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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결산-청와대]K방역 성과 '늑장 백신' 논란으로 흠집

2020-12-30 16:58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2020년 1월 20일 국내에서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 청와대는 1년 내내 코로나 방역에 ‘올인’하다시피 했다. 2월 대구 신천지 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한 것을 제외하고 꽤 오랜 기간 확진자 수가 100명을 밑돌며 방역에 성공했다. 신속하고 방대한 검사가 가능한 진단키트와 자동차에서 내리지 않고 창문으로 발열 체크와 검체 채취를 하는 ‘드라이브 스루’로 대표되는 K방역에 전 세계가 주목했다. 

하지만 12월 들어 국내 확진자 수가 하루 1000명대를 오르내리는 가운데 다른 나라에 비해 백신 접종까지 늦어지게 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는 당초 4400만명분의 백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29일 현재 실제로 계약이 성사된 물량은 이보다 적은 것으로 드러났고, 국내 도입 시기도 불투명해서 국민들의 불안은 커져 갔다. 

중국 우한 화난수산물도매시장에서 관측된 ‘원인불명 폐렴’으로 지난해 12월 31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는 전 세계에 급속도로 확산했다. 이로 인해 세계 각국은 출입국을 통제하는 봉쇄 정책에 나섰다. 정부는 1월 말 우한 교민 700여명을 국내로 이송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격리된 우리국민과 교민들을 이송시키는 엑소더스를 단행했다. 

지난 7월 13일 기준으로 아시아‧태평양(14개국), 중남미(22개국), 중동(14개국), 아세안(10개국), 유럽(20개국), 아프리카(30개국), 북미(2개국), 동북아(2개국) 등 총 116개국에서 재외국민 4만3402명의 귀국을 지원했다.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은 세계 각국의 입국제한 조치에 발이 묶인 기업인 등 필수인력의 이동을 보장하기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했다. 문 대통령은 화상으로 열린 3월 G20 정상회의와 4월 아세안+한중일 정상회의 등에서 필수인력의 이동 보장을 역설했다. 그 결과 중국,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일본 등에서 기업인에 대해 2주간 격리조치가 해제됐다. 베트남은 내년 1월 1일부터 기업인의 격리조치를 해제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방역 당국의 신속한 검사(Test)-추적(Trace)-치료(Treat)의 3T로 설명되는 K방역을 뒷받침하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무엇보다 봉쇄없고 투명한 코로나19 대응을 실천해 호응 받았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와 전쟁’ 와중에 K방역과 관련해 미국 대통령과 두차례 통화를 포함해 총 48개국 정상과 59차례 '전화 외교'를 펼쳤다. 여기에는 중국, 프랑스,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국가의 정상이 포함된다. 정상 통화에서 문 대통령에게 캐나다 총리는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배우겠다”고 말했다. 프랑스 대통령은 “코로나 대응을 공유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지난 3월 기준으로 한국에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입을 요청 또는 문의하거나 인도적 지원을 요청한 국가가 86개국에 달했다. 당시 기준으로 수출이 성사된 국가를 보면 UAE에 채취키트 5만1000개를 수출했고, 루마니아와 콜롬비아에 각각 2만개와 5만개의 진단키트가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밤 스테판 반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와 화상통화를 갖고 있다. 2020.12.29./사진=청와대


그런데 12월에 접어들면서 국내 하루 확진자 수가 600명대로 치솟더니 12월 13일 처음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1000명대를 기록했다. 그러자 정치권에서 백신 도입 늑장 논란이 불거졌다. 언론 취재 결과 청와대가 밝혀온 4400만명분 백신 확보는 실제 계약이 되지 않은 수치였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강조하면서 백신 구입계약에 실기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제기됐다.  
 
청와대는 28일까지도 국제적인 대외비가 걸린 협상 과정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협상 중인 백신회사 이름과 숫자를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밤 스테판 반셀 모더나 CEO와 직접 화상통화를 갖고 백신 2000만명분 구입을 합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음날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며 “당초 모더나와의 계약은 연내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협상에 나서면서 계약 시점이 앞당겨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브리핑을 열고 처음으로 구체적인 계약 사실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화이자 1000만명분, 아스트라제네카 1000만명분, 코백스 퍼실리티 1000만명분, 얀센 600만명분 등 3600만명분 구입을 이미 계약 완료했다. 여기에 연내 화이자 2000만명분을 추가로 계약하면 모두 5600만명분에 대한 계약을 완료하게 된다. 

다만 백신의 국내 도입 시기는 각 제약사별로 다르고, 아직 명확하지 않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28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내년 2월부터 의료진, 노인요양시설 등 우선순위 대상자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전국 곳곳의 노인요양원에서 확진자가 나왔고, 코호트(동일집단) 격리된 요양원에서 갇힌 채 죽어가는 노인들이 속출하는 사태를 맞았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다른 나라에서 백신을 먼저 접종하면 안전성 여부를 보겠다”는 말을 해왔고, 사실상 초기 백신 확보의 필요성을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공개된 문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지난 4월부터 코로나 관련 행보 때마다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강조해왔다. 자체 개발로 ‘백신 자주권’을 갖겠다는 목표가 우선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던 중 확진자 급증이 예상되던 지난 11월부터 ‘백신 확보에 총력’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다른 나라에서 백신 구입계약을 실행할 때 우리정부는 계약서에 도장 찍기를 미뤄왔다. 그 이유가 느긋함인지, 협상력인지, 안정성 여부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앞으로 백신 접종 시기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현실을 초래했다. 돌이켜보면 비록 국내 확진자 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낮았고, 지금과 같은 급증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의료진 등을 위한 최소한의 조기 백신 구입 정책은 마련됐어야 했다.  

문 대통령은 29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방역 모범국가에 이어 백신과 치료제까지 세 박자를 모두 갖춘 코로나 극복 모범국가가 되는 것이 우리의 당면 목표”라면서 “또한 빠른 경제회복과 코로나가 키운 불평등을 해결하는 것이 우리 앞에 놓인 또 하나의 큰 과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백신에서만큼은 모범국가 실현에서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프랑스정부가 코로나 백신 접종을 증명하지 않으면 대중교통 이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호주 항공사 콴타스도 코로나 백신을 접종한 승객만 국제선 탑승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발표한 것을 볼 때 지금의 ‘백신 논란’을 가볍게 볼 수 없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5600만명 접종분의 백신이 확보되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셨기 때문에 백신 접종을 실패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만간 ‘백신 여권’이 필수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의료진과 집단생활이 불가피한 요양원 등 취약계층의 우선 조기 접종을 간과한 정부 정책은 K방역의 흠집으로 남을 수밖에 없게 됐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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