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이후 가계부채 증가율이 둔화했던 것이 올해 8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대책 이후 급증하고 있어 가계부채로 인한 국민들의 빚 부담이 늘고 있다. /뉴시스 |
물론 마이너스 통장의 도움도 있었구요. 몇 년동안 맞벌이를 하면서 전세금 융자는 어느 정도 갚고 현금도 일부 은행에서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내년 초 전세 만기가 다가오면서 집 부근 아파트 시세를 알아보고 있는데 대출없는 집은 1억8000만원에서 2억원 가량 전세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내년 전세를 시세대로 올려달라고 가정했을때 집값의 709%가 넘어갈 것 같아서 불안하기만 합니다. 혹시 이참에 내집마련을 해볼까 마음먹었지만 집 사고픈 생각을 접고 말았지요. 30평대 아파트의 시세가 많이 올라갔더군요.
올해 초 그 집을 2억9000만원 정도면 살수 있었는데 지금은 3억4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고 하네요. 빚내서 집 산다하더라도 빚 갚느라 먹을 것 줄이고 입는 것 줄이는 부동산의 노예가 되기 싫고 자식에게 빚의 되물림을 주고 싶지 않아서 집 사는 것은 포기했다고 합니다.
"빚내서 집사라고?" 정부가 경제활성화 정책인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정책을 내놓으면서 가계부채의 규모가 커지는 부작용이 있을 거란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가계부채는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데 '주택경기 활성화'와 '가계부채 관리'가 서로 상충하기 때문에 엇갈린 행보에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옛 속담에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 이 말이 떠오르는 이유는 돈 빌려준다고 좋아할 때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빚은 언제인가 반드시 갚아야 합니다. 만일, 자신의 의지와 달리 경기 침체가 지속된다면 빚을 갚아나가기 더욱 어려울 것은 뻔하기 때문입니다. 빚은 쌓이고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은 없는데 소비는 엄두도 못낼 지경이지요. 그만큼 경제가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됐다는 표현이 맞을 듯 합니다. 이미 한계에 직면한 가계들이 빚 돌려막기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어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4년 3분기 중 자금순환' 자료를 보면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63.1%로 껑충 뛰었다고 합니다. 이 말은 가계소득의 증가속도는 느리고 가계부채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올 3분기 말 가계부채는 전 분기보다 23조6000억원이 늘어난 1266조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86%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부동산 시장이 폭등했던 2002년 3분기 이후 최대 증가폭이라네요.
반면 같은 기간 국민총소득(GNI)은 전년 같은 기간과 견줘 3.2% 증가하는데 그쳤다고 합니다. 김기준 의원이 국민총소득을 기초로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추정한 분석에 따르면, 가계 가처분소득은 전년동기 보다 3.7% 증가했습니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 2분기 161%에서 163.1%로 대폭 늘었습니다. 소득은 늘지않고 빚만 늘어난 결과입니다.
정부는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방안을 내놓으면서 "가계소득과 성장률 격차를 축소해 2017년까지 가계부채 핵심 관리지표를 현재보다 5%p 인하된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12년을 떠올려보지요. 2012년 이후 가게부채 증가율은 증가속도가 줄었습니다. 올해 2분기 말만 하더라도 가계부채비율은 161.1%로 지난해 말 보다 0.4%p 늘어나는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8월 LTV, DTI 등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을 실행하면서 불과 3개월 만에 가계부채비율이 2%p나 상승했습니다.올 4분기 가계부채 증가분은 역대 최고치인 2010년(29조원)을 경신해 30조원을 육박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은 어떨까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 비율을 줄이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부동산버블 이전 수준까지 회복됐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증가폭(22.6%p)은 네덜란드 다음으로 높고 증가율(161%)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 의원은 "LTV, DTI 완화 등 빚내서 집사라는 부동산부양정책과 가계부채관리대책이 서로 상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가계부채 악화는 가계와 금융회사 재무건전성 악화, 민간소비 제약 등 거시경제에도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정부나 경제연구기관들은 내년 경제성장률은 올해와 다를 바 없다고 합니다. 나아질게 없다는 얘기지요. 정부는 내년 경제방향을 얘기하면서 구조개혁으로 경제체질을 개선하겠다고 합니다. 최우선 과제로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를 지목했습니다.
하지만 나아지지 않은 경제 사정에 이미 한계기업들이 도태되고 있으며 기업들은 긴축의 일환으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습니다. 결국 기다리는 것은 해고밖에 없을 것이란 걱정이 앞섭니다.
절박함에 묻어나오는 정부의 고민을 이해합니다만 이제 소득중심의 경제정책으로 전환하고 가계부채 취약계층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합니다. 그간 적자 재정 우려에도 조기 예산집행을 통해 우리 경제에 활력을 심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다시 한번 믿어보렵니다.
우리 국민들에게 가혹한 2015년이 되지 않길 바라며…[미디어펜 = 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