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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못막은 '정인이' 정부 뒷북 조치 실효성 의문

2021-01-06 11:57 | 김규태 차장 | suslater53@gmail.com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정부가 양부모 학대로 세상을 떠난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뒤늦게 아동학대 대응 방안을 내놨지만,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여러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르자 정부는 당시 관련 대책을 내세웠지만 그 후에도 유사한 사건이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에는 입양 사후관리 문제를 비롯해 경찰 등 가정사에 개입할 수 있는 공권력에 구멍이 있다는 점, 법원이 격리조치를 내리더라도 정작 아이를 보낼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1차적으로는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홀트)가 피해 아동 사망 5개월 전부터 멍자국 등 학대 가능성을 확인하고도 '아동양육에 민감하게 대처하라'는 안내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 양이 안치된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추모 메시지와 꽃들이 놓여 있다./사진=연합뉴스

5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입수한 '서울시 양천구 입양아동 사망 사건' 자료에 따르면 홀트는 지난해 2월 3일 입양된 후 3개월이 지나 5월 26일 정인이에 대한 학대의심 신고가 있어 이를 확인하기 위해 두번째 가정 방문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정인이의 배, 허벅지 안쪽 등에 생긴 멍자국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홀트에 따르면 당시 양부모는 멍자국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으나, 별다른 후속조치 없이 안내하는데 그쳤다. 앞서 홀트는 지난해 3월 23일 1차 방문을 가졌고 6월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정인이가 2주간 깁스를 했고 양모가 정인이를 30분간 자동차에 방치한 사실을 인지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7월 2일 가정 방문 때도 마찬가지였고, 9월 '정인이 체중이 1kg 가량 감소되어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신고가 들어왔으나 양모의 거부로 가정 방문을 10월 15일로 연기했다.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입양기관은 입양후 1년간 입양 가정을 확인할 의무가 있다. 홀트는 가정방문 3회 등 총 6번 사후관리했지만 아동학대를 막지 못했다.

경찰의 부실 대응은 더 문제다. 지난해 9월 23일 정인이가 병원에 다녀간 직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아동학대를 의심해 신고했으나, 경찰은 '아동학대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경찰은 총 세 차례나 학대를 의심하는 신고가 들어갔으나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관할서인 서울 양천경찰서에 대한 비판은 물론이고, 올해 1월 1일 부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작되어 권한이 커진 경찰에게 수사종결권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십자포화까지 쏟아지고 있다.

지방청 여성청소년과에 근무하는 한 현직 경찰은 6일 본보 취재에 "터질 만한 일이 터졌다"며 안타까워 했다. 그는 "인사나 승진에서 주류로 꼽히는 부서는 형사과와 수사과다. 여성청소년과에는 아동학대에 대한 전문성이 거의 없는 경찰이 배치되기 쉽다"고 밝혔다.

그는 "가장 큰 문제는 피해자인 아동이 명확한 의사표현을 하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수사는 증거에 따라 움직이는데 증거를 찾기 어렵다. 보호자인 가해자 진술에 의존하기 쉬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난 2016년 학대예방경찰관이 출범했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기피 보직 1순위로 꼽힌다"며 "아동학대 정황을 발견해도 부모와 아동을 적극적으로 분리할 법적 근거가 없어 설사 부모와 아동을 분리했다가도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수사 결과가 나오면 분리 조치를 내린 경찰은 민형사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 아동학대 사건을 맡은 현장에서 부담이 큰 구조다. 이에 따라 누구나 적극적인 분리 조치를 꺼리기 마련이다. 아동학대가 아니라고 최종 판단이 나오더라도 면책되는 제도적인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법조계는 이번 사건에 대해 예방시스템의 부재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아동학대, 일명 아동보호사건의 경우 법원이 부모와 아이를 떨어뜨리는 격리조치를 내려도 정작 아이를 보낼 곳이 마땅치 않아 문제라는 지적이다.

가정법원에 근무하면서 아동보호 및 입양 사건을 담당했다가 현재 법무법인아현 파트너변호사인 김윤희 변호사는 본보 취재에 "명백한 범죄행위가 일어나야 피해예방 조치가 취해지는 편"이라며 "아동과 부모를 격리하는 조치를 내리려고 해도 보낼 곳이 없는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양부모의 무책임, 사이코패스적인 성향이 특수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결국 이를 막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라며 "재판부 입장에서는 입양을 가급적 허가하려고 한다. 고아로 자라는 것 보다는 입양되어 양부모 슬하에서 자라는 것이 더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입양을 원하는 양부모 보다 입양을 기다리는 영유아가 더 많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서도 아동을 격리해 보호하고 난 후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없다"며 "가해자 처벌이 다가 아니다.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부모와 떨어뜨려놓은 뒤에 어떻게 잘 돌볼지가 관건이고 문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 전국 모든 시군구에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664명을 배치하고 2회 이상 반복적으로 신고된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경찰이 사후 점검을 정례화하도록 했다.

예비 양부모 검증 강화는 물론이고, 아동학대 발생시 경찰과 입양기관이 협력체계를 갖춰 필요한 조치를 하는 등 공적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정인이 사건과 같은 비극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양부모가 양육에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어떻게 제도적으로 지원할지 추가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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