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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륙, 럭셔리 한류로 출항하는 SM엔터테인먼트에게

2014-12-23 12:18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SM엔터테인먼트가 새 길을 찾아 나섰다. 이 길은 신대륙으로 가는 혁신 탐험일 수도 있고 자칫 감당키 어려운 위험한 시도가 될 지도 몰라 나름 굳은 마음으로 이 글을 부친다. 새 길, 새 탐험 핵심어는 셀러브리티(celebrity)로 만들어졌다.

이수만 SM회장이 지난 20일 코엑스 아티움을 SM타운으로 재단장한 프리 오프닝에서 아주 명확하게 선포하고 제시한 것. “앞으로 미래는 셀러브리티 시대가 될 겁니다. 한국의 셀러브리티가 아시아를 대표하고 아시아 최고의 셀러브리티는 곧 세계 최고로 인정받을 겁니다”라고 이수만회장은 힘주어 예언했다.

그저 유행하는 스타 연예인에서 셀러브리티로. 명석한 예측이자 전략이 아닐 수 없다. 과연 한류 개척자, K POP 킹 메이커이자 한국형 연예 매니지먼트 모델 창시자답다. 그러면 이수만회장이 펼쳐 보인대로 새해 2015년부터는 셀러브리티 문화창조산업이 본격 개막할 수 있을 터인가? 성패를 가르게 될 날카로운 요건은 무엇이 될런가? 

우선 시장은 목마르게 셀러브리티를 갈망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선생은 많아도 스승은 없고 학생은 많아도 제자는 없다는 말처럼 지금 우리에겐 리더는 많아도 명장은 없다. CEO와 무슨 부사장, 전무 등등 회사 중역은 숱하게 많아도 존경받는 명사는 별로 없다.

1등 대학 1류 대학은 즐비해도 추문 추행 없는 진짜 명문대학은 선뜻 꺼내들기 힘들다. 세계 초일류 기업 삼성은 있어도 애플빠(애플에 매혹된 고객)는 있어도 삼성빠는 여태 들어본 적 없다. 흔히들 언론에서 부각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보여주는 한국의 명 가문도 희소하다 못해 가물가물해져 버렸다.

그러니 셀러브리티라는 최상위 인간형을 한 번 만나나 보자는 기운이 가득하다. 그 명사, 셀러브리티가 정신적 지주여도 좋고 문화적으로 유행 선봉장이어도 반갑고 경제 경영 정치 스포츠 등 각 분야에서 앞서 나갈 뿐 아니라 미래를 개척하는 선구자라면 더더욱 멋져 보일 밖에 없다. ‘천재 한 사람이 백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라고 했을 때 그 천재가 곧 초인이면서 지금 우리가 논하는 셀러브리티일 것이라는 직감도 확연하다. 

   
▲ 'SM타운@코엑스아티움' 테이프 커팅식./뉴시스
여기까지는 수요 측면이다. 셀러브리티 수요가 분명 차오르고 있고 아름답고 훌륭한 정도가 한 단위 오르고 변화할 때마다 대중과 미디어 이용자들이 열광할 탄력성 또한 엄청나게 클 것이라는 예감에 온 몸이 달아오를 정도다. 한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셀러브리티로 내놓을 자원이 그 누가 있겠는가 하는 근심 걱정이다.

SM이 생각하는 셀러브리티 모델은 아무튼 아이돌 그룹일 수밖에 없다. 이미 동방신기와 소녀시대 브랜드로 과감한 명품 머천다이징(상품화)에 착수했다. 의류, 쿠션, 연필 같은 제품은 물론이고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파는 카페 서비스도 선보였고 SM POP을 재가공하고 재창조하는 뮤지컬, 홀로그램 쇼와 같은 정통 콘텐츠 멀티 유즈 사업에도 본격 진입했다.

이미 중국 웨딩 시장에 적중한 한류 무드인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서비스도 SM 버전으로 등장했다. 꼭 결혼이 아니라도 스타처럼 꾸미고 스타와 함께 옷 입고 사진 찍을 수 있도록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셀러브리티 테마파크가 바로 SM 방식 새로운 전법이다. 

사실 이런 셀러브리티 비즈니스 모델은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에서 먼저 꽃피웠다. 골프에서 아놀드 파머와 잭 니클라우스, 그렉 노먼이 자신들의 이름으로 옷이며 용품이며 그린 설계까지 셀러브리티 효과를 극대화해왔다. 농구에서는 나이키 에어 조던으로 한 때 세상을 평정한 마이클 조던과 셀러브리티 롤러코스터를 타댄 타이거 우즈가 있다.

이런 선례와 역사성 때문에 지금 SM엔터테인먼트 셀러브리티가 하는 도전은 첫 발자국부터 엄청난 관심과 함께 거센 마찰음도 동반하고 있는 중이다. SM 셀러브리티 테마파크로 출범한 코엑스 아티움 MD샵, 아티스트 체험, 전시, F&B에서 제공하는 가격이 그야말로 럭셔리 그 자체여서 그렇다.

막대 아이스크림 6000원, 미니 케이크는 1만8000원으로, 웬만한 브랜드 상품 못지않은 가격으로 내놓은 상품들은 소비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며 일부 언론들은 지나친 상술로 몰아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너무한 가격.... 그래도 품절’이라는 뉴스 헤드라인이 뭔가 간단치 않은 징후를 보여준다. 

   
▲ 이수만 SM회장. /뉴시스
이 징후는 분명 SM엔터테인먼트에게 큰 영광이자 부담으로 다가오는 양면적이고도 복합적인 사인이다. 동시에 한국 미디어콘텐츠산업과 한류 전선에도 몰아닥친 기후변화와 같은 거대한 변동 서막이라고 본다. SM이 추동했고 지금 한국과 한류, 문화창조산업으로 살아야 하는 미디어콘텐츠가 감행해야 할 새 시도, 새 모험에 해당하는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SM엔터테인먼트가 스스로 답을 찾은 것처럼 아이돌 그룹으로 상징되는 한류 초반전은 이제 굿바이 해야 한다. 2001년 HOT 베이징 공연에서 불 붙은 K POP 열기와 한류라는 기적은 연예인 스타 파워, 스타 마케팅으로 집약되는 대중문화산업 1차 성공이었다. 2012년 우연처럼 찾아온 <강남스타일> 싸이의 세계 제패는 이미 한국형 셀러브리티 산업 출현과 이행을 예고한 전주곡이자 씨앗이었다.

싸이처럼 영어로나 우리말로나 제대로 멘트하고 사회 변동에 참여하고 책임지려 동분서주하는 셀러브리티 유형 캐릭터를 유투브 시티즌들은 강렬하게 원했던 때문이었다. 파파라치 몰고 다니고 염문이나 스캔들 뿌리고 다니는 센세이셔널리즘 스타 캐릭터보다 때로는 저널리스트나 인텔리겐치아 역할도 자임하는 셀러브리티 캐릭터를 원하는 대변동이 감지되었다. 소셜 미디어 대중들이 그만큼 공허해지고 고독해져 간다는 반증일지도 모른다. 

할리우드가 독점 독식하는 G1 체제가 파괴된 것도 원인이다. 조지 클루니나 안젤리나 졸리가 연기자를 대변하고 영화와 권리를 지키고 평화와 인권을 논하고 정치에도 참여하는 위풍당당하고 자신만만한 셀러브리티 덕성이 꼭 서양에서만 가능한 게 아님을 수많은 세계시민들을 보고 싶어 한다.

홍콩 배우 성룡도 주윤발도 홍콩시위사태에 관해 숨지 않고 코멘트할 수 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반응한다. 새롭기 때문이다. 정치는 정치인만이 경제는 재계 오너나 전문경영인만이 문화산업은 또 그들만이 전담하노라는 오랜 해묵은 체제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는 대중의 소리가 드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SM엔터테인먼트가 먼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 주었다. 참 용감한 시도다. 이제 할 일은 가수 싸이나 이승철 같은 셀러브리티 선구자가 더 뛰고 SM 소속인 강타, 보아와 같은 셀러브리티 선두 그룹이 더 활발하게 실천해야 하는 과업이다.

혹시라도 슈퍼주니어나 엑소가 품은 인기 하나만으로 아주 쉽게 스타에서 훌쩍 셀러브리티로 변모하겠다는 무임승차 발상이라면 이번 SM엔터테인먼트 전략은 꽤나 위험해질 수도 있다. 신기루 같은 인기보다 더 값진 가치를 찾아 나서는 오디세이를 택하는 아이돌과 연예기획사만이 셀러브리티가 될 수 있음이다. 

아프리카를 찾은 오드리 헵번을 불멸의 셀러브리티로 간직하는 사람들 마음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녀가 자신을 정말 희생하고 양보하고 겸손해할 줄 아는 아름다운 사람이었으니까.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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