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하는게 사업놀이야!”
▲ 산업부 조항일 기자 |
전 국민의 높은 인기 속에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미생’의 한 대사다.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기획안으로 올리는 보고서보다 작성자의 의지가 서류보다 더 필요하다. 의지가 없이 형식적일 뿐 이라면 이것이 '사업놀이'다.
여야가 지난 23일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부동산 3법’ 개정안에 합의하면서 내년 부동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가 이를 반기고 있다.
특히 여야의 대립이 팽팽하게 지속되면서 연내 법제화가 사실상 물건너가는게 아니냐는 회의여론이 짙게 형성된 가운데 통과된 법안이라 내년도 시장 활성화에 대한 심리적 기대감이 더욱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부동산 3법 통과에는 무언가 중요한 것이 빠진 것 같다. 재개발·재건축 등이 활기를 띌 것으로 보이며 시장 활성화 측면에서는 반갑지만 부동산 3법에 서민은 없다.
그동안 야당에서 줄기차게 법제화를 논의했던 계약갱신청구권 및 전월세상한제 등은 전월세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하는데 그쳤다.
이번 부동산 3법이 재개발·재건축 단지가 몰려있는 강남3구(반포·송파·개포)를 위한 법안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사실상 서민은 이번 법안에서도 제외됐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법적 통제는 위험하다. 더욱이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전세는 가격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 부동산3법이 연내 통과가 기정사실화 됐지만 정작 서민은 빠져있는 정책에 머물며 당장 내년도 전세대란의 폭탄은 여전히 남아있게 됐다. 사진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부동산3법 처리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주례회동에서 여야 원내지도부와 국토위 간사가 손을 맞잡고 있다./사진=뉴시스 |
이에 정부는 민간 임대주택 활성화를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 공급을 늘리겠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전세대란의 직접적인 해결 방안으로 전문가들이 말하는 공급의 증가는 반길만 하다.
그러나 실효성에 의문이 생긴다. 정부가 지난 2008년부터 도입한 국민임대주택은 지난해를 포함, 매년 신청자 부족으로 미분양 사태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강남이나 수도권 인기지역 등에 대한 공급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비인기지역에서 우후죽순으로 국민임대주택을 공급한 것이 원인이다.
실제 지난 2011년부터 정부는 위례 및 수도권 인기지역에서 물량이 공급됐을 때 국민임대주택 경쟁률이 수십대 1을 기록하는 등 관심을 모았지만 대부분이 이들 지역에서 나온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활성화 대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9.1 대책 발표 이후 침체돼 있는 시장에 활력소로 작용할 부동산 3법 발표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순위가 바뀌었다. 당장 재개발·재건축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치솟는 전세로 갈 곳 없는 서민들에 대한 대책이 더욱 시급하다.
부동산 3법 통과만 목빠지게 기다렸을 서민들은 이번 대책 발표 후 또 한번 시름에 빠졌다. 정부는 서민을 전세대란의 ‘칼바람’을 피하게 해줄 직접적인 대책 마련을 해야한다.
정부는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서민을 내세우며 ‘정책놀이’에 빠지지 말고 진정으로 그들을 위한 부동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디어펜=조항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