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자동차 시장에서 환경규제가 강화되며 전기차가 대세로 급부상했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신성장 동력이 됐다.
이에 글로벌 완성차 업계 전반에 새로운 플랫폼을 적용한 전기차를 출시하며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업계의 중견 3사의 경우 이 같은 경쟁력의 부족으로 지속가능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은 자체 개발 중인 차가 없다는 게 큰 문제다.
출시일을 확정할 수 없는 쌍용자동차 준중형SUV 전기차 E100 티저이미지. /사진=쌍용자동차 제공
14일 업계에 따르면 중견 완성차 3사는 국내에서 전기차 생산계획이 없거나 당초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당분간 내연기관 위주로 생산시설이 운영될 전망이다.
한국지엠은 모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의 중장기 계획에 전기차를 중심으로 하는 전략이 발표된 상태지만 생산기지에서는 제외된 상태다.
지난 2017년 2월 경차 스파크 EV가 단종된 이후 한국지엠 공장에서 생산하는 전기차는 전무하다. 국내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쉐보레 볼트EV가 출시되고 있지만 미국공장에서 제작된 차를 수입해 판매하는 차종에 불과하다.
한국지엠은 올해 볼트 EV의 SUV 버전인 '볼트 EUV'를 국내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지만, 이 역시 미국으로부터 수입해 판매하는 차종이다. 미국공장에서 제작되는 전기차의 생산을 늘리는 계획과 새로운 생산기지를 통해 볼륨확대도 검토되고 있지만 한국공장은 제외됐다.
르노삼성 역시 지난해 말 SM3 Z.E 단종과 함께 부산공장 생산라인에서 전기차가 사라졌다. 소형 전기차 르노 트위지를 국내에서 생산하고있지만 일반적인 전기차와는 차이가 있어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으로 보기는 힘들다.
특히 트위지는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지만 르노삼성 자체 생산이 아닌, 협력사 동신모텍에서 위탁생산하는 방식이다. 국내 시장에서의 주력 전기차는 르노 본사로부터 수입해 판매하는 '조에'로 한국지엠과 같은 처지다.
미국에서 수입해 판매되고 있는 볼트 EV. /사진=미디어펜
중견 3사 중 유일하게 자체적으로 연구개발한 전기차를 보유한 곳은 쌍용차다. 쌍용차는 자사 최초의 전기차이자 국내 최초 준중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 E100을 개발했다. 하지만 현재 유동성 위기로 출시가 언제가 될 지는 아직 미정이다.
쌍용차는 기업회생 신청 이후 일부 협력업체들이 납품대금을 못 받을 것을 우려해 부품 공급을 중단하면서 공장 가동도 멈춘 바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E100에 들어가는 배터리 등 고가의 부품들을 조달할 방법이 없다.
중견 완성차 3사의 이같은 상황은 미래 생존과도 직결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 오는 2035년 이후 내연기관 차량 판매 중단을 공식 건의한 상태다.
아직 정부의 내연기관 차량 퇴출 스케줄이 구체화되진 않았으나 앞으로 단계적으로 내연기관차 판매에 따른 패널티가 점차 강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의 주력 수출 시장인 미국과 유럽 역시 자동차 업체들로 하여금 전동화를 서둘도록 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035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한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또 미국 내 최대 자동차시장인 캘리포니아주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 처음으로 2035년부터 가솔린신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단종된 르노삼성자동차 SM3 Z.E. /사진=르노삼성 제공
유럽의 내연기관 차량 퇴출 스케줄은 더욱 빠르다.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는 2025년부터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를 추진하고 있고, 아일랜드는 2030년, 영국은 2035년부터 판매를 금지한다. 지금부터 전기차 생산체제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내수건 수출이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의 경우 국내에 전기차 개발 기반이 없고, 모기업에서 전기차 모델 생산을 배정해주길 기다려야 하는 형편이다"며 "외국계 완성차 업체들이 본사의 글로벌 전기차 생산계획에서 배제된다면 내연기관만으로는 수출물량이 점차 줄어들 것이고, 내수 역시 가격경쟁력 등의 문제로 수입해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수익모델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