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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선원들 풀어준 이유가…외교부 “유엔분담금 대납”

2021-02-03 18:59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이란이 한달여만에 억류 중이던 한국 선박의 선원들을 전격 풀어준 배경에 한국 내 동결자금으로 이란의 밀린 유엔 분담금을 대납하는 방안에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3일 기자들과 만나 “이란이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인해 한국 내 동결돼 있는 자금 문제와 관련해 우리측의 해결 의지를 보게 됐다”면서 “동결자금으로 이란의 밀린 유엔 분담금을 내는 것에 대해 미국과 협의가 끝났다. 기술적 부분만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측 교섭단이 이란을 방문하고 돌아온 뒤 14회 가량 이란과 소통했다. 휴일을 제외하면 거의 매일 한 것이다. 외교 채널과 국회에서도 소통했다. 그런 소통을 통해서 우리가 동결자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많이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 게 (선원 석방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월 4일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되는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 모습. 오른쪽이 이란 혁명수비대가 타고 온 고속정이다. 사진은 나포 당시 CCTV 모습. 2021.1.5./사진=연합뉴스


한국케미호는 지난 1월 4일 오후 3시30분 오만 해역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지시에 따라 이란 항만으로 이동했다. 현재 라자이항 인근에 정박 중으로 이날은 억류 31일째다. 당초 이 선박은 사우디 주바이 항에서 출발해 UAE 타자이라항으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지난 한‧이란 간 협상 과정에서 이란측은 동결된 원화 자금으로 유엔분담금을 내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유엔에 송금하는 과정에서 미국 금융망을 거칠 경우 제재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이에 정부는 분담금이 동결되지 않도록 미국과 협의를 진행해왔고, 미국 외 금융시장에서 달러로 환전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외교부 당국자는 “달러가 미국으로 송금되지 않는 형태로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이 유엔 회원국으로서 총회 투표권을 유지하기 위해 내야 하는 최소 분담금은 1625만 달러(180억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한국에 동결된 이란의 석유수출대금 약 70억 달러(7조8000억원)에 비하면 크지 않다.

앞서 이란은 미국의 제재로 한국 시중은행에 동결된 이란 자금 70억달러를 돌려줄 것을 강하게 요구해왔다. 이에 정부는 스위스 인도적 교역 채널(SHTA) 등을 활용해 동결 자금으로 의료 물품을 구매하는 방안을 모색해왔지만, 미국과의 협의가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란은 이번에 선원들을 풀어주면서도 선박과 선장은 석방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란측은 당초 선박을 억류하면서 제시한 환경오염과 관련해 “조사가 계속되고 있어 사법 절차가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외교부 당국자는 “이란측이 구체적으로 환경오염 관련 문서를 제시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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