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단기적 정책성과를 위한 개입, 포퓰리즘 통제가 만연하면, 기업은 위험을 감수하며 혁신과 창조에 나서지 않기 마련이다. 자유가 보장된 환경이 조성될 때, 13척으로 왜함 330척을 쳐부순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과 같은 기업가정신도 발휘 될 수 있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창조경제의 씨앗들이 싹을 트고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시장의 보복을 부추기는 분열의 철학과 정책을 타파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유경제원이 이러한 취지에서 2014년 한 해를 되돌아보고 2015년 새해를 열기 위한 대토론회를 16일 개최했다. 아래 글은 자유경제원의 <분열의 철학, 정책 버리고 성장으로 가자> 특별토론회에서 안재욱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발표한 토론문이다. |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어 저성장에서 탈출해야 한다
한국 경제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저성장 늪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성장 동력이 떨어져 있고 외부 환경 역시 호의적이지 못하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애초 3.8%에서 3.5%로 낮췄다. 이마저 실행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한국 경제가 침체되어 있고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기업 환경이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왔기 때문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정부가 경제에 깊숙이 개입하며 경쟁을 제한하고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조치들을 취해왔다. 1998년 10,468개였던 기업규제 등록 건수가 2013년 15,269개로 늘어난 것은 이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등록되지 않는 규제는 등록규제의 보통 3~4배나 된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인지 짐작케 한다.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김대중 정부는 폐지하였던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부활시키는 한편 강압적인 기업지배구조 도입, 집단소송제도, 기업들 간 사업 분야의 강제교환 등 기업에 대한 간섭과 규제를 강화하였다. 뿐만 아니라 정리해고 요건 강화, 교원노조 설립, 민주노총의 합법화, 노조의 정치활동 보장 등 노동시장을 경직시키는 조치들을 많이 취했다.
▲ 자유경제원이 16일 주최한 <분열의 철학, 정책 버리고 성장으로 가자> 특별토론회의 전경 |
노무현 정부는 증권집단소송제 도입, 사외이사 의무비율 강화, 용도지역 내 행위 제한 강화, 주택 재건축사업 규제강화, 비정규직법안 등 기업관련 규제를 대폭 늘렸다. 뿐만 아니라 사립학교법 개정,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개발부담금제 추진, 종합부동산세 등 사유재산권을 제한하는 규제를 대거 도입했다.
그리고 상속·증여세 포괄주의 도입, 종합부동산세 및 양도세 등 대폭 인상 등 세금을 크게 늘렸다. 게다가 불법노조 활동에 대해 방관적 태도로 인해 노사분규가 급증하고 노동시장이 더욱 경직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초기에 규제를 완화하는 듯 했다. 그러나 갑자기 선회하여 동반성장이란 이름으로 경제정책의 방향을 규제강화로 바꾸었다. 기업형 슈퍼마켓 규제, 하도급 거래규제 강화와 납품단가연동제,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 등을 도입하며 기업환경을 악화시켰다.
박근혜 정부 역시 ‘경제민주화’란 명분으로 기업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금산분리 강화 조치의 일환으로 산업자본의 은행보유지분한도를 9%에서 4%로 낮췄고, ‘경쟁제한성’ 입증 없이도 계열사 간 부당지원 행위를 처벌하는 소위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도입했다.
또한 하도급법을 개정하여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납품단가 협상권을 부여하였고,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하여 대규모점포 등에 대한 영업시간제한 및 의무휴업일의 범위를 확대했다. 그리고 중소기업적합업종을 강화했다. 최근에는 사내유보에 대해 과세를 하겠다고 했다.
▲ 자유경제원이 16일 주최한 <분열의 철학, 정책 버리고 성장으로 가자> 특별토론회에서 토론하고 있는 안재욱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이 얼마나 악화되고 있는지는 국회의 입법내용이 말해준다. 2014년 9월 권혁철 박사가 발표한 “19대 국회의 기업 및 시장 관련 투표성향”을 보면 19대 국회가 개원한 2012년 5월 30일부터 2013년 4월 30일까지 1년 간 본회의에서 가결된 시장 및 기업과 관련이 있는 법안 104건 중 시장친화적인 의안은 반시장적인 의안이 64.4%로 67개 달했다.
이런 환경에서 경제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다. 경제성장과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업가 정신이다. 기업가 정신이 없으면 혁신은 불가능하고 창조적 파괴를 통한 경제발전 역시 불가능하다. 기업가 정신이 살아있어야 혁신이 생기고, 그 혁신으로 인해 분업이 늘고 생산성이 향상되어 경제가 성장하고 발전하게 된다.
기업가 정신은 기업환경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기업가 정신은 정부의 시장개입이 최소한에 그치고 사유재산권이 잘 보장되고 자유롭고 경쟁적인 시장에서 들불처럼 일어날 수 있다. 경제제도가 기업가들의 생산적인 행위에 대해 더 많은 보상을 해준다면 기업가 정신이 발현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기업가 정신은 쇠퇴하여 혁신과 기술진보의 유인도 감퇴한다.
기본적으로 정부의 규제는 시장의 활성화와 관계있는 재산권과 자유경쟁을 보호하는 것들이어야 하지만, 지금 한국의 정부규제는 이 범주를 넘어선 것이 대부분이다. 기업가 정신이 고취되어 경제가 성장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폭적인 규제완화가 필수적이다. 그동안 각종 명분으로 도입했던 기업관련 규제들을 폐지하고 기업 간 경쟁을 가로막고 있는 진입규제들을 완화해야 한다.
▲ 2014년 정부와 국회가 합작해서 만들어낸 대표적인 기업/시장규제, 단통법. 이동통신시장에서 소비자 선택을 제한하고 공급자끼리의 암묵적 담합을 조장하는 악법으로 손꼽혔다. 전국 휴대전화 대리점·판매점 모임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가 10월 30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중단을 촉구 집회에서 화형식을 하고 있다. |
그리고 감세해야 한다. 특히 법인세를 인하해야 한다. 지금 세계 주요 국가들은 세금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만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기업의 국내투자를 기대하기 어렵고 해외로 이전하는 국내 기업들이 증가하여 투자가 줄어 경제가 침체할 수밖에 없다. 외국 기업의 유치와 국내 기업의 투자를 늘려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법인세를 인하해야 한다.
기업환경을 악화와 관련되어 있는 것이 경직된 노동시장이다. 따라서 과도한 노동자 보호 등으로 기업의 활동을 제한하는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실업 문제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지나친 정규직 고용보호에서 비롯되고 있는데, 정규직을 지나치게 보호하면 노동시장에 신규로 진입하는 노동자와 비숙련 노동자의 실업이 증가한다. 고등학교나 대학 졸업 예정자들은 노조에 의해 정해진 높은 임금만큼의 생산성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신규로 노동시장에 진입한 청년들이 고용될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노동시장 규제완화와 가장 먼저 손을 대야 할 것이 비정규직 보호법 폐지다. 비정규직보호법은 기업과 노동자 모두에게 해가 되는 법이다. 비정규직이라도 고용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2년의 계약이 만료되었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원하고 계속 고용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할 경우 계속 고용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비정규직보호법 때문에 기업이 이들을 해고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필요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해고한다면 기업과 근로자에게 모두에게 손해다.
저성장의 지속은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야기한다. 높은 실업률이 지속되고 소득격차가 악화되면 사회의 불안요소가 된다. 사회 구성원들 간의 갈등도 심화된다. 사회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라도 미래의 성장 동력을 찾아 경제가 성장토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재욱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