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국민의힘에 야권 단일화를 압박하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뜻밖의 변수를 만났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후발주자로 나선 금태섭 전 무소속 의원이 안 대표에게 ‘제3지대 경선’을 제안하면서 야권 선거판이 새로운 국면을 맞은 것이다.
금 전 의원은 지난 1월 31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안 대표에게 ‘제3지대 경선’을 제안했다. ‘금태섭-안철수 맞대결’로 제3지대 후보를 결정하고 나서 국민의힘 후보와 최종 단일화 경쟁을 하자는 것이다.
후발 주자인 금 전 의원이 안 대표와의 제3지대 경선을 통해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 만약 승리할 경우 단숨에 대표적인 중도보수 정치인 입지를 꿰찰 수 있다. 패배하더라도 안 대표의 경쟁을 통해 체급을 높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이 지난 1월31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 한 공연장에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금 전 의원의 제안에 반색했다. 만약 안 대표가 금 전 의원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국민의힘은 3월 제3지대 경선의 승자와 양자 단일화 협상에 나서게 된다. 두 사람이 경쟁하는 동안 국민의힘 후보들은 당내 경선을 통해 자체 경쟁력을 키울 시간도 벌 수 있다.
외견상으로는 ‘국민의힘 경선 이후 야권 단일화’라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구상과도 상통한다. 김 위원장도 “제3지대에서 두 사람이 나왔기 때문에 제3지대에서 1차적 단일화를 하고 그 다음에 국민의힘에서 사람이 나오면 단일화하자는 취지”라며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4·7 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은 금 전 의원 제안에 "이렇게 뽑힌 제3지대 단일후보와 제1야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 최종적으로 범야권 단일화가 성사될 것"이며 "가장 크고 가장 아름다운 야권 단일화가 영글어가고 있다"고 환영했다.
난감해진 것은 안 대표다. 그는 모든 야권 후보들이 참여하는 이른바 ‘원샷 경선’을 요구해온 만큼 ‘제3지대 경선’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기존 자신의 입장을 철회해야 한다.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국민의힘을 압박하면서 막 물밑 협상을 가동하려는 상황인 만큼 쉽지 않은 선택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사진=안철수 대표 페이스북 캡처
그렇다고 금 전 의원의 제안을 일축하기도 어렵다. 당장 여론조사에서 우세한 상황에서 정면대결을 피하는 모양새가 연출될 수 있다.
더구나 안 대표는 단일화 방식을 유불리를 따지지 않을 테니 단일화를 열망하는 야권 지지자들을 위해 이른 시일 내 단일화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금 전 의원도 이 점을 의식한 듯 “샅바싸움은 그만하고 1대1 경선에 나서자”고 촉구했다.
안 대표는 금 전 의원의 제안에 대해 “이미 국민의힘에 제가 (단일화) 제안을 드렸고 내부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알고 있다”면서도 “야권의 여러 가지 현황들을 잘 살펴보고 말씀드리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은 현재 경선을 시작했기 때문에 거기에 다른 사람들이 끼어들 수가 없다”고 일축했다. 사실상 양측의 단일화 논의는 국민의힘의 경선이 끝나는 3월달에 시작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