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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경영에도 임금인상만 외치는 르노삼성 노조

2021-01-08 13:29 | 김태우 차장 | ghost0149@mediapen.com
[미디어펜=김태우 기자]르노삼성자동차가 8년만에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하지만 노동조합은 여전히 임금인상을 주장하며 지난해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 사정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음에도 여전히 임금인상을 주장하며 강경대응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전경. /사진=르노삼성 제공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50여명의 임원 중 약 40%를 감축하는 작업에 들어갔고 남은 임원에 대해서도 이달부터 급여를 20%가량 줄이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판매 부진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회사가 8년만에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이뤄졌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국내외 시장에 11만6166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전년보다 34.5% 감소한 수치다. 내수는 신차 XM3의 흥행에 힘입어 전년 대비 10% 늘었지만, 수출이 77% 급감하며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미국 수출용 닛산 로그 수탁생산 계약이 종료되면서 전체 판매의 절반가량을 책임져줘야 할 수출이 감소가 영업적자에 크게 작용한 것이다. 

특히 일감이 줄어들면서 지난해 9월 말부터 휴업과 야간 생산 폐지 등 단축 조업을 하는 등 긴축경영에 착수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일산 테크노스테이션(TS) 부지까지 매각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올해도 이달 첫 2주는 주간 생산조만 근무하고, 3주차부터는 판매 상황에 따라 근무 형태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런 형편이지만 르노삼성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거액의 일시금 지급, 일산 TS 부지 매각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노조가 내놓은 제시안은 기본급 7만1687원(4.69%) 인상과 일시금 700만원 지급, 노조 발전기금 12억원 출연, 휴가비·성과급(PS) 인상 등이었다.

업계 선두 기업인 현대자동차를 비롯, 기아자동차와 한국지엠, 쌍용자동차는 모두 기본급을 동결한 가운데, 가장 부진한 실적을 낸 르노삼성이 기본급을 올려줄 여력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자금 사정 악화로 불가피하게 결정한 자산 매각을 노조가 반대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는 기본적으로 소모적 대립은 피하고 무분규 타결을 지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교섭이 틀어지면 언제든 파업 카드를 내밀 수 있다. 노조는 당초 오는 8일부터 12일 사이 파업 찬반투표 일정을 잡아놓았다가 교섭 일정이 잡히며 보류한 상태다. 

노조는 지난해 10월 중앙노동위원회의 쟁의조정 중지 결정을 받아 쟁의권을 확보해 놓았고, 조합원 찬반투표만 거치면 합법적으로 파업이 가능하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실적 회복을 위한 최후의 보루인 XM3 수출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지난달 25일 유럽 수출을 시작한 XM3는 르노 본사의 계획 물량만큼 차질 없이 만들어 보내더라도 과거 닛산 로그 물량을 대체하는 데 한계가 있다. 로그의 경우 계약 물량이 연간 10만대에 달했으나 XM3는 현실적으로 잘해야 5만대 수준에 머물 것으로 회사측은 예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XM3 수출 물량마저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진다면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 특히 파업으로 인해 생산차질이 발생할 경우 부정적인 이미지로 낙인찍히며 현재의 수출물량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산하의 타 생산공장으로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노조의 몽니로 날리는 결과를 만들 수 도 있다. 이미 일감부족으로 부산지역의 협력업체들은 고사 직전에 놓여있다. 하지만 여기서 파업까지 단행할 경우 지역사회에서도 신뢰를 잃을 것이라는 여론이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르노삼성의 경우 지난해 초만 해도 유럽 수출만 시작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예상됐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유럽 시장이 위축되면서 예단하기가 쉽지 않다"며 "당장 눈앞에 닥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노사가 협력해 합리적인 비용구조와 안정적인 생산 체제로 경쟁력을 갖춰야 생존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7일 오후 르노삼성은 노조위원장과 인사본부장, 제조본부장, 영업본부장 등 경영진이 처음으로 만나는 교섭 테이블이 마련된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해 7월 킥오프 미팅을 시작으로 9월까지 6차례에 걸친 교섭을 진행했으나 당시는 모두 양측 부서장급이 참여하는 실무교섭이었다. 노조위원장과 경영진이 직접 대면하는 본교섭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사이 노조위원장 및 지도부 선거 일정으로 등으로 교섭이 중단됐고, 박종규 위원장이 연임에 성공했지만 집행부가 4대에서 5대로 바뀌면서 사실상 백지 상태에서 새로 교섭을 시작하는 모양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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