해 버틴다는 뜻의 은어)는 승리한다'는 말이 어울리는 시간을 보냈다. 어려운 상황 가운데 신성장동력 발굴과 선제투자 등 돌파구를 찾으면서 수익성 향상을 모색하는 동안 환경도 유리하게 바뀐 것이다.

초반에는 모래 주머니를 달고 뛰는 것과 다름 없었다. 지난해 시작된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공급 증가 등 업황 악화로 주력 제품 가격이 하락하고, 에너지저장시스템(ESS) 화재를 비롯한 자체적인 문제점도 발생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등으로 중국 내 제품 수요가 급감하면서 수출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국내 업체들의 수출에서 중국과 홍콩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상회한다.

그로인해 LG화학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5.8% 하락했으며, SKC·코오롱플라스틱도 각각 24.3%·59.3% 감소했다. 롯데케미칼과 대한유화 및 SK이노베이션 화학사업은 적자전환했다. 4월 석유화학 수출도 25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3.6% 줄었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LG화학 대산공장·롯데케미칼 울산공장·금호석유화학 고무공장·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 울산공장 전경/사진=각 사



이같은 난항을 돌파하기 위해 업체들은 주력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고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등 '정공법'을 폈다. 

LG화학은 자동차·원통형 전지 출하량을 늘리고 폴란드 배터리 공장 수율 개선을 비롯해 최근 출범한 LG에너지솔루션이 맡고 있는 분야의 경쟁력 향상에 나섰다. 중국업체에 LCD 편광판 사업을 매각하고, 배터리·반도체·차부품·항공기 동체 등에 쓰이는 탄소나노튜브(CNT)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생산량도 500톤에서 1700톤까지 늘리기로 했다.

롯데케미칼은 글로벌 탑7 화학사로 도약하기 위해 자회사였던 롯데첨단소재를 합병하고, 미국 루이지애나 소재 에탄크래커(ECC)·에틸렌글리콜(EG) 공장 가동에 돌입했다. 연산 60만톤 규모의 고순도테레프탈산(PTA) 설비를 고순도 이소프탈산(PIA)로 전환하고, 터키 엔지니어드스톤 시장점유율 1위 벨렌코 지분 72.5%를 인수하는 등 건자재 시장 내 입지도 확대하고 있다.

한화솔루션도 미국 주거·상업용 태양광 모듈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른 큐셀부문을 중심으로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수소경제·그린뉴딜 정책에 맞춰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수소 생산시설도 구축하기로 했다.

금호석유화학은 NB라텍스, 효성그룹은 타이어코드·스판덱스·폴리프로필렌(PP)·탄소섬유 등을 앞세워 실적 향상을 모색하고 있다. 코오롱그룹도 수소 연료전지 소재·부품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유럽·인도 등에 현지법인을 세우고 판로를 넓힌다는 방침이다.

SK종합화학이 프랑스 아르케마의 고기능성 폴리머 사업을 인수하고, 롯데케미칼이 일본 반도체 소재업체 쇼와덴코 지분을 매입하는 등 인수합병(M&A)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SKC도 동박 제조업체 KCFT(현 SK넥실리스)를 투자사로 편입시켰다.

효성티앤씨 터키 스판덱스 공장/사진=효성그룹



그동안 언택트 문화 확대로 패키징 수요가 늘어나고, 미국·중국 내 설비 가동률이 저하되면서 제품가격이 강세로 돌아서는 등 지형도 변화됐다. 지난 18일 기준 납사값은 톤당 468.1달러로 5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으며, NB라텍스·고흡수성수지(ABS)·폴리염화비닐(PVC)·아세톤 마진은 2010~2011년을 넘어 최대치를 갱신하기도 했다.

특히 폴리스티렌(PS)·비스페놀(BP)A·저밀도폴리에틸렌(LDPE)의 경우 20년래 최대 마진을 찍었으며, ABS·부타디엔(BD)·폴리카보네이트(PC)·파라자일렌(PX) 등도 실적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아시아 지역 내 ABS는 초강세로, NB라텍스는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매입해야 되는 상황"이라며 "나일론도 주택 수요 증가를 비롯한 호재로 가격이 높아지고 있을 뿐더러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이 멈췄고, PE는 중국·멕시코향 수출 강세 및 미국 내 수요 확대 등의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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