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시장은 올 한해 예상치 못했던 변화에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올해 초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부품수급 차질로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피해로 불확실성이 가중됐다. 하지만 새로운 신차의 등장은 내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시장 활성화를 만들어 냈다. 다만 어려운 시국에도 여전한 노사간의 갈등으로 인한 피해는 지속됐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으로 자동차 산업의 변화가 빨라졌다. 미래차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도 속출하고 있다. 미디어펜은 3회에 걸쳐 다사다난했던 2020년 자동차 산업을 돌아보고 새로운 2021년을 전망해 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속도가 빨라졌다. 이미 완성차 업체들 사이에서 내연기관의 전동화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더 빠르게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친환경차를 위주로 경기부양책이 발표됐고 이런 시장의 니즈에 맞춰 업체들이 빠른 체질개선을 단행한 결과다. 국내 역시 올해를 기점으로 다양한 전동화 모델과 함께 순수전기차 등 친환경차들이 속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미래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업체들의 체질개선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와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1~11월까지 내수시장에서 판매된 국산 친환경차는 14만8857대로 전년 동기(9만8761대)대비 50.7%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대자동차가 '아이오닉' 브랜드로 출시 예정인 전기차 제품 이미지. 왼쪽부터 아이오닉6·아이오닉7·아이오닉5./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이중 하이브리드 모델은 전년대비 72.5%가 증가했고 전기차는 2.7%, 수소차는 39.6%가 증가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는 단종과 모델 노후화 등의 이유로 친환경차 중 유일하게 37.7% 감소했다. 각 차종별 판매대수는 하이브리드 11만4031대, 전기차 2만9140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233대, 수소차 5453대 등이다.
전체 내수시장이 6.1%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다.
이 중 가장 많은 시장점유율을 보이는 모델은 하이브리드다. 친환경차 중 가장 내연기관모델에 가까운 모델로 유지보수 비용이 다른 친환경차에 비해 저렴하고 충전문제 등에서부터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의 선택이 높아지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구매시 발생하는 해택을 제외하면 일상영역에서 친환경차 해택이 동등하게 주어져 소비자들에게 큰 메리트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런 이점들 때문에 친환경차의 성장세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 밖에도 유럽 등에서 코로나19의 경기부양책을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책정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친환경차 수요가 늘고 있다.
올해 초 독일은 1300억유로(약 177조5000억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에서 친환경차에 방점을 찍고 구매 보조금을 최대 6000유로까지 두 배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독일 자동차 업계는 또 자동차 수요 진작을 위해 전기차 구매에 장려금을 주는 방식으로 힘을 실어줄 것을 지속적으로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독일의 이같은 친환경 기조는 유럽 전역의 분위기를 대변한다. 프랑스는 앞서 총 80억유로(약 10조8000억원) 규모의 자동차 부양책을 발표하면서 2025년까지 유럽 최대의 클린카 생산국이 되겠다는 목표로 친환경차에 대규모 지원을 집중했다.
유럽을 대표하는 독일과 프랑스의 전기차 보조금을 각각 6000유로와 7000유로로 중국 전기차 보조금 2만2500위안(2800유로)대비 2배 이상으로 확대하며 유럽이 글로벌 최대 전기차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완성차 업체도 빠르게 속도를 내며 내연기관의 전동화가 진행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 E-GMP를 발표했고 내년부터 출시되는 신차에 해당플랫폼을 적용해 출시할 계획이다. 쌍용자동차도 내년에 새로운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효자 소형SUV XM3는 유럽시장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을 통해 시장공략에 나설 전망이다.
이 같은 변화에 IT업체들의 자동차 산업 진출로 더 빠른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해성처럼 나타나 전기차시장을 뒤흔든 테슬라와 같이 아이폰을 만든 애플도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고 새로운 스타트업 기업들도 전기차시장의 진출을 선포한 상태다.
정의선 회장이 이끌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이 그리는 미래도시를 구현해 놓은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UAM, PBV, Hub의 축소 모형물. /사진=현대차
당장 결과물이 나오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이미 반도체 분야에서 성과를 보여준 애플의 도전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전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자동차는 과거의 기계장치는 줄어들고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제품으로 변화해 가고 있는 만큼 새로운 전기차 업체의 등장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완성차 업체들은 새로운 살길을 찾기 위한 노력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국내 최대 완성차 브랜드를 보유한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고 로복틱스 사업진출은 선포했다. 또 기존 완성차 제조업체에서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을 선포한 만큼 파격전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PBV(목적 기반 모빌리티)-Hub(모빌리티 환승 거점)를 통해 인간중심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이 있다. 앞으로 인류가 경험할 혁신적 이동성과 이에 기반한 미래도시의 변화를 제시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다.
이와 함께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한국판 뉴딜정책의 핵심축 그린뉴딜의 기반을 만들어갈 수소생태계 조성에도 힘을 쏟으며 새로운 단계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다.
새로운 업체들의 시장 진출로 치열해진 경쟁에서 벗어나 새로운 분야의 개척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만들어 가기위한 노력이다. 코로나19로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수요축소로 위축된 시장에서 새로운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같은 현대차그룹의 변화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역시 진출을 선언하며 새로운 경쟁의 장이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동화가 진행될수록 자동차는 더 이상 완성차 업체들의 전유물이 아니게 됐다"며 "이에 새로운 브랜드의 등장과 기존 기업들의 새로운 분야의 개척등이 어우러져 보다 빠른 시장의 변화가 예고됐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