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위원회가 고강도 신용대출 규제안을 내놨다.
신용대출 원금을 매달 분할해 갚도록 함으로써 상환 부담을 크게 늘리면 신규 대출이 크게 줄어들 거란 계산이다. 대출기간에 이자만 갚다가 만기 시 원금을 한 번에 갚던 과거와 다른 양상이다.
이와 함께 대출한도를 줄이는 방안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를 강화한다. 금융위의 이번 대책이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자금을 끌어모아 투자) 세력의 무분별한 대출을 줄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19일 새해 업무계획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새해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업무계획 중 하나로 알려진 신용대출 규제 강화는 고액 신용대출을 대상으로 원금분할상환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령 신용대출 1억원을 연 3%, 5년 만기로 빌린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매달 약 180만원을 갚아야 한다. 기존 만기 일시 상환 방식은 매달 약 25만원의 이자만 내고, 만기에 원금 1억원을 갚으면 되는 구조였다. 대출자의 상환부담이 매달 약 155만원 늘어나는 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한다. 금융위나 은행연합회에서 의견이 나온다면 (은행들도) 따라가야 할 거로 본다”며 “규제가 본격 시행한다면 상품에 대해 구조부터 정비하고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상품은 만기일시상환과 원금분리상환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부채상환 부담이 훨씬 적은 만기일시상환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대출자의 재직‧소득상황이 일정하게 유지되면 대출을 최대 5~10년 추가 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으로선 1억원의 대출을 일으켜 10년간 저리의 이자만 내면 되는 것이다.
여기에 새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이른바 ‘대환’으로 원금상환을 최대 10년 추가 연장할 수 있어 빚 부담을 덜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만기일시상환 대출은 대출자가 (자금) 여유 있을 때 원금을 갚아도 되는 만큼 많이들 선호하는 방식인데, 분할상환은 (의무화된다면) 원금과 이자를 같이 갚아야 하는 구조다. 안 갚으면 연체로 잡힌다”며 “(시중은행) 금리가 높아봐야 2~3% 수준일 텐데, 굳이 빚을 갚는 것보다 유지하는 게 낫다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위의 발표에 공감하면서도 좀 더 세부적인 규제방안이 나와야 대출시장에 미칠 영향을 가늠할 거로 내다봤다.
가령 기존 대출에도 동일하게 규제를 적용할지 신규 대출부터 적용할 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기존 대출에 규제를 적용한다면 차주들의 반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대로 신규대출부터 원금을 매달 상환하게 한다면 규제를 앞두고 대출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시중은행 외 인터넷은행 제2금융권에서도 대출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금융위 정책이 모든 금융사에게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될 지도 관전 포인트다. 만약 점유율이 높은 1금융권만 규제한다면 2금융권이나 인터넷은행으로의 대출 쏠림현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대출자의 연소득에 기초해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DSR 제도도 추후 강화할 거라고 발표했다.
금융권은 신용대출 원금분할상환에 DSR 규제로 개인별 대출한도를 규제하면 대출수요가 꽤 줄어들 수 있을 거로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선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대출한도가 막혀 불법사금융으로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