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4·7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예상했던대로 ‘안·오·나(안철수·오세훈·나경원)’ 구도로 굳어가고 있다. 2011년 그때 그 인물들이 10년이 지난 2021년에도 여전히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중심에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새 인물을 기대했지만 가능성이 희박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뒤 지지율 선두로 달리고 있으며, 한발 늦게 출마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예능프로그램 출연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이어 오세훈 전 서울시장 역시 지난 17일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당초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보궐선거를 앞두고 새인물 찾기에 나섰지만, 결국 돌고돌아 지난 2011년의 재판이다. 공수만 바뀌었을 뿐이다.
당시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투표율 미달로 무산된 데 따른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여당이었던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에서는 나경원 의원이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오세훈 전 의원, 나경원 전의원./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 재직하던 안철수 대표가 모든 여론조사에서 50%를 넘는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면서 출마 여부에 모든 이목이 집중됐다. 안 대표는 9월 박원순 시민 후보와 만나 단일화를 발표했다. 이른바 ‘아름다운 양보’다.
10년이 지난 지금 보궐선거를 석달도 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같은 인물들이 다시 한번 주역을 맡고 있다. ‘소통령’으로 불리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주연을 맡길 새로운 인물 발굴에 실패한 것이다.
그동안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새로운 인물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지난해 ‘나는 임차인입니다’라는 국회 본회의 5분 연설로 화제가 된 윤희숙 의원과 베스트셀러 ‘검사내전’의 저자 김웅 의원 등 일부 초선의원들이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현재 이들의 출마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까지는 다양한 인물들이 후보군에 거론됐지만, 안 대표가 출마를 선언하면서 야권 단일화를 제안한 이후 상황이 변했다”면서 “안 대표를 상대로 이길 수 있는 후보여야 한다는 커트라인이 생겨버린 셈”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인물로 유승민 전 의원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본인이 워낙 대권 도전의 뜻이 강하기 때문에 실현가능성은 낮다. 유 의원 측 관계자는 “많은 의원들이 유 전 의원에게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하고 있지만, 본인의 대권 출마 의지가 너무 확고하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비대면 선거운동 확대와 ‘시민 여론조사 100%’라는 국민의힘 경선룰도 인물난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정치신인 우대 조항’을 포함시키긴 했지만, 유권자와 직접 접촉이 줄어든 상황에서 결국 인지도가 높은 후보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부 중진 의원들 가운데 인지도가 낮아서 출마를 포기한 경우도 있다”면서 “코로나로 온라인 등을 통한 비대면 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가장 큰 무기는 역시 높은 인지도”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