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을 완전 정복하려면 중증 환자 대상 치료제가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조건부승인 결과를 앞둔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CT-P59)'는 경증 또는 중등증 환자에만 국한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항체치료제와 같은 항바이러스제가 코로나19 감염 초기에는 효과를 보이지만 염증으로 악화된 단계에서는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 연구원이 인천 셀트리온 2공장 연구실에서 개발 중인 항체치료제 'CT-59'를 바라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감염 이후 바이러스 증식기(감염 직후 1주일)에서 증상이 그치면 좋겠지만 이로 인한 염증 반응이 시작될 경우 폐와 심장, 신장 등 다장기부전인으로 이어진다"며 "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직접적인 영향이 아닌 사이토카인 매개 물질로 인한 증상 악화이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 단계에선 항체치료제와 같은 항바이러스제가 아닌 스테로이드 계열 항염증제를 사용하게 된다"며 "항바이러스제는 바이러스를 표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체내에 바이러스가 남아있는 1~2주 동안만 약효를 지닌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감염 이후 바이러스 검출치가 최대치에 도달하기까지 약 일주일이 소요되는데, 항체치료제는 그 이전에 투약해야만 약효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해 12월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건부 승인 신청을 낸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가 이 같은 항체치료제에 해당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셀트리온과 동일한 방식으로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던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리제레논도 중증 환자 대상 임상을 중단한 바 있다.
셀트리온은 약물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목표 대상을 중증 환자가 아닌 경증, 중등증으로 설계했다고 말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염증 반응에 의한 폐 손상 단계로 가는 것을 미리 방지하기 위한 치료제"라며 "경증, 중등증 환자 대상으로 식약처 조건부 승인 신청을 했기 때문에 허가가 나더라도 중증 환자에 쓰이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항체치료제 '게임체인저' 급 아냐"
항체치료제가 나오더라도 코로나19 사태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게임체인저' 급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무엇보다 중증 환자의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치료제가 나와야 코로나19 정복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제약사 중에선 종근당을 비롯해 GC녹십자, 대웅제약 등 6곳에서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종근당은 췌장염 치료제 나파벨탄(성분명 나파모스타트)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최근 러시아 임상 2상 투약을 마쳤으며 1월 중 식약처에 조건부 승인 신청을 낸다는 계획이다.
나파모스타트 성분은 염증 수치를 줄이고 혈액 응고를 억제하는 효과를 보이면서 코로나19 치료제로 연구되고 있다. 혈액 순환을 방해해 사망 위험을 높이는 혈전이 생기는 걸 방지해준다는 것이다.
종근당이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나파벨탄'./사진=종근당 제공
대웅제약은 췌장염 치료제 호이스타정(성분명 카모스타트)을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를 병용 투여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12월 31일 임상 3상에 들어갔다. 이번 연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중증환자 1072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이와는 별개로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3상도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은 앞서 서울의료원 진행 연구에서 호이스타정의 항염증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 결과가 긍정적일 경우 주사제가 아닌 최초의 경구제라는 점에서 복약 편의성도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C녹십자는 지난해 12월 31일 폐렴 등의 기저질환자 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내 임상 2상에서 혈장치료제 'GC5131A' 투약을 마쳤다. GC녹십자는 데이터 분석 후 올해 1분기 내 식약처에 조건부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혈장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 속 '면역글로블린'이라는 중화 항체를 추출해 만든다. 중화 항체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돌기) 단백질과 결합해 감염력과 독성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GC녹십자의 혈장치료제는 중증 환자에서 어느정도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코로나19로 확진된 70대 남성이 약 두달 간 혈장치료제를 투약받은 후 이달 완치 판정을 받은 사례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의료 현장에선 고령층이나 기저질환자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어떤 환자가 증상이 악화돼 중증으로 갈지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며 "감염 직후 바이러스 증식기에 해당하는 일주일 이후 증상이 악화되고 양성 판정을 받는 사례도 많아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이 개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