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국내 배터리 업계가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내년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는 등 수출 회복 모멘텀에 동력이 될지 주목된다.
31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11월 K-배터리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33.9%로, 전년 동기(16.6%) 대비 100% 이상 상승했다.
이 중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자동차(PHEV)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HEV)에 26.4GWh를 공급하는 등 같은 기간 글로벌 배터리 사용량이 2.4배로 증가하면서 '은메달'에 올랐다. 일본 파나소닉(22.3GWh)은 3위로 집계됐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각각 6.8GWh·6.5GWh로 4위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미국·유럽 등 해외 공장을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같은 기간 사용량 규모가 3.4배로 늘어났으며, 점유율도 2.9배로 향상됐다. 삼성SDI도 사용량이 1.7배로 확대됐다.
LG화학 오창공장에서 연구원들이 전기차배터리를 점검하고 있다./사진=LG화학
그러나 중국 CATL과 LG에너지솔루션의 사용량 격차가 9월 0.3GWh에서 11월 1.8GWh로 벌어진 점은 문제인 것으로 평가된다. CATL이 중국 전기차 시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면서 글로벌 1위로 재도약했을 뿐더러 현지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원정책 연장에 힘입어 수주를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 등 적극적인 전기차 보급 노력을 펼치고 있는 유럽이 아시아 의존도를 낮추려는 점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로 꼽힌다. 독일 폭스바겐(VW)과 스웨덴 노스볼트가 독일에 연산 16GWh 규모의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프랑스 PSV도 프랑스와 독일에서 24GWh에 달하는 제품을 양산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이들도 유럽연합(EU)·독일·프랑스 정부 등의 지원을 받게 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간 유럽 시장에 힘입어 점유율을 끌어올리던 국내 업체들에게 적신호가 켜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간 영업비밀 침해 소송 판결을 또다시 연기, 3년째 결론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도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 내 SKBA 제1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사진=SK이노베이션
업체들은 이같은 난관을 돌파하기 위한 전략을 속속 실행에 옮기고 있다. 우선 LG에너지솔루션은 생산력을 2023년 260GW로 높인다는 방침으로, 미국 시장 지배력도 높인다는 계획이다. 칠레 리튬 생산업체 SQM과 협력하는 등 배터리 핵심 원재로 공급처도 다각화하고 있다. SQM은 고급 양극활물질 생산을 위한 탄산리튬·수산화리튬을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헝가리 공장 생산력을 늘리고 있으며, Gen5 배터리를 앞세워 전기차배터리 흑자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에너지 밀도 향상을 위해 니켈 비중이 높은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가 적용되는 것으로, 내부 소재(양극재·전해질·분리막·음극재) 생산공정 변경을 통해 에너지 밀도 20% 향상 및 원가절감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도 미국 조지아·헝가리 공장 증설을 비롯한 해외 생산설비 확대를 지속하고, 1000Wh/L 이상의 차세대 배터리 및 전고체 소재·배터리셀 개발 등을 위한 인력을 채용하는 등 시장 공략을 위한 발판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영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고가부터 저가까지 전기차 풀라인업을 갖춰야 하지만, 배터리 수급이 가장 큰 골칫거리"라며 "테슬라·도요타 정도를 제외하면 경쟁력 있는 배터리 양산도 쉽지 않다는 점에서 2차전지 업체들과의 비즈니스를 확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