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현대중공업 노사가 2년간의 지리한 대립을 끝내고 2년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 잠정합의했다. 아직 조합원 찬반투표가 남았지만 조합원들의 피로도가 높은 만큼 설 연휴 전 타결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4일 현대중공업 노사에 따르면 양측은 전날 울산 본사에서 장시간 교섭 끝에 오후 늦게 2019년과 2020년 2년치 임단협에 잠정합의했다. 노조는 5일 전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벌인다.
현대중공업 노사가 2020년 11월 3일 울산 본사 조선본관에서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 상견례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제공
잠정합의안의 주요 내용은 2019년 임금 4만6000원 인상(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약정임금 218% 성과금 지급, 약정임금 100%+150만원 격려금 지급, 복지포인트 30만원 지급 등이다. 2020년는 기본급 동결(호봉승급분 2만3000원 정액 인상), 약정임금 131% 상여금 지급, 230만원 격려금 지급, 지역경제상품권 30만원 지급 등이다.
그동안 노조 측이 요구해 왔던 일부 조합원에 대한 고소고발 취하, 손해배상 가압류 철회, 대규모 징계에 의한 인사불이익 철회 등 요구조건도 사측이 수용했다.
잠정합의안은 2019년 5월 법인분할(물적분할) 주총 과정에서 노사가 심각하게 대립한 이후 1년 9개월여 만에 마련됐다.
노사간 합의가 늦어진 것도 당시 대립에서 벌어진 폭력사태에 따른 법적 조치 취하 여부를 놓고 이견이 컸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합의로 노사는 쌍방이 제기한 각종 고소·고발 및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
노조는 사측을 상대로 노동위원회에 제기한 부당해고 및 징계 구제신청(1415명)을 취하하고, 사측은 해고자 4명을 제외한 징계자에 대해 성과금, 연·월차 감률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또 해고자 3명을 별도의 절차에 따라 재입사 조치키로 했다.
노조는 물적분할 반대 투쟁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한마음회관 외국인학교 등 입점매장의 영업손실을 배상하기로 했다.
최종 타결까지는 아직 5일로 예정된 조합원 찬반투표라는 고비가 남아있지만 업계에서는 타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2년간의 대립으로 조합원들의 피로도가 높은 데다 가계 지출이 많은 설 연휴가 임박한 만큼, 그동안의 임금인상 소급분과 격려금 등을 수령하겠다는 조합원이 많기 때문이다.
임금 인상 소급분과 성과급, 격려금 등을 합하면 현대중공업은 직원 1명당 평균 1400만원씩 총 2000억원을 지급하게 된다.
그룹 계열사인 현대일렉트릭과 현대건설기계도 같은날 잠정합의안을 마련해 5일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가결시 현대일렉트릭은 370억원, 현대건설기계는 250억원을 직원들에게 지급한다.
격려금은 설 연휴 전에, 나머지는 3월 말까지 순차적으로 지급될 예정이다.
다만 노조가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등 3사 1노조 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3곳 모두 가결돼야 타결 효력이 생긴다. 1곳이라도 부결되면 새 합의안을 만들어 찬반투표를 통과할 때까지 나머지 회사들도 기다려야 한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