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건설 컨소시엄이 SM상선·케이스톤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제치고 한진중공업 인수전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조선업 경험이 없는 동부건설이 한진중공업을 인수할 경우 영도조선소를 폐쇄하고 부동산 개발에만 집중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진중공업의 재무현황과 동부건설이 한진중공업 인수전에 뛰어든 배경 등을 분석해본다.<편집자주>
[한진중공업 매각②]동부건설, '10대 건설사' 위상 되찾을까
[미디어펜=이동은 기자]동부건설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시공능력평가 10위권 안에 꾸준히 들었다. ‘대치 동부센트레빌’을 포함해 논현, 이촌, 흑석 등 서울 주요 지역에 센트레빌을 공급하며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그룹의 경영악화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2015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그해 27위, 2017년 36위까지 떨어졌다.
동부건설은 2016년 사모펀드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와 한국토지신탁이 출자해 만든 키스톤에코프라임을 새 주인으로 맞이하면서 법정관리에서 벗어났다. 이후 과천·반포·방배 등에서 재건축 시공권을 확보하고 부산 감만1구역·당진 수청 1지구 등 한토신의 개발신탁사업에 참여하면서 실적 개선에 나섰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지난해 36위에서 올해 21위(평가총액 1조7116억원)로 뛰었으며 기업 신용등급도 ‘BB+’에서 ‘BBB’로 회복했다.
실적과 재무건전성도 개선됐다. 동부건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016년 이후 매년 증가하며 실적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조1554억원으로 2016년 5855억원 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61억원에서 555억원으로 3배 넘게 뛰었다. 부채비율은 2015년말 751%에서 올해 3분기말 98.4%까지 떨어졌으며,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는 50.6%에서 19%로 개선됐다.
그러나 시공능력평가 9위에 올랐던 과거 위상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 자산규모는 한때 3조원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중견 건설사 수준인 8919억원에 불과하다. 매출액도 지난해 1조원대를 회복했지만 2조5000여억원에 가까웠던 2012년 이전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동부건설에 1300억원 가량의 자본을 투입한 한토신과 키스톤에코프라임 입장에서는 동부건설을 과거의 위상 이상으로 끌어올릴 특별한 계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때 등장한 것이 채권단 매물로 나온 한진중공업이다.
지난해 기준 한진중공업의 자산은 2조4657억원, 매출액은 1조6095억원이다. 동부건설보다 자산은 2.7배, 매출은 1.4배 수준이다. 동부건설은 한진중공업을 인수할 경우 자산과 매출이 최대였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자산과 매출 규모는 건설사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공능력 순위가 오르고,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자금조달이 용이해져 대규모 공사에 대한 수주능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한진중공업은 올해 시공능력평가에서 45위(평가총액 8712억원)를 기록했다. 동부건설의 평가총액과 합치면 2조5828억원으로 반도건설(2조2364억원)을 넘어선 14위 수준이다.
동부건설을 인수한 한토신 컨소시엄의 지배구조를 보더라도 건설업에 대한 확장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한토신의 대주주인 엠케이전자와 엠케이인베스트먼트는 오션비홀딩스 차정훈 회장을 필두로 한 지배구조 아래에 있다. 오션비홀딩스는 전 거암개발이라는 부동산 개발 회사다. 차 회장은 최상위 지배회사 해동씨앤에이를 통해 발해씨앤에이라는 부동산개발 회사와 전주 소재 건설사인 신성건설을 100% 지배하고 있다. 엠케이전자를 제외하면 계열 전체가 부동산업과 건설업을 영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 기업분석 관계자는 “동부건설이 한진중공업을 인수할 경우 한국토지신탁의 차입형 신탁에 참여하는 것 외에도 계열 내 건설사 또는 부동산개발회사와 연계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동부건설과 한진중공업이 규모가 큰 공사를 공동으로 수주하는 등 한 회사처럼 움직일 수 있어 수주 전략도 다양해진다”고 말했다.
동부건설 컨소시엄도 한진중공업과의 시너지를 강조하고 나섰다. 동부건설 컨소시엄은 “한진중공업은 특수 분야인 공항 공사를 포함해 다수의 공공 공사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으며, 주택 브랜드 해모로는 부산 및 경남 지역에서 인지도가 높다”며 “같은 건설업을 영위하지만 각자 독자적인 사업 영역을 보유하고 있어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하며 사업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아 인수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미디어펜=이동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