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둘러싼 여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여야 모두 단일후보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과정에 있어서 서로 다른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의혹으로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에서 시작부터 힘들다. 여기에 위성정당인 열린민주당이 독자후보를 내기로 하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참에 통합하지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확실한 대세 후보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금태섭 전 무소속 후보라는 강력한 변수가 생겼다. 국민의힘의 의도와는 다르게 야권연대가 필수가 돼버렸다.
시작부터 불리한 선거, 열린민주당 독자후보 내면서 단일화 넘어선 합당 주장 제기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의 통합은 지난 4·15 총선 당시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던 과제다. 양측의 지지층이 겹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더구나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으로 보궐선거를 치르면서 시작부터 불리한 데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수도권 지지층 이탈이 이어지는 등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자칫 서울을 야권에 내준다면 2022년 대선 승리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위기감도 감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월 9일 제1차 재보선기획단 회의에 참석했다./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의원은 지난 29일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통합한다면, 단순 지지도에서도 상승할뿐더러 지지자 통합의 시너지가 일어나게 될 것이고, 이를 위기 돌파의 계기로 만들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통합을 주장했다.
우 의원은 이어 "이낙연 대표도 전당대회에서 열린민주당과의 통합을 약속했던 만큼, 이제는 별도의 물밑협상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다만 당내에서는 열린민주당과의 통합에 따른 이익이 없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중도확장으로 내년 선거를 치러야 하는 시점에 강성 친문으로 분류되는 열린민주당과의 통합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현재 지지율을 보더라도 당심과 민심의 차이는 뚜렷하다”면서 “열린민주당과는 총선 이후 꾸준하게 통합 주장이 제기돼왔지만, 과연 이 시점에 통합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열린민주당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통합까지는 어렵더라도 연대를 통한 후보 단일화는 가능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승리 위해서는 안철수·금태섭과 야권 단일화 필수, 방법론 두고 정치적 셈법 갈등
야권의 상황은 좀 더 복잡하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모두 정권교체의 발판이 될 내년 보궐선거 승리를 위해 모든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한다. 다만 방법론에서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후보는 많지만 아직까지 ‘필승카드’가 없다. 안 대표만큼 지명도나 영향력이 뚜렷한 인물은 현재까지 없는 상태라 아직까지는 안 대표가 아쉬운 상황이다. 더구나 ‘안철수’라는 브랜드 자체가 경선 과정에 흥행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인 정진석 의원은 지난 30일 공관위 첫 회의에서 “누구라도 불이익을 걱정하지 않고 경선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당밖 유력주자인 안 대표, 금 전 의원 등에 대해 경선 참여의 시그널을 보냈다.
안 대표도 입장 변화를 보였다.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겠다’던 그는 최근에 진행한 언론 인터뷰에서 "논의해볼 수 있다"고 문을 열어뒀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라면 입당과 합당 등 논의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금 전 의원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내에서 ‘야당’ 역할을 하며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그는 현 정부·여당을 견제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상태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야권 단일화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라면서 “결국 방식을 두고 의견차를 보이고 있을 뿐, 단일화 자체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다. 모두의 목표를 위해서는 결국 단일화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