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소 제강공장에서 '래들'에 담긴 쇳물이 전로에 담기고 있다./사진=포스코그룹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올해 철강업계는 글로벌 무역규제·공급과잉 속에서 전반적으로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였다.
가장 먼저 문제로 꼽힌 것은 한국산 철강·금속에 대한 규제 99건으로, 지난해 신규로 수입규제 조사가 개시된 41건 중에도 이들 품목이 14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올 2월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위원회에서 세이프가드 개선을 촉구했으며, 미국에서도 한국산 도금강판에 대한 상계관세 등이 하락하는 등 좋은 소식이 들렸다.
그러나 조선업체들과의 후판값 협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탄소배출권이 톤당 4만원을 돌파, 매입 비용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는 등 우려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자동차·조선·건설 등 전방산업 부진이 치명타로 작용하면서 산업부와 한국철강협회가 자금난에 시달리는 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해 '철강 유동성 위기 신속대응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현대제철과 포스코(철강부문)에서 각각 1·2분기에 적자를 기록하고, 세아제강도 2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 줄어들었다. 그나마 동국제강이 컬러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이 위안거리였으나, 철강 수출이 내년 하반기에나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업계 전반에 걸쳐 한파를 피하지 못한 모양새를 보였다.
그러나 여름철로 접어들면서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발주되는 등 전방산업 업황이 개선된 덕분에 업체들의 실적도 다시 뜨거워지기 시작했으며, 불황을 돌파하기 위한 설비투자도 이어졌다. 4분기 들어 글로벌 철강가격 상승폭이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으면서 수익성도 향상되고 있다. 이번달 중순 국산 철근 유통가격도 톤당 67만5000원을 기록했으며, H형강도 원재료값 상승의 영향을 받고 있다.
포스코는 인공지능(AI)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 기술로 공정을 개선하는 등 원가를 줄이고, 전방산업향 제품가격을 높인 덕분에 한 분기만에 다시 흑자로 돌아서는데 성공했다. 각국 에너지전환 정책에 맞춰 국내외 풍력발전용 철강재 시장공략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제철도 예상을 깨고 2분기 영업이익을 거둔 데 이어 3분기에도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에 힘입어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인천공장 전기로에 원료 운영 최적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4차 산업혁명기술도 활용 중이다. 또한 해상풍력발전설비용 소재 및 차강판 판매량을 늘리고, 글로벌 완성차를 타겟으로 하는 고수익 신강종도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동국제강의 경우 봉형강 제조원가 개선과 컬러강판 판매 확대 등이 실적을 견인하고 있고, 컬러강판 생산량을 끌어올리는 등 전사업부문에서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비중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세아제강은 △미국향 유정용강관(OCTG) 수출 회복 △송유관 관세 인하 △해상풍력 구조용 대구경 강관 판매량 증가 등으로 흑자를 지켜내고 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 유가 회복에 따라 기존 주력 제품인 에너지용 강관시장이 바닥을 벗어날 가능성이 있으며, LNG터미널향 수요도 중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인니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체결로 열연·냉연·도금재 등 차강판용 철강재 관세가 추가로 철폐,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면서 "최근 후판 공급가격이 2차례 인상된 데 이어 내년에도 형강류·후판값이 또다시 오를 것으로 보이는 등 수익성 향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