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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통화…'싱가포르선언' 없고, 조속한 대북정책 공감

2021-02-04 15:40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4일 취임 14일을 맞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통화를 갖고 조속한 대북정책 마련에 동의를 얻었다. 자칫 바이든 정부의 외교 우선순위에서 북핵 문제가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 등 바이든 정부 출범 전후 강조해온 싱가포르 선언 계승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밝힌 것처럼 이날 바이든 대통령도 제재와 외교적 인센티브를 모두 포함해 북핵 문제를 다루겠다고 말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정상통화 직후 진행한 브리핑에서 “양 정상은 가급적 조속히 포괄적인 대북 전략을 함께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특히 강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된 당사국인 한국 측의 노력을 평가하고, 한국과 같은 입장이 중요하며, 한국과 공통 목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대북정책에서 한미공조를 특별히 강조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백악관은 이날 한미 정상통화와 관련해 비교적 간단한 보도자료를 냈다. 한미동맹은 언급했지만 비핵화 표현은 없었다. 대북 조율에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그 논의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양 정상간 한반도 문제 논의와 관련해 백악관에서 밝힌 내용은 “바이든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인 한미동맹 강화에 대한 약속을 강조했다”면서 “한미 정상이 긴밀한 대북 조율에 합의했다”뿐이다. 

즉, 한미 정상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조속한 대북정책 추진을 수용했고, 문 대통령의 바이든 정부의 신중한 대북 접근을 수용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연합뉴스


또한 양 정상은 이날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대화하면서 역내 평화 및 번영에서 한일관계 개선이 필요하고, 한미일 협력이 중요하다는데 공감했다고 강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면서 청와대가 “양 정상은 인도-태평양 지역 협력’에 기여하는 동맹으로 발전시켜나가기로 했다”고 밝힌 것과 달리 백악관은 보도자료에서 인도‧태평양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한미동맹을 “동북아시아에서 평화‧번영의 린치핀”으로 표현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이란 용어는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내세우는 개념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문 대통령과 통화했을 때에도 미국측은 사후 보도자료에서 한미동맹을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축’(linchpin·린치핀)으로 표현했다. 또 최근 한미 외교장관 전화통화에서도 “한미동맹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과 전세계 평화와 안보, 번영의 핵심축”이라는 표현이 국무부 보도자료에 등장했다.
 
백악관이 이번에 처음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이란 표현을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미 정상통화에 앞서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한중 정상통화가 이뤄진 점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편, 이번 한미 양 정상간 통화에서 한미 군사훈련 축소와 각론에 해당하는 부분은 언급이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번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4월 대면으로 개최할 예정인 기후정상회의에 문 대통령을 초청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문 대통령에 대한 공식 초청이 없었다고 확인하면서 “외교 라인을 통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이번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통화는 한미 양국이 적절한 수준에서 서로의 우선 관심사를 표명하고, 타협점을 모색해나가는 모습이 나타났다”고 분석하고, “바이든 행정부의 우선 관심사는 동맹국과 인도·태평양 공간에서의 중국 견제이다. 한미동맹의 역내 및 역외 영향 확대가 다시 한번 선포되면서 인권과 다자주의 등 민주주의 가치가 강조된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견제 의지의 표명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한국은 최우선 관심사인 북한 문제에 대해 미국의 동의를 구했다”며 “‘조속히 포괄적인 대북전략 마련’은 한국 정부가 원하는 것으로서 제재와 외교적 인센티브를 모두 포함하는 포괄성이 강조됐다. 그러나 문대통령이 신년기자 회견에서 강조한 ‘싱가포르 선언 계승은 언급되지 않음으로써 바이든 행정부의 신중한 대북접근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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