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진의 기자]문재인 정부가 25번째 부동산 대책을 통해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서울 32만가구를 포함해 전국에서 83만가구 이상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대책은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주문했던 '특단의 대책'이자 변창흠 국토부 장관 취임 이후 처음 내놓는 대책이라는 점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지 기대가 높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획기적인 공급물량인 만큼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이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점에서 냉혹한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청와대
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서울 32만·전국 83만 가구를 추가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주택공급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기 위해 시장의 예산을 뛰어넘는 특단의 공급방안이 필요했다”면서 “공공주도 패스트트랙 제도 마련, 추가적인 신규택지 확보 등을 통해 주택시장이 확고한 안정세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물량을 오는 2025년까지 공급할 계획이다. 기존 국토교통부의 ‘주거복지로드맵’ 및 3기 신도시 등을 통해 추진 중인 수도권 127만 가구 공급계획까지 합치면 향후 4, 5년간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에 주택 약 200만 가구가 새로 생기는 셈이다. 남양주 왕숙 등 3기 신도시는 오는 7월 사전청약을 시작으로 본격화한다.
이번 공급물량은 서울만 따져도 역대 최대다. 32만 가구는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의 전체 아파트 수와 비슷하다. 1기 분당신도시를 3개나 만들 수 있는 규모다.
전국 연평균 주택공급량은 2005~07년 36만3000가구에서 2013~16년에는 45만 가구로 늘었다. 최근 4년간은 연평균 54만6000가구로 증가했지만 시장에서는 끊임없이 주택 부족을 호소해 왔다.
정부는 공공이 토지주와 세입자 등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신속한 인허가 및 부지확보를 통해 사업기간을 5년 이내로 대폭 단축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된다면 평균 13년이 걸리던 정비사업의 경우 무려 8년이나 앞당겨진다.
정부는 사업이 끝날 때까지 인허가‧개발비용‧주택경기 변동 등 모든 리스크를 공공이 부담하면 건설 기간 단축이 가능하다고 보고있다. 개발비용 부담 능력이 없는 토지주에게는 분담금 없는 주택, 오랜 기간 장사를 한 상인에게는 새 건물 재정착의 기회, 월세수입에 의존하는 다가구 주택 어르신에게는 매월 배당금을 받을 수 있는 리츠 주식 등 다양한 대안도 검토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의 대부분이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한 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다. 공공이 직접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시행하면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나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를 면제해주기로 한 것은 기존 규제의 틀을 과감하게 수정한 것으로 긍정적이다. 그러나 정부 의도대로 재건축 단지들이 얼마나 공공 주도 사업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공공이 개입해 사업속도를 높이고 각종 인센티브를 준다지만 이러한 방법들이 유인책이 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시각이다. 이번 대책에선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19만6000가구),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13만6000가구) 등 물량의 60%가량이 공공주도 개발로 이뤄진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공이 지역민의 동의없이 사업을 강제로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명시했지만, 동의율 요건이 완화되고 사업지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해결 책임을 공공이 지게 된다”며 “좀 더 현실적으로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예를 들어 '이익공유형 환매조건부나 환매조건부 모기지'를 살펴보면 공공지분에 대한 이자를 지급할텐데 만약 통상적인 재개발사업에서 추가분담금의 폭이 큰만큼 공공의 지분이 커진다면 당사자들이 저소득층일수록 부담이 커져 사업 참여에 선뜻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며 “기존의 (토지)단독소유주가 고밀도개발에 참여하는 경우에도 사업 과정에서 지분소유자로 바뀔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참여 유인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유진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